나는 이렇게 예수바보행전을 쓰겠다_3.성도
성인
너와 나 사이에서 바보 되기를 결단한다면
“온누리교회에는 참 바보들이 많더군….”
이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꾸벅, 청년들도 꾸벅, 어른들도 꾸벅, 노인들도 꾸벅, 교역자도 꾸벅…. 집사, 장로, 권사의 직임이 있기는 한 건가? 주일이면 수만 명이 드나들고 일주일 내내 아래 위층에서 찬양하고 기도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교회가 맞기는 한 것 같은데….
“온누리교회는 예수만 바라보는 바보교회라서 그렇습니다.”
새벽기도회가 진행되던 어느 날이었다. 겨울비에 바람까지 불어 길 바닥이 온통 얼음판 같은 새벽녘 택시에서 내려 우산을 펼치며 끙끙대며 내렸다.
“아버지 제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새벽제단을 쌓고 있습니다”라며 남 좋은 일 하듯 속으로 생을 내고 있었다. 그동안 새벽마다 집 앞까지 데리러 오는 후배의 따스한 승용차에 올라 편히 다니던 터라 더욱 끙끙댔다. 교회 앞마당에 들어서는데 바로 코앞에서 기다란 우비를 걸치고, 양 손으로 워커(보행 보조기구)를 밀며 절름절름 걷는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고~ 아버지!”하며 비명이 입 밖으로 나올 뻔 했다.
후드득거리는 비를 조금이라도 피할 셈으로 서점이 있는 1층 현관에 들어서서 안쪽의 계단을 올랐다. 바로 앞에 꼬부라진 할머니가 계단의 난간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할머니는 한 참씩 멈추며 숨을 몰아쉬고 있다. 차마 앞지를 수는 없고, 기다리려니 한이 없고…. 내게 힘이 있으면 번쩍 들어 업거나 부축을 하련만. 나 혼자도 계단 오르는 일이 버거우니 어쩌란 말인가. “강도 만난 사람을 모른 척 지나친 레위인이나 제사장도 나처럼 핑계가 있었겠지”예배를 드리는 내내 눈물이 쏟아졌다.
지구 곳곳에는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고 있는 영혼들이 많다.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 없어 허덕이는 어른 아이가 부지기수로 많다. 몇 십 년이나 내전을 겪으며 팔, 다리 잘리고 인명이 파리 목숨보다 못한 나라들이 있다. 이들을 바로 보살피겠다고 기쁘게 바보가 되는 온누리교회 식구 역시 적지 않다. 그 대열에 나서기에는 이미 세월을 한참 잃었다. 그렇다고 “아버지 저는 먹고, 자고, 싸는 일 외에 흙으로 돌아갈 일 밖에 없습니다”라고 해야 맞을까?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한 권사님이 어느 날 맛있는 꽈배기를 만들어 백 명 가까운 어른들에게 대접을 했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눈도 침침한데 밀가루를 빚은 모양이다. 꽈배기를 밤새 튀겨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는 채로 가져와 여러 노인들의 입을 즐겁게 해줬다. 온누리신문 기사에서 전쟁 중 한 소녀가 목사님께 받은 돈 3만환을 꽈배기 하나 사먹지 않고 책을 샀다는 내용에 마음이 짠해져서 손수 꽈배기를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먹을 것이 얼마나 흔한 오늘인가. 값으로 환산한다면 얼마 되지 않는 꽈배기를 밤새워 만드신 권사님은 바보 아닌가. 작은 공동체 안에서 바보가 되기를 자청하고, 가정에서 부모 자식 간에 바보 되기를 작정한 사람들이 많다. 너와 나 사이에서 바보 되기를 한 번씩만 결단한다면 온누리교회는 참 바보들의 행전을 이어가는 진원지가 되리라 믿는다.
/ 고은정 권사(서초A공동체)
청년
시간을 쪼개 삶을 드리는 ‘예수바보행전’
요셉공동체는 매주 ODO(One Day Outreach)를 간다. 나는 ‘라파의 집’을 섬기고 있다. 이곳은 남성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그들과 매주 주일예배를 드린다. 예배를 드리고 함께 식사도 하고, 나눔도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특식을 준비해 간다. 최근에는 이들과 함께 이태원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에도 방문하고, 남산도 올랐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마음에 어려움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이 옷을 만지고, 친근함을 표시하는 행동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들을 섬기는 모습도 부자연스러웠다. 돕는 손길이 부족해 라파의 집을 혼자 방문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돕는 손길을 붙여 주셨다. 남산을 오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님, 저 혼자 가기에는 벅찬데요. 누군가 도와줬으면 합니다”라고 기도하면 자진해서 오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라파의 집 식구들은 잘 웃지 않는다. 대부분 무표정이거나, 화가 난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그들은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웃을 일이 드물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이다. 그 사실을 나중에 알고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갔다. 내가 마음의 문을 여니 그들도 웃었다.
요셉공동체는 주일에 다른 교회를 섬기는 일에 매우 익숙하다. 토요일에 예배를 드리고, 주일에 외부에 나가 섬긴다. 지역 교회, 장애인 시설, 병원, 주일학교 교사 등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드린다. 토요일, 주일에 교회에서 사는 형제자매들도 많다. 직장생활을 하며 시간을 쪼개어 하나님 앞에 드리는 것이 우리의 예수바보행전이 아닐까.
‘낮은 곳 더 낮은 곳으로’ 표어처럼 어떠한 장소, 시간이라는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을 높이는 자리가 공동체다. 마음에 드는 곳,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을 내가 선택해 가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섬기기 싫어하는 곳, 어려운 마음이 생기는 곳, 하나님이 가라고 하시는 곳이 바로 예수바보행전을 위한 행동규칙이 아닐까 싶다. 내가 간 라파의 집도 처음에는 낯선 곳, 더 낯선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 예배의 처소가 되었다.
하나님이 내게 물으셨다.
“너도 내게 사랑을 받았는데 이 친구들을 사랑할 수 있겠니?”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주님과 함께 쓰는 예수바보행전이 사랑의 의미로 다가왔다. 라파의 집 섬김 팀장을 맡으면서도 마음에 부담감이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지도 얼마 안 되고,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주님 안에서 평안하고 기쁨으로 섬겨야겠다고 다짐했다.
/ 김민규 형제(요셉공동체)
차세대
나를 놀리는 친구들에게 복음 전하는 바보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터키로 단기선교를 갔었다. 그곳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던 내 신앙이 하나님을 만난 후 달라졌다. 확신이 생겼다.
“주님 제가 무엇을 해야겠습니까?”
“모든 민족에게 예수를 전하라”
나는 이 말씀에 순종해 학교에서 열방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혼자였다. 누구도 함께 하지 않았고, 나조차도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신실한 크리스천 친구가 동역자가 되었다. 나중에는 더 많은 친구들을 왔다. 우리는 함께 모여 기도했다. 복음을 전하는 자들이 되기를 기도했다. 예배 장소가 없어서 운동장 구석에서 예배드리고 기도한 적도 있다. 한 번은 지나가던 학생이 우리가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SNS에 찍어 올린 적도 있다.
“우리 학교에 미친 학생이 나타났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함께 예배드리던 친구들이 한두 명씩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 날부터 학교에서 ‘학생 목사, 사이코’ 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왕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오히려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이는 그의 영광을 나타내실 때에 너희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려함이라”(벧전 4:13).
세상은 미련하다고 보았고, 조롱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예배하고, 복음을 전할 때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평강이 찾아왔다. 예수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것이 가장 큰 영광인 줄 믿는다.
지난 10월 4일, 온누리교회 창립30주년 주일에 이재훈 목사님이 고등부에 직접 찾아와 ‘예수바보행전’이라는 설교를 해주셨다. 정말 감동이었다. 그리고 감사했다. 메시지를 들을 때 하늘의 위로와 기쁨이 내 안에 넘쳤다.
“어리석은 자가 되라! 바보가 되라!”
이 말은 그냥 들으면 이해되지 않지만 엄청난 믿음의 선포로 다가왔다. 식어졌던 내 마음에 세상에서의 바보, 예수님 밖에 모르는 바보, 예수님을 바로 보게 하는 바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영원한 복음, 예수님이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말씀처럼 학교에서 꾸준히 복음을 전하며 예수님을 증거 하는 바보가 될 것이다. 이제 고3이라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졸업하기 전까지 학교에서 예배하며, 나를 놀리는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멈추지 않을 것이다.
/ 김여은 학생(서빙고 고등부)
작성자 김미림 기자 mirim@onnu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