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모든 것으로 하나님을 찬양해요”
<온사랑합창단 전국장애인합창대회 참가기>

“내가 가진 모든 것으로 하나님을 찬양해요”
지난 12월 3일(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 센터에서 ‘제20회 세계장애인의날 기념 전국장애인합창대회’가 열렸다. 이날 예수사랑부의 ‘온사랑합창단’이 참석해 2년 연속 ‘나눔상’을 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다음의 글은 온사랑합창단의 이정익 형제의 어머니 배현경 성도의 합창대회 참가기다. / 정지은 기자 jji@onnuri.org
빛이 되시는 하나님
‘그리고 잔치는 끝났다...’라고 생각했다. 지난 9월 26일 우리 온사랑찬양팀은 제20회 장애인의 날 기념 전국합창대회 예선 심사를 위해 동영상을 촬영해 보냈는데 얼마 후, 예선탈락 통보를 받았다. 우리는 정성을 다해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드린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주일 후 다시 통보가 왔다. 본선 진출팀 중 한 팀이 사정에 의해 기권을 했는데, 그 팀이 지적장애인팀이라 예비후보 2위였던 우리 온사랑찬양팀이 진출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참 유머도 풍부하시다. 그냥 본선에 진출하면 싱거울까봐 우리에게 한 번 쉼표를 찍어주셨나 보다.
작년 6월, 우리 정익이가 속해 있는 지적장애청년부인 예수사랑부에서 찬양팀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나왔다. 정익이는 사랑챔버에서 첼로를 연주하는데, 정작 노래 부를 땐 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쉽게 말하자면 ‘음치’였다. 예사부 큐티지인 <생명의 빛>은 열심히 하고 성경 구절도 암송하려 애쓰는데, 찬송가와 복음성가를 부를 줄 모르고 애창곡도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찬양팀에 참여하면 많은 찬송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얼른 참가 신청을 하고 첫모임에 나갔다. 참가인원은 12명. 총무 문소현 선생님의 협박과 회유로 모인 단원들이었다. 소리를 낼 줄 모르는 단원도 있었고, 정익이처럼 음을 따라 가지 못하는 단원도 있었다.
상처와 아픔 나누는 곳
반주 담당이신 한승욱 선생님의 편곡과 이성은 선생님의 지휘 아래 한 두곡씩 연습하던 중 우리는 2달 만에 밀알학교 장애인예배에 특순으로 초대됐다. 나를 포함한 엄마들도 찬양팀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연습을 반복하면서는 내가 더 재미가 나서 연습이 있는 수요일이 기다려졌다. ‘아하! 이런 기분으로 정익이가 싫다는 소리 안하고 꼬박꼬박 연습하러 가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 후 매주 수요일에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모여 합창 연습을 하고, 예배를 드렸다. 아이들이 연습하는 동안 엄마들은 전도사님과 함께 기도모임을 가지면서 각 가정의 아픔을 위해 중보기도를 한다. 모임이 끝난 후에는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진다. 매주일 예사부 예배가 끝나고 아이들을 데리러 가서 눈인사만 나누던 엄마들도 이제는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같이 어루만지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 단원들의 노래 소리가 점점 좋아지면서 10여 년 전, TV에서 본 장면이 생각났다. 어떤 초등학생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에게 많은 것을 체험시키기 위해 동물원에 함께 다녀오면서 “물개도 훈련시키면 저렇게 재주를 부리는데, 우리 아이는 왜 안될까요?”하며 울던 장면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빨리 훈련시키고, 많이 공부시켜서 남들 보기에 우리 아이가 정상처럼 보이게 해야지’, ‘내가 힘들어도 잠자는 시간 빼곤 정익이에게 많은 걸 보여 주러 다니고 많은 것을 시켜야지’하면서 정작 정익이의 얼굴은 보지 않았다. 내게 정익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내 노력의 결과가 빨리 나타나야 한다는 급박함만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5년 전, 하나님께서 정익이 아빠를 하늘나라로 빨리 데려가시는 사건으로 인해, 내 환도뼈를 치셨다.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을 교회로 데려오신 이후로, 내 힘만으로는 절대로 환경을 바꿀 수 없다는 나만 모르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정익이는 엄마가 교회에 다니니까 엄마가 시키는 대로 당연히 예사부에 들어갔다. 그런데 점점 선생님들이 정익이를 사랑해 주시고 성경 말씀을 듣다보니 정익이의 표정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정익이는 내가 그렇게 원했듯이 자기의 감정을 간단하게나마 말로 표현했다. 환해진 정익이의 표정을 보면서 나도 무엇을 하기 전에 정익이의 의견을 물어보게 되었다.
순전히 자신의 의지로 찬양팀에 들어간 정익이는 그만큼 열심히 노래 연습을 했다. 음정은 틀렸지만 집에서 혼자 찬송을 연습하는 정익이의 소리를 들으면 행복해졌다. 게다가 이번에 연습한 찬양곡 ‘Amazing Grace’ 중간에는 랩 파트가 있는데, 그것을 정익이가 맡게 되었다. 음정이 불안한 정익이한테 안성맞춤이었다.
하나님은 다 듣고 계셨다
드디어 12월 3일, 본선날이다. 합창대회가 강원도 평창에서 열려 아침 일찍 교회에 모여 같이 떠나기로 했는데, 정익이는 배탈이 나서 새벽 3시부터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랩 부분 때문에 나름 긴장이 되었나보다. 차는 왜 이렇게 막히는지, 우린 그만 지각을 해버렸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평창. 정익이는 탈진했는지 간식도 거부하면서 버스 안에서 계속 잔다. 무한대의 식욕을 가진 정익이에게는 정말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작년 삼성 코엑스에서 열렸던 제19회 합창대회가 생각났다. 개회식 때 조금은 지루한 내빈축사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어떤 한 분이 축사 대신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동요를 부르시는게 아닌가! 참신하고 인상 깊었다. ‘그래, 우리들 마음에는 하나님의 빛이 비추고 있지. 영원히 따사로운 하나님의 빛이...’정신없이 리허설을 치르고, 대회는 시작되었다.
드디어 네 번째, 우리 차례가 되었다. 그동안 연습했던 실력을 발휘해야지 하는 마음과 긴장된 마음으로 줄지어 입장하여 무대에 섰다. ‘어, 그런데 정익이가 랩을 할 때 사용할 마이크가 없다.’ 어떡하나 하다가 반주가 시작되어 버렸다. 노래하면서 힐끔힐끔 정익이 쪽을 보는데, 결국 정익이는 마이크 없이 랩을 했다. 랩 소리는 노래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아! 속상해.’ 합창대회를 연습하는 동안 정익이의 독무대를 상상하면서 얼마나 즐거웠는데 왜 주최 측과 선생님들은 마이크 체크를 안해주셨는지 서운했다. 왜 정익이는 먼저 독창한 보라 누나한테 중간에 마이크를 건네받을 생각을 안했는지도. 이럴 거면 뭐하러 제일 바쁜 월요일 날 직장도 안가고 따라왔는지 후회도 됐다. 기가 막히고 속이 상해서 엄마들의 위로 소리도 안 들리고, 찬양팀이 같이 찍는 기념사진도 내 나름의 소심한 반항으로 안 찍었다.
한참을 혼자 씩씩거리다가 문득 정익이를 보니, 정익이는 완전 굳어버린 내 표정에 주눅이 들어 손에 쥔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정익이의 하얗게 말라 버린 입술이 내 눈에 들어왔다. 몇 번의 화장실행으로 탈수가 되어 힘이 빠진 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연습한 대로 열심히 랩을 했던 정익이가 그제서야 내 눈에 보였다. 그러면서 내 마음에는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정익 엄마야, 난 너희들이 연습할 때 이미 다 듣고 다 알고 있었다. 정익이를 위로해줘라.”나는 또 한번 내 교만과 과시욕을 지적해 주신 하나님 덕분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아유, 정익아 잘했어’하니 그제서야 정익이가 싱긋 웃는다. 대회 결과는 예상대로 참가상 정도인 ‘나눔상’이었다. 전도사님의 해석에 따르자면 은혜를 나누자는 뜻이란다.
우리 온사랑찬양팀의 합창은 계속될 것이다. ‘나를 지으시고 부르신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나의 가장 낮은 마음을 기뻐하시는 하나님’, ‘그분만 따르면서’, ‘Amazing Grace’를 찬양하리라.(따옴표 속은 온사랑합창단이 부른 노래 제목이다)
“어두운 내 삶속에 참된 빛 되어 찾아오신 분. 죄악 속에서 헤맬 때 내 손 잡아 건져주신 분. 다 포기하고 싶을 때, 다 원망하고 싶을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날 안고 가신 분.”(Amazing Grace 중 정익이의 랩 부분)그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 배현경 성도(이정익 형제 어머니)
작성자 온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