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독자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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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환우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우는 호스피스

 

말기 암으로 투병하는 38세의 한 자매는 목회자 가정에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했고, 결혼에 대한 꿈을 펼치게 되었다. 그녀가 사람을 보는 인간의 눈은 제한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한 형제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혼까지 하게 되었고 귀여운 딸을 낳아 기르게 되었다. 몇 해 되지 않은 결혼생활이었지만 나날이 남편의 행동은 달라졌고 폭력과 갈등, 속박 속에서 처절하게 무너져 내린 결혼의 꿈은 결국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그녀에게 암이라는 병을 주었다.

 

진찰과 수술 그리고 반복된 항암치료의 고통. 그 사이 불성실하고 폭력적이던 남편과는 헤어지게 되었고 사랑하는 어린 딸은 친정 부모님이 돌봐 주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 그녀 스스로가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면서 영적으로 돌봐주던 내게 가슴 가득한 분노와 고통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도 예쁜 모습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한 달, 두 달이 지났고, 일 년 이 년이 흘렀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또다시 만나는 가운데 함께 웃고 울기를 거듭하다 이제 그녀가 하나님 가까이로 순례의 길을 떠나야 하는 시간에 이르렀다.

혼수(coma) 전, “죽음은 어떻게 느껴질까요? 혼수가 오면 어떡해요? 무서워요”라면서 온갖 상념에 잡혀 있는 하나님의 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내가 지켜 줄게, 내가 옆에 있어 줄께“였다.

 

그 날이 다가왔다. “목사님, 제 눈이 안 보여요. 제 손을 꼭 잡으시고 여기에 계속 앉아계세요.” 나는 그 손을 꼭 붙잡고, 혼수 전 시력이 먼저 사라진 자매와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웃기도 하고 곧 열릴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도 함께 기대했다. 추측으로만 할 수 있는 간접 경험인 죽음, 함께 있지만 내가 모르는 고통과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염려. 그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손을 붙잡고 얼굴을 만져주면서 하나님의 사랑이 자매와 함께 하심을 느끼는 것뿐이었다.

 

혼수처치실로 옮겨졌고 가족들이 한 사람씩 들어왔다. 조용히 함께 찬양을 하고 사랑을 나눴다. 자매의 할딱이는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고, 그 마음에 간직한 비밀스런 아픔을 수년간 들어온 나는 자매의 두 남동생을 밖으로 불러냈다. “누님의 고민을 아십니까?” 자매의 사랑하는 딸의 장래 문제를 동생들이 풀어 주기를 간청하고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두 동생은 누나의 손을 잡고 귀에 대고 말했다. “누나, 걱정 하지 마. 우리 둘이 아빠처럼 도와 줄거야.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결혼할 때에도 내가 손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갈게. 누나 안심해, 진심으로”하고 말하자 고통스러워하던 자매의 얼굴이 평안해지면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두 동생은 평소 매형으로 인해 조카마저 미워했었던 것이다. 그것이 그 자매의 고민이었고, 그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자매는 이 세상의 광야생활을 접고 본향으로 돌아갔다.

 

/ 김정숙 목사(호스피스 담당, 삼성서울병원 원목)

 

 

 

■ 온누리 호스피스 학교

 

바로 우리 곁에 외롭게 투병하는 말기 환우들을 돕는 손길로 함께 사역하기를 바라며 온누리 호스피스 학교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기간: 3월 28일~5월 30일

문의: 010-8246-1958(방현순 팀장), 019-422-5822(최민철 팀장)

작성자  온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