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여 깨어나라!
태풍 ‘하이옌’이 남긴 상처와 희망
필리핀 중부지역(Visayas)의 레이테섬, 세부섬, 네그로섬, 파나이섬 등을 차례로 할퀴고 지나간 슈퍼태풍 하이옌(욜란다). 순간 최대 풍속이 시속 379km를 기록한 하이옌은 강력한 바람과 해일로 온 마을을 순식간에 초토화 시켰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절규하는 필리핀 주민들의 눈물을 멀리서 바라보는 지구촌 이웃들의 마음도 젖었다.
태풍 피해로 아파하는 필리핀 주민들을 돕기 위해 온누리교회 소속 NGO 더 멋진 세상은 지난 12월 4일 CMN과 청년부 멤버 23명을 긴급구호팀을 파나이섬으로 파견했다. 일로일로지역을 기점으로 열흘간 진행된 구호활동은 4개 마을에서 1,000여명을 진찰했고, 12개 마을의 2,000명에게 비상식량과 생필품 등이 담긴 구호품 세트를 전달했다.
계속된 중부지방의 자연재해
필리핀 중부 지역은 지난 10월 15일 중부 보홀섬을 중심으로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이 발행하여 많은 가옥이 파괴되고 인명피해도 발생했었다. 하지만 지진으로 놀라고 아픈 마음을 수습하기도 전, 찾아온 초강력 태풍의 재앙으로 필리핀 중부지역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해일이 발행한 해안 지역은 마을이 침수되어 통째로 쓸려나갔고, 산간 마을은 주 소득원인 바나나와 망고 나무 등 과실수 들이 대부분 쓰러져서 앞으로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아무런 수확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학교 지붕은 뻥 뚫렸고, 체육관 건물의 철골구조는 엿가락처럼 휘어져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다.
태풍 피해 현장을 이곳저곳 둘러보니 마음이 착잡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고, 우리의 한정된 힘으로 이 많은 피해 주민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태풍 발생 3주째가 되는 시점이었지만 아직도 피해 가옥들은 즐비했고, 강력한 바람 앞에 산의 나무들도 초록을 잃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폐허가 된 해변 마을 주민들은 생계수단인 배가 파손되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외부 구호단체들의 도움으로 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그나마 구호의 손길이 미치는 지역은 다행이었다. 섬마을은 배를 타고 가야하는 접근성의 어려움으로 인해 여전히 소외되고 있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손길이 미치지 못한 지역의 피해주민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찾아가서 사랑을 전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교회에 몰려드는 주민들
구호활동 첫날은 차량에 구호품 운반을 알리는 현수막도 설치하고, 필요한 약품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서 가야했기에 바빴다. 특히 구호품을 싣고 가야하는데, 그 부피가 크고 개수도 230개 이므로 한 트럭 가득히 실어야 했다. 더운 날씨에 구호품을 싣는 팀원들은 아침부터 땀으로 목욕을 해야 했다.
오전 10시 30분 쯤 첫 목적지인 사라(Sara) 인근 아푸사가(Apusaga) 산간마을에 도착했는데, 도로가 아직 정비가 덜 되고, 태풍으로 넘어진 전신주와 전기선이 그대로 있어서 차량이 마을로 접근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모든 팀원들은 마을 주민들의 오토바이를 타거나 20여분을 걸어서 가야했다. 시작부터 도로 사정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로 모든 짐을 교회로 옮기고 의료사역을 먼저 시작했다.
의료활동 장소인 마을의 교회에는 벌써 1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약품을 꺼내기, 발전기의 시동을 걸어 전기 공급하기, 주민들을 번호 순서대로 접수하기 등 차례대로 해야 할 일을 진행했다. 아웃리치의 경험이 많은 의료팀원들이라 일이 수월했고, 특히 현지인들과 통역자들이 열심히 섬겨주어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었다. 외과와 산부인과의 진찰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주민들이 계속 교회로 몰려왔다.
이곳의 가구는 227가구이고, 교인 수는 50여명인데, 태풍으로 인해 지난 주 교회 출석인원이 15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태풍을 통해 교회가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복음을 전하는 기회가 되어 더욱 부흥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오전 11시 15분쯤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해서 12시부터 가구별로 이름을 체크하며 나누어 주었다. 현지 교회에서 작성한 주민들의 리스트를 마을의 리더가 체크하면 한 가정씩 구호품을 전해주는 방식으로 천천히 차분하게 진행하였다. 주민들은 정부가 주는 2kg 단위의 쌀만 받다가 묵직한 구호품 세트를 받아들자 환한 미소로 “살라맛”(고맙습니다)을 외쳤다.
물품 분배를 마친 오후에는 구호팀원들이 마을의 진입도로를 정비했다. 마을의 동장도 한국에서 온 구호팀들을 보고서야 부리나케 사람들을 동원해서 도로의 폐인 곳에 흙을 뿌리고, 넘어진 전신주도 바로 세워서 차량의 진입이 수월하도록 도왔다.
더 멋진 세상이 품은 더 멋진 아일랜드
더 멋진 세상 본부는 구호활동 지역 중에서 우리의 힘을 집중해서 장기적으로 도와주어 주민들을 복음화 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하기 위해 아후이(Ajuy) 군청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해 인근 섬마을 하나를 추천 받았다. 비농안안(Binognan-an)이란 이름의 조그마한 섬으로, 망오로꼬로에서 15분 정도 배를 타고 가야 했다. 그곳에는 50가구와 3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었고, 태풍으로 인해 콘크리트 건물 1채를 제외한 나머지 49채가 파도와 바람에 무너지고 마을은 온통 쓰레기 더미로 뒤덮여 있었다.
이곳에도 학교가 있어서 유치원과 초등 2학년까지 수업을 진행했다. 학교 건물은 나무로 기둥을 세워 지붕을 덮고 허리 높이로 벽을 둘러 만든 교실 세 칸이 전부다. 흙 바닥 위에 의자 몇 개를 들여 놓고 조그만 칠판을 걸어 놓은 게 교실이었다. 전기는 발전기를 사용하고, 물은 우물을 파서 목욕이나 기타 빨래에 사용하고 식수는 생수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교회는 없고 조그마한 성당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 태풍이 무너져 버렸다.
리서치를 마친 후 더 멋진 세상은 이 섬을 입양하여 지속적인 관리를 하기로 했다.
섬에서 처음 드려진 주일 예배
비농안안섬이 입양된 후 첫 주일인 지난 12월 8일 오전, 이 섬마을에서 처음으로 주일 예배를 드렸다. 찬양소리에 동네 아이들이 몰려오고 할머니들이 함께 예배하기 위해 들어왔다. 언어는 달라도 찬양 멜로디에 흥얼거리며 함께하는 모습이 멋진 조화를 이루며 감동적인 예배의 자리가 되었다. 몇몇 아이들은 찬양을 아는지 영어로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 섬은 앞으로 더 멋진 세상에서 지원한 2,000만원으로 주택복구 사업을 진행하고, 2단계 사업으로 학교 건물을 비전센터로 신축해서 학교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우물공사와 위생설비의 설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을 복구와 비전센터의 건립이란 외형적 변화와 더불어 영적인 변화도 진행할 계획이다. 섬으로 오기위해 배를 탔던 망오로꼬로 포구에 자리한 현지인 교회의 담당자인 플로리타(Florita, 45세, 여) 목사가 주일 오후마다 비농안안섬을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제자 삼는 일을 진행한다. 마을 조성 사업과 제자 양육이 병행되어 진행한다면 이 마을에 교회가 들어설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에메랄드빛의 바닷물과 멀리 보이는 섬과 하늘의 구름, 이 모든 아름다운 자연에서 예배를 올려 드리는 그날이 속히 올 것을 기대한다.
/ 고대선 부장(더 멋진 세상)
작성자 김남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