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인물

창조를 디자인하다

그 보석 같은 청년들을 만났다 
 
창조를 디자인하다
‘in the beginning’ 대표 황혜진 자매
 
얼어붙은 고용시장, 천정부지 치솟는 집값… 
이 시대 청년들이 요즘 어떻게 살고 있을까? 기자가 딱 서른 살인데 주위 청년들이 하나같이 “사람 구실 하기 너무 어렵다”면서 우는 소리를 참 많이 한다. 크리스천들은 살기가 더 힘들다. 세상에 살면서 크리스천답게 모범까지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청년들에게는 대인관계와 직장생활에서 완수해야 하는 숙제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삶과 신앙, 일과 신앙이 조화를 이루는 일이 그만큼 어려운데 말이다. 그래서 삶과 신앙이 조화를 이루는 크리스천 청년들이 귀하다. 그 보석 같은 청년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만났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수제 가방 브랜드 ‘In the beginning’을 운영하는 황혜진 자매(요셉공동체)다. 
/ 김영선 기자 k4458@onnuri.org
 
남산 아래, 해방촌 신흥시장 인근 골목에는 저렴한 임대료에 끌려 자리 잡은 공방들이 줄지어 있다. 도예, 수제비누, 미술, 의류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 온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해서 해방촌이라 불리는데 저렴한 임대료와 그 특유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톡톡 튀는 가게와 공방들이 많은 이곳에 ‘In the beginning’이 자리 잡고 있다. ‘In the beginning’은 면 소재 에코백과 파우치 등을 제작 및 판매하는 브랜드이다. 
 
창조의 DNA를 가진 우리는
좋은 소식(복음)을 디자인한다
 
수제 가방을 만드는 공방 ‘In the beginning’이 특이한 이유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비전 때문이다. ‘창조의 DNA를 가진 우리는 좋은 소식을 디자인한다’가 ‘In the beginning’의 비전이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복음을 디자인한다는 뜻입니다. 천지를 창조한 하나님께서는 가장 탁월한 디자이너시고,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도 창조의 DNA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브랜드 이름을 ‘태초에’라는 뜻을 담은 ‘In the beginning’으로 지었습니다.”
보통 크리스천 기업은 경영주가 크리스천이거나 크리스천들을 대상으로 기독교 용품을 파는 경우가 많은데 복음을 디자인한다는 발상이 독특하다. ‘In the beginning’에서는 제품에 성경 말씀을 디자인하거나 제품 이름을 성경적으로 짓고 있다. 
‘In the beginning’이 성경 말씀을 디자인한 대표적인 제품은 ‘a week’ 시리즈다. 천지창조 1주일을 디자인해서 에코백으로 만들었다. 톡톡 튀는 디자인이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상하로 대비되는 ‘Water’라는 글자와 그 아래 물방울이 그려진 에코백은 하늘과 하늘 위의 물과 하늘 아래의 물을 창조한 둘째 날을 표현했다. 탐스러운 포도가 그려진 에코백은 식물과 열매 맺는 나무를 창조한 셋째 날을 담았다. 단발머리 소녀가 곰과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에코백은 사람과 짐승을 창조한 여섯째 날을 표현한 것이다. 언뜻 보면 단순한 디자인의 에코백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씀이 숨어 있다. ‘In the beginning’ 제품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성경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제품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기독교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이런 가방 하나 있으면 잘 쓰겠다’ 싶은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고 있다. 
“처음에는 크리스천들이 많이 구매했는데 요즘에는 넌크리스천들이 더 많이 구매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간신히 꾸려갈 정도의 적은 매출이긴 하지만 복음을 담는다는 비전이 잘 통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In the beginning’이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방법
 
황혜진 자매는 원래 남대문시장 액세서리 도매상이었다. 5년 정도 남대문시장에서 도매업을 했는데 안정성이나 수입이 지금보다 훨씬 좋았다. 그런데 ‘In the beginning’을 오픈한 이유가 있다. 직업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대문에서 일할 때도 크리스천으로서 뭐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헌금하고, 선교지에서 필요한 의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이 그만큼 간절했습니다. 마침 아는 동생과 함께 작은 프로젝트로 에코백을 제작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제작한 에코백에 성경적인 디자인을 담으면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복음을 디자인하는 ‘In the beginning’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면 소재 에코백과 파우치에 복음을 디자인한다는 발상 자체가 생소했다. 잘 어울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창업 2년 차를 맞이하고 있는 ‘In the beginning’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더 열심히 했다. 그 열심과 도전정신으로 디자인에 복음을 담아 세상에 전하고 있다.
‘In the beginning’을 하나님이 기뻐하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복음을 디자인해서 세상에 전하는 것 그 자체가 선교이자 전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후원까지 한다. 황혜진 대표는 적은 금액이지만 매출의 일정량을 한국컴패션에 후원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황혜진 대표는 선한 일을 하나 더 하고 있다. 종로지역자활센터와 협업하고 있다.   
“‘In the beginning’에서는 원단을 고르는 것부터 완성까지 수제작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매일 공방에서 제품만 만들다 보니까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홍보도 해야 하고 다른 할 일도 많은데 말입니다. 그러다 종로지역자활센터를 소개받고 일자리가 필요한 저소득층, 차상위계층 주민분들께 일감을 드리고 있습니다. 창업할 때 미혼모나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 바람이 다른 모양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뜻하지 않은 위기와 기회   
 
황혜진 자매가 ‘In the beginning을 창업한 지 2년차에 코로나19가 터졌다. 의류업계 전반에도 매출 감소가 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황혜진 자매는 신앙의 침체라는 또 다른 위기까지 겪었다. 예배당 예배가 중단되면서 ‘In the beginning’ 제품 디자인의 핵심인 은혜와 감사를 공급받고 말씀을 묵상할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인풋(input)이 있어야 아웃풋(output)이 있는데 한동안 예배당 예배가 중단되면서 신앙의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어떻게 복음을 담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이렇게 디자인하면 잘 팔리긴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온라인으로 드리는 예배와 기도회에 꾸준히 참석하면서 나한테 남는 것은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In the beginning’은 편집숍에도 입점할 만큼 디자인과 제품의 질 모두 인정받고 있는데 적자다. 황혜진 자매는 ‘In the beginning’이 올해 적자를 면치 못하면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저도 월급을 제대로 못 가져가고 있고, 같이 일하는 동생도 좋은 대우를 해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그만둬야 하는지,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뜻하지 않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In the beginning’에서 필터를 갈아 끼울 수 있는 면 마스크를 만들어서 한 사이트에 등록했는데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대박이 났습니다. 정말 하나님께서 재정을 필요한 만큼 채워주셨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이 사랑하는 황혜진 자매와 ‘In the beginning’의 미래가 기대된다. 황혜진 자매는 ‘In the beginning’을 크리스천 기업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우리가 그녀의 꿈을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웹사이트: www.inthe-beginning.com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신흥로 130
 

작성자  김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