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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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말씀해설]“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기 8:7)

맛있는 말씀해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기 8:7)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성경 말씀을 액자에 걸어놓은 가게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말씀이 욥기서 8장 7절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구절이다. 문장 자체의 내용만 보면 참 좋은 말씀이다. 지금 시작은 비록 보잘것없고 작지만 앞으로 열심히 일하고 수고하면 크게 번창할 거라는 좋은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서 개업선물로 이 말씀이 적힌 액자가 인기가 많다. 하지만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이 말을 누가 했는지, 그리고 무슨 의도로 했는지를 안다면 이 구절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욥기서는 의인 욥에게 까닭 없는 고난이 닥쳤을 때 그의 친구들이 찾아와 위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욥의 친구들은 욥을 위로하다가 점차 욥이 당한 고난의 원인을 찾고자 한다. 엘리바스, 빌닷, 소발이라는 세 친구가 돌아가면서 욥을 위로한다. 그러나 한결같이 욥의 고난은 그의 죄악에서 비롯되었다는 당시 유대교적 인과응보의 사상을 설파하며 욥을 굴복시키고자 한다. 욥기서 1장에서 욥이 고난을 겪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은 사탄의 시험이다. 사탄의 주장에 따르면 욥은 물질의 복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하나님을 경외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하나님은 욥이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사탄의 시험을 허락한다. 
욥의 친구들은 고난을 겪는 욥을 이해하고 위로하기보다 그의 잘못을 찾아내 지적하는데 급급하다. 그들은 당시의 인과응보론적 사상과 악인은 벌을 받고 의인은 상을 받는다는 흑백논리로 욥의 고난을 해석한다. 욥기서 8장은 두 번째 친구 빌닷의 1차 변론을 기록하는 장면이다. 엘리바스가 한차례 욥을 향해 훈계하고 난 다음, 빌닷 역시 엘리바스처럼 편협한 인과응보적 세계관으로 다시 한번 욥을 교훈한다. 엘리바스의 충고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욥에게 빌닷이 분노의 감정을 섞어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네 자녀들이 주께 죄를 지었으므로 주께서 그들을 그 죄에 버려두셨나니”(욥 8:4).  
자녀를 잃고 슬픔과 절망 가운데 있는 친구에게 “너의 자녀들이 죄를 지어서 죽었다”는 저주의 말을 쏟아냈다. 지금이라도 욥이 정신을 차리고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회개하면 하나님께서 다시 욥의 삶을 평안하게 해 주실 거라면서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고 내뱉는다.
욥기서 8장 7절 말씀은 욥의 고난을 진정으로 아파하고 위로하기보다 판단과 정죄로 포장된 무서운 독설적 표현이다. 욥과 욥의 자녀들이 죄를 지어 고난이 닥쳤으니 지금이라도 그것을 깨닫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나아가면 그 시작은 보잘것없지만, 나중에는 다시 크게 형통하게 되리라는 의미다. 
하나님은 세 친구의 말에 동의하지 않으셨다. 욥기서 42장 7절에는 하나님이 욥의 세 친구에게 분노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호와께서 욥에게 이 말씀을 하신 후에 여호와께서 데만 사람 엘리바스에게 이르시되 내가 너와 네 두 친구에게 노하나니 이는 너희가 나를 가리켜 말한 것이 내 종 욥의 말같이 옳지 못함이니라”(욥 42:7). 
성경 말씀은 항상 전체적인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화자가 얼마나 좋은 의도와 긍정적인 관점에서 말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앞으로는 이 구절을 남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 오은규 목사(성동광진공동체)
 

작성자  정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