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5일 일
사역

순교의 피가 흐르는 또 하나의 땅 끝 파키스탄에서

 

김광동 장로(NGO 더 멋진 세상 ‘Better World’ 이사장)

 

6월 17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후 6시간을 기다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결국 자정이 가까워서야 파키스탄의 수도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려서니 G 선교사님이 우리를 호텔로 안내하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다. 파키스탄의 호텔은 빈라덴 사살과 매리어트 호텔 폭파 사건 등의 여파로 테러 방지를 위한 검색을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었다.

 

고(故) 바티 장관 순교 현장 방문 다음날 오전 파키스탄 헌법의 ‘신성 모독죄’ 철폐를 부르짖으며 종교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고(故) 샤바즈 바티 장관의 순교 현장을 방문했다. 숙연한 마음으로 고인의 헌신과 수고를 생각했다. 저격 장소에 바티 장관 순교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천막을 설치했다. 바티 장관 순교 기념비가 파키스탄 선교의 새로운 역사적 기념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슬픔을 간직한 채 다음 장소인 크리스천 빌리지를 방문했다. 유복한 이슬람교도들의 저택 바로 옆에 위치한 크리스천 빌리지를 방문하면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한 일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정부 지원도 없이 극심한 차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믿음의 형제들을 보며 우리를 이곳에 보내신 주님의 뜻을 확실히 깨달았다.

 

오후에는 고(故) 샤바즈 바티 장관 순교 이후 장관직을 승계한 큰형 폴바티 총리 보좌관을 만났다. 폴바티 총리 보좌관과 함께 바티 장관의 고향 마을에 온누리 성도들의 모금으로 건립하게 될 온누리 비전센터 주변을 방문했다. 비전센터에서 이 마을의 발전을 위한 미래 사역에 관한 협의를 했다. 또한 고(故) 바티 장관의 관저 만찬에 초청되어 따뜻한 교제와 애찬을 나누었다.

 

후쉬 푸르(행복한 마을)에서의 사역

 

다음날 아침 5시에는 파키스탄 중부지역에 위치한 바티 장관의 고향 후쉬 푸르(Kush Pur, 현지어로 행복한 마을)에 도착했다. 냉방된 차에서 내리는 순간 마치 찜질방에 들어온 것처럼 45도의 열기와 습기에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더위보다 우리는 곤혼스럽게 만든 것은 행복한 마을이라는 이름과 거리가 먼 참담한 마을 생활 여건이었다. 바티 장관이 이 마을 출신이어서 다른 지역 크리스천 마을보다 그나마 환경이 나은 편이었지만, 주택과 도로에는 버려진 오물에 의한 악취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진동하고 있었다.

고향을 지키는 바티 장관의 형의 안내로 십자가가 가득한 마을 공동묘지의 바티 장관 묘소에 헌화하고 묵념을 올렸다. 바티 장관이 순교하기 한 달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자신의 무덤을 크게 만들라고 유언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순교를 예감했던 모양이다. 바티 장관은 아버지 무덤 곁에 나란히 묻혔다. 바티 장관은 40세가 넘도록 독신으로 살았는데, 고등학교 시절 집회에서 거듭난 체험을 한 후 파키스탄 크리스천 무브먼트(PCM)를 결성해 목숨을 걸고 전도에 전력했다. 그는 모슬렘 사회에서 핍박 받고 고난 받는 자들을 위해 헌신하다가 모슬렘 과격분자들의 흉탄에 쓰러져 하늘나라로 갔다.

 

‘온누리 비전센터’ 청사진

 

폴바티 총리는 우리를 마을회관으로 안내하고 앞으로 지을 ‘온누리 비전센터’의 청사진을 설명했다. 그는 비전센터를 위해 모금을 아끼지 않은 온누리교회와 성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곳에 세워질 비전센터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바티 가족의 3,000여 평의 땅에 세워질 예정이다. 바티 장관 기념관과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 훈련원, 육아 교육 및 큐티 사역을 위한 장소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한다.

아름답게 펼쳐질 청사진을 보고 있었지만 우리로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겨우 목숨만 연명하고 있는 믿음의 형제들이 안쓰러웠다. 3만여 명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은 지하수에 염분이 많아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식수도 부족해 1km 떨어진 곳의 하천에서 배수관을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배수관으로 물을 끌어다가 농사 및 식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낡고 녹슬어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이 마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물 부족을 극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물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또한 하수 처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어 오폐수가 마을길에 넘쳐나는 등 위생 환경이 열악하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평균수명은 50세 미만이다. 극심한 박해와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크리스천의 삶을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의 삶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이 믿음의 형제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더 멋진 세상(Better World)의 역할

 

지난해 온누리교회 창립 25주년 기념예배에서 하용조 목사님은 "앞으로 25년 사역의 목표는 전 세계에서 고통 받고 재난을 당한 자들에게 돕는 일"이라며 "우리가 앞장 서서 베풀고 나누어 줄 수 있도록 '더 멋진 세상'(Better World)’을 만들자"고 제안하셨다. 그 결과가 사단법인 NGO ‘Better World’이다.

더 멋진 세상 구성 직후인 지난 3월, 제1차 활동으로 일본의 지진 및 쓰나미 피해 복구 활동을 전개했다. 이렇게 ‘더 멋진 세상’은 재난을 당하거나 전쟁과 기근 등으로 고통 받는 지역과 마을을 대상을 찾아가 최소한의 인간적 기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더 멋진 세상’의 사역 방향을 생각할 때 후쉬푸르마을(행복한 마을)이 가장 적합한 사역의 대상이 되리라고 믿고 도울 것을 결단했다.

크리스천들의 주거를 복음 전파가 어려운 특정 지역에 제한하면서 이슬람을 떠나면 극심한 가난과 고통을 겪는다는 모델로 삼고자 하는 파키스탄의 정책을 감안할 때, 후쉬푸르 지역을 생활환경이 좋은 ‘잘사는 기독교 마을’로 만든다면 다른 지역에 사는 크리스천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이곳을 통해 모슬렘 교도들에게도 “예수님을 믿으면 잘살 수 있다”는 도전을 주는 것은 물론, 선교의 목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을 꿈꾸며 복음 전파 사역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12월에 온누리 비전센터가 완공되면, 이 센터를 중심으로 시급히 요청되는 식수와 농업용수를 위한 수질 개선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다. KOICA와 새마을운동중앙본부와 협력해 도로 및 하수로 개선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역은 면화 재배 지역이기 때문에 독지가나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작은 규모의 방직공장과 봉제 공장을 설립하면 고용 및 소득 창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하나님 나라에서 받을 상급만을 바라보고 있는 호쉬푸르 지역 사람들.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곳 주민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름 없이 묵묵히 현지인들의 마을에 살면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계신 두 분 선교사님들의 사역에 풍성한 열매가 맺히기를 비행시간 내내 기도했다.

우리가 이세상의 모든 일에 관여하여 해결 할 수 없지만 모든 열방을 위해 기도를 할 수 있음에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파키스탄 방문을 통해 고(故) 바티 장관의 순교의 피가 흐르는 파키스탄이 언젠가는 복음의 물결로 흘러넘치기를 기대하며 기도한다.

 

작성자  온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