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국내캠퍼스

중이 되려던 도예가 벽산,

중 되려던 도예가 벽산, “이제 나의 꿈은 교회를 빚는 것”

김길배 내달 4~11일 수원캠퍼스 전시…상투적 소재와 구도 탈피로 호평

▲작품 ‘속박에서 자유로’를 바라보며 교회의 온전함을 기도하고 있는 벽산.

 

중이 되려 했던 한 도예가가 십자가를 가슴에 품고 장작가마를 지피기 시작했다. 남한강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만나게 되는 여주 상백리 벽산(闢山) 김길배의 작업실. 새벽 4시, 벽산은 간절한 기도를 드린 후 가마를 열었다.

이게 웬일인가. 대부분의 도기는 불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가 있었다. 벽산은 캄캄한 마음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포기해 버릴까. 벽산은 순간 묵상했다. “예수님의 형상을 빚은 대부분의 작품이 깨져버렸다. 이건 나의 티끌만한 교만도 연단시키려는 주님의 뜻이야. 그래, 더욱 겸손히 다시 일어서 그의 영광을 드러내자.”

 

이처럼 질곡의 긴 터널을 통과해 탄생한, 벽산의 전작과 전혀 다른 작품 세계가 오는 9월 4일(주일)부터 11일(주일)까지 수원캠퍼스 10층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교회를 세우는 사람들.’ 전시될 도예 작품에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교회에 대한 그의 사랑이 옹골지게 형상화되어 있다.

 

흔히 기독교 작품이라고 하면 포도나무, 주기도문 등 정형화된 소재들을 떠올리지만, 이번 벽산의 도자기에는 기존의 종교적 상상력을 완전히 뛰어넘는 조형예술미가 생동감 있게 퍼덕이고 있다. 도기 표면은 음각으로 그려 넣지 않고, 빚은 흙으로 한 점 한 점 붙여가며 그림을 그리듯 형상화 했는데, 이는 탁월한 회화적 재능이 아니고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기법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조소과 회화의 절묘한 결합인 것이다.

 

작품 ‘속박에서 자유로’는 어둠의 길을 걷던 벽산 자신의 과거와 십자가를 통해 자유로워진 현재적 삶이 깊은 색감과 역동적인 구도로 어우러져 환상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으며, ‘순교자의 길’ ‘교회를 세우는 사람들’ 등 대부분의 작품 속 십자가엔 못 자국과 보혈이 피워낸 화려한 꽃들이 만개해 있다. 동시대인으로서 본 사람이 없기에 예수님의 얼굴은 윤곽만으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주님의 눈과 코, 입이 보인다고 고백한다.

 

이천 미협 소속으로 청년작가 초대전, 흙과 불의 정신전, 한일미술교류전,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 각종 단체전에 참가하며, 20여 년간 도예가 세계에서 이름을 알려온 벽산 김길배는 지난 가을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한갓 거짓된 삶에 불과했다고 고백한다.

 

1억 원 상당의 성당 도벽화 제작 제의가 들어왔지만 비크리스천이란 사유로 거절하고 얼마 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분당 마르코 성당의 도벽 작업을 하던 지난해 어느 날. 온누리교회 장혜진 권사의 도움으로 유럽을 기행 하던 중 로마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 ‘천지창조’에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는 벽산. 그길로 귀국한 벽산은 잘못 조형해 오던 천사의 날개 방향을 바로 잡는 등 도벽을 마무리하고 수원캠퍼스 새벽기도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가장 즐겁다는 벽산. 그의 꿈은 모든 교회가 온전히 세워지는 것. 그가 속해 있는 수원캠퍼스 믿음7순(방재덕 순장)은 동일한 비전을 소유, 여느 순 못지않은 열정으로 성경공부와 신앙생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의 수익금을 교회를 세우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비전을 지켜본 시인 정정길이 시 100편으로  동참하기로 했으며, 비크리스천인 출판사(항하사) 대표 이운희씨는 도록 등을 무료로 제작해 주기로 했다.

 

초벌작업을 위해 목욕재계 후 벽산은 가만히 장작가마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

/차명권 기자 salt@onnuri.or.kr

작성자  온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