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5일 일
사역

■ 온누리 일본 긴급구호팀 동행취재기

 

쓰나미 잔해 속에서 찾은 희망

 

“우리가 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 일의 증거입니다”

 

지난 3월 일본 태평양 연안 지역을 뒤덮은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로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교회는 현지 피해실태를 조사하고 구호활동을 돕는 베이스캠프 설치를 위한 1차 선발대를 지난 8일(금) 일본 동북부에 위치한 가마이시(釜石, 사진)시로 파견했다. 4박5일 동안 선발대와 동행한 기자가 재난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야말로 현실적이지 않은 모습 그 자체였다.

/ 정성진 기자 jun@onnuri.org

 

 

이와테현 등 동북지방 지진피해 상상초월

전쟁터 한복판 와 있는 듯 … 허탈감 엄습

방사능의 위험 무릅쓰고 구호활동 비지땀

 

“일본을 위해서 3주 동안 금식하며 기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를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8일 새벽 김포공항 출국장 안, 10명의 대학청년과 3명의 교역자로 구성된 1차 긴급구호 팀원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회사 일정을 서둘러 마치고 참석한 형제, 일본어 통번역을 하던 중 예기치 않게 직장을 그만두고 참석하게 된 자매, 출발 이틀 전에 참석여부를 묻는 전화연락을 받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일본행을 결정한 형제까지 긴급구호팀에 나선 이들은 그 이유도 다양했다. 방사능 피폭을 우려한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지진의 참사 현장을 택한 이들의 얼굴에선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2시간여의 비행을 마친 비행기가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입국장을 빠져 나오는 선발대가 처음 접한 소식은 전날(7일) 저녁에 미야기(宮城)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강진의 여파로 구호활동 베이스캠프가 차려질 예정인 가마이시로 들어갈 수 있는 모든 도로가 차단됐다는 비보였다. 도로가 재개될 때까지 공항에서 1시간여 거리에 위치한 요코하마 온누리교회에서 주일(10일)까지 머무르기로 결정됐다.

 

도착예배를 드리면서 이상준 목사(대청본부)는 “하나님께서 머물러 있으라고 하실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요코하마에 있는 동안 하나님께서 우리를 일본으로 보내신 뜻을 알고, 우리의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는 시간으로 삼자”고 당부했다.

 

구호팀이 일본을 품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하나님의 배려였을까. 요코하마에 머무는 동안 매일 아침 큐티와 기도회, 교회 청소와 주일예배 특송으로 섬기면서 영적 충전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길가마다 쓰레기가 산더미

 

11일 오전 6시30분. 선발대가 타고 갈 25인승 버스가 도착했다. 침구류와 난방도구, 작업도구 등 베이스캠프에 설치할 짐으로 버스가 가득 찼다. 한국과 해외 언론들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물질 유출로 취재진의 피폭을 우려해 대부분 철수한 가운데 선발대는 고통의 현장 한복판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한 여정에 몸을 실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원자로 보수를 위해 목숨을 건 원전회사의 직원들처럼.

 

요코하마를 출발한 버스가 이와테현(岩手縣) 연안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지 8시간이 지난 오후 5시였다. 가마이시 전철역에서 현지 통역과 구호일정 등을 위해 앞서 출국한 김철희 목사(요코하마 온누리교회)와 마키토 목사(일본어예배), 정현주 간사(러브소나타)와 만났다. 반가움을 숨기지 않고 서로 얼싸안았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유명한 이와테현의 남동부에 위치한 인구 4만 명의 항구도시 가마이시. 선발대가 도착한 11일 현재, 지진과 쓰나미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이 1,000명을 넘었다.

 

한 달 전 이곳을 뒤덮은 검은 파도를 상기시키듯 하늘은 우중충하게 찌푸린 채 가는 비를 뿌리고 있었다. 습한 공기를 타고 비릿한 냄새가 사정없이 코를 찔러왔다.

 

언론을 통해 전해들은 참혹한 현장이 눈앞에 펼쳐지자 버스에서 내린 구호팀원들의 얼굴이 순간 긴장감으로 굳어졌다. 건물의 2층까지 쓰나미에 휩쓸리면서 유리창과 셔터는 물론 상점에 전시된 물건들까지도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자위대가 쓰레기를 한쪽으로 치워내 길가마다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뤘다.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신생가마이시교회는 1층은 수몰되고 2층도 계단 바로 아래까지 물이 들어차는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베이스캠프는 와세다대학과 요도가와그리스도교병원에서 구호활동을 나온 2개 팀과 함께 1층과 2층을 나눠 사용했다.

 

12일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한 달 만에 사고 등급을 체르노빌 사태와 동일한 최악의 사고를 의미하는 ‘7등급’으로 상향됐다. 아침 일찍 가마이시의 피해 지역을 돌아보기 위해 차에 오른 기자와 선발대 영상촬영을 담당하고 있는 한 형제는 불안한 마음을 빈웃음으로 추스렸다.

 

지진해일 피해 지역에 도착하고 보니 귀에 물이 들어찬 듯 가슴이 먹먹해졌다. 허탈감이 엄습해 왔다. ㄴ자로 꺾인 채 쓰러진 전신주, 해안가 도로나 주택가에 거꾸로 뒤집어지거나 옆으로 누운 채 방치되어 있는 선박, 높은 파도를 온 몸으로 막아선 제방은 뭉개놓은 두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융단폭격을 맞은 듯 뼈대만 남은 건물은 전쟁터 한복판에 와 있는 듯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이 사람이 살던 곳이란 말인가. 절망감으로 몸서리쳐졌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에 힘이 빠졌다.

 

 

 

사랑의 밀알 뿌린 구호팀

 

13일부터 베이스캠프 주변 정리와 마을 청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방진마스크와 고무장갑이 구호팀에게 지급됐다. 이날 구호팀은 눈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강풍으로 사역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먼지와 흙이 사방으로 날려 이중으로 착용한 방진마스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흙과 먼지가 입안에서 씹혔다.

 

따끈한 우동국물이 행인의 발길을 붙잡았을 우동집. 하지만 주방도구와 식탁은 진흙더미로 엉망이 된 채 널브러져 있었다. 가게 주인은 구호팀의 봉사활동에 서툰 한국말로 연신 “감사하므니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지진과 쓰나미로 평화로운 듯 보이던 세계가 실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살얼음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구호팀이 사전 준비모임을 하면서 외웠던 인사말은 ‘감사합니다. 잘되고 있습니다. 더 잘 될 것입니다’였다. 이 구호는 급변하는 현지 상황에 따라 일정이 수시로 변경되는 등 예기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힘과 용기를 잃지 않는 힘을 불어넣는 응원 구호가 됐다.

 

지진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폐허 더미를 뒤져가며 찾아야 하는 희망은 무릎으로 걷는 걸음처럼 느리게만 다가온다. 하지만 긴급구호팀은 슬픔으로 무너져 있는 이들의 가슴에 언젠가는 피어날 사랑의 밀알을 남겨두고 돌아왔다.

작성자  온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