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사역

스토리가 힘이다 – 김종아 목사

수원_고등부_김종아 목사

얼마전 아이들과 함께 컴퓨터에 있는 사진을 정리할 일이 있었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의 사진부터 최근의 사진들을 분류하며 그날의 기억을 서로 이야기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같은 사진을 보아도 두 아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 다르다. 한 공간에서 같은 일을 경험했음에도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최소한 자신이 기억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마치 사진 속 상황이 지금이라도 당장 일어날 것 같은 표정과 흥분으로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의 경험, 혹은 타인의 경험을 글 또는 말을 이용해서 이야기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다. 지금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지식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이야기인 것이다. 그 당시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쳤던 주요 내용들을 배열하고 재정리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로 발전시켜 나간다.

제롬 브루너라는 교육학자는 인간의 사고 양식을 패러다임적 사고와 내러티브적 사고로 나누고 있다. 패러다임적 사고에서는 지식의 습득을 원인과 결과의 현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로 정의하고 있다. 즉 우리가 학교 교육을 통해서 배우는 것 등으로 훌륭한 이론, 치밀한 분석, 논리적 증명, 건전한 토론을 만드는 것들이다.

반면 내러티브적 사고는 개인이 주변의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겪으면서 나타나는 느낌과 감정들을 통해서 사고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인간의 경험과 학습을 위하여 중요하게 고려되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렇게 사고하고 학습한다. 일반 지식의 영역 뿐 아니라 신앙에 있어서도 패러다임적 혹은 내러티브적 사고를 한다. 신앙생활을 하며 성경공부, 통독, 암송 등을 통해서 지식적인 성경의 내용들을 습득한다. 또한 성경공부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말씀이 삶에 적용되는 부분에서 자신만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가지게 된다.

유대인들의 삶에서도 이런 형태의 교육이 나타난다. 자녀들은 부모의 입을 통해 단순히 귀로 듣는 하나님이 아닌, 삶을 통해 이스라엘의 역사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배웠다. 유월절에는 흠 없는 양을 구워 쓴 나물과 무교병을 먹으며 그날의 사건을 실감나게 회상했다. 또 초막절에는 광야 40년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7일 동안 멀쩡한 집을 놔두고 집 앞에 텐트를 치고 광야 생활을 기억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아버지가 들려주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 계시는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나님의 이야기가 먼 역사속이 아니라 지금 내가 피부로 느끼는 이야기로 들려진 것이다.

신앙의 지식을 쌓기에 편리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넘쳐나는 정보는 나의 것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들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자신이 살아가는 시간을 의미 있게 되짚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누구나 아는 정보가 아니라, 나만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힘이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스토리텔러는 바로 부모이다. 화려한 기교나 고무 늘려 놓은 것 같은 얼굴 표정이 아니어도 괜찮다. 작은 목소리에도, 미세한 떨림에도 아이들의 상상력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과 같은 현장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이야기는 바로 나의 이야기이다. 나의 인생에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지를 이야기하는 인생이라면 소망이 있다. 나의 이야기는 없고, 남의 이야기에 열광하며 끝없이 목말라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나의 이야기가 필요한 시대이다.

/ 김종아 목사(수원 차세대)

작성자  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