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사역

[양재 이웃사랑팀과 함께] 새로운 기억을 선물하는 공간!

양재 이웃사랑팀과 함께
 
새로운 기억을 선물하는 공간
가정폭력피해자 쉼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가족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하고 엄청난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다. 그들의 소원은 그 아픈 기억을 지우는 것이다. 
양재 이웃사랑팀과 함께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새로운 기억을 선물하는 공간을 찾았다. ‘가정폭력피해자 쉼터’다. 가정폭력피해자 쉼터에서는 피해자들에게 쉼과 안정, 위로와 회복을 제공하고, 자립을 돕는다. 그들과 함께 가정폭력 피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꿈을 꾸도록 도와준다. 가정폭력피해자 쉼터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 홍하영 기자 hha0@onnuri.org
 
“그 기억을 지울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어느 가정폭력피해자의 고백이다. 그녀는 그토록 사랑하고 의지하던 남편에게 폭력을 당한 그 날의 기억을 도려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지우고 싶을수록 그 기억이 더욱 선명해져서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그녀를 폭행하던 남편의 손이 어린 딸에게 향하는 것을 보고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 길로 집을 뛰쳐나와 남편이 찾지 못하는 곳으로 숨었다고 했다.
그 끔찍한 기억을 지우고 싶은 것은 그녀만의 소원이 아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 모두가 그날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한다. 가족에게 당한 그 끔찍한 폭력과 씻지 못할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그 끔찍한 기억 때문에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27일, 30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들이 어머니에게 술값을 내놓으라며 또 폭언을 퍼붓는 아버지를 둔기로 살해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 아들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함께 생을 마감하려다 실패하고 자수했다. 아들이 써둔 유서에는 오랜 시간 가정폭력을 일삼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아들은 “모두에게 미안하지만, 아버지에게는 미안하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범죄를 두둔하거나 옹호하는 게 절대 아니다. 살인은 말을 보탤 필요가 없는 범죄다. 그러나 이 사건 이면에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 신고 가 △2021년 21만 8,680건 △2022년 22만 5,609건 △2023년 23만 830건으로 매년 1만여 건씩 증가했다. 지난해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신고된 가정폭력이 모두 90만 6,552건이나 된다. 한 해 평균 22만 6,638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있는 셈이다. 가정폭력피해자 현황도 있다. 여성이 12만 532명으로 남성(3만 849명)보다 4배가량 많다. 연령은 △40대 3만 4,510명 △30대 3만 2,623명 △50대 2만 7,675명 순이다.
그런데 그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누가 도와줄까?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피해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잠시나마 머무는 곳이 ‘가정폭력피해자 쉼터’다.
 
두 번째 가족, 
가정폭력피해자 쉼터
 
우리나라에 가정폭력피해자 쉼터가 67곳 있다. 가정폭력피해자 쉼터는 최대 1년까지 머물 수 있는 ‘단기 쉼터’와 자립 및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장기 쉼터’로 구분된다. 가정폭력피해자 쉼터에는 1366(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긴급 전화상담)이나 경찰서에 신고된 피해자들이 입소한다. 대부분 긴급 상황으로 입소한다. 외투는커녕 슬리퍼나 맨발, 심지어 속옷 차림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양재온누리교회 이웃사랑팀에서 어느 가정폭력피해자 쉼터를 돕고 있다. 피해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쉼터 이름을 밝히지 않고 ‘A쉼터’라고 칭했다. A쉼터에는 가정폭력피해자 50여 명(엄마와 자녀)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은 단기 쉼터여서 1년 정도 머물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자립생활시설로 이동한다. 
A쉼터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머무는 동안 그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엄마와 아이들의 정서 회복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 엄마들의 자립을 돕는 공공작업장 운영, 아이들의 진로 탐색을 위한 진로 프로그램, 정서발달을 위한 키즈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관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진짜 가족이 되어준다. 명절에는 함께 전을 부치고, 갈비와 잡채, 송편과 떡국을 만들어 먹는다. 매주 주일에는 함께 손을 잡고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여름에는 가족 여행을 떠난다. 크리스마스 파티도 한다. A쉼터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그 자리에 행복한 기억을 덧입히고 있다. 가정폭력피해자 쉼터가 그들의 두 번째 가족이다.
가정폭력피해자 쉼터의 역할
A쉼터에서 생활하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상처 입은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남편, 누군가는 아빠, 누군가는 아들, 누군가는 사위에게 가정폭력을 당했다. 그 끔찍한 상처를 입고 쉼터에 입소했다. 그런데 쉼터에 입소했다고 문제가 끝난 게 아니다. 가정폭력 행위자가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안고 산다. 엄마들은 자녀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내가 무능해서 아이들까지 폭력을 당하게 만들었다’, ‘내가 힘이 없어서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며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린다. 그래서 우울과 불안, 무기력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A쉼터에서 바로 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A쉼터에서는 엄마들의 회복과 자립을 돕기 위해서 공동작업장 ‘봄봄’을 운영하고 있다. 벌써 6년째다. 공동작업장 ‘봄봄’에서는 에코백, 파우치, 옷, 신발 등을 만든다. 이곳에서 일하는 엄마들의 손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튼튼하고 실용적이고 디자인까지 세련된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한번 보면 바로 사고 싶어질 정도다. 엄마들의 솜씨 덕분에 고정 고객이 늘고, 홍보 물품 주문도 늘고 있다. 
가정폭력피해자 쉼터에 입소하는 아이들은 가정폭력 행위자 몰래 학교를 옮겨야 해서 ‘비밀 전학’(학대 가해자로부터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등록 주소지를 바꾸지 않고 보호시설 주변 등 인근 학교로 전학이나 입학을 지원하는 제도)을 한다.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A쉼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A쉼터에서는 아이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희망스튜디오’와 ‘희망스피커’의 후원을 받아 예술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책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도록 돕는다. 아이들이 직접 동화를 쓰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상처 난 그 자리에 행복한 기억, 성공의 기억을 채운다. 아이들이 쓴 글과 그림을 모아 책 <꼬마작가 앨리스, 마법의 힘으로 어둠을 물리치다>도 출판했다. 꼬마 작가들의 출판기념회가 지난달 24~26일 온누리청소년센터에서 있었다. 책 <꼬마작가 앨리스, 마법의 힘으로 어둠을 물리치다>에는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기 싫어서 날개를 가지고 싶다는 물고기 이야기, 보름달이 뜨는 밤이 되면 늑대로 변해서 나쁜 사람을 혼내주는 이야기, 마법의 힘을 가진 지팡이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며 성장하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동화 속 주인공이 작가인 아이들과 많이 닮아있다. 책 <꼬마작가 앨리스, 마법의 힘으로 어둠을 물리치다>은 시중 서점이나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A쉼터 돕는 세 가지 방법
후원과 자원봉사, 중보기도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A쉼터’를 돕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후원과 자원봉사, 중보기도가 그것이다. 가정폭력피해자 쉼터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정부에서 한 달에 33만 원 정도를 지원한다. 그 돈으로 엄마와 자녀들이 먹고, 입고, 생활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나머지 생활비는 A쉼터에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해 줬으면 좋겠다. 생필품이나 식료품 후원도 큰 도움이다. 쌀과 김치, 라면, 옷, 신발, 가방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생필품과 식료품 후원과 자원봉사 문의는 양재 이웃사랑팀에게 하면 된다. 자원봉사자도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에게 좋은 남자 어른 상(狀)을 보여주는 따듯하고 부드러운 자원봉사자가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지우고, 그 자리에 사랑의 기억을 채워주시도록 모두 함께 중보기도했으면 좋겠다.

후원: 농협 301-0354-1238-01
생필품 후원 및 자원봉사 문의: 010-3343-4842(양재 이웃사랑팀)

작성자  홍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