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사역

본향을 향하여 – 이민욱 목사

칼럼-이민욱목사

목회칼럼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고교야구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 경기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30여 년의 짧은 역사지만 올해 출범한 신생구단까지 총 10개 구단이 왕성하게 경기를 펼칠 뿐 아니라 야구의 본고장이라는 메이저리그에도 다수의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사실 야구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는 아니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정식종목에서 제외되었다(이 대회에서 한국야구대표팀은 세계 최강 쿠바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직까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인의 스포츠인 축구에 비해 미국과 중남미, 일본 등 많지 않은 나라에서 즐기는 야구가 한국에서 인기 있는 종목이 된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었던 고교야구의 열기를 기억하는 어르신들은 땀과 함성으로 어우러졌던 옛 동대문구장을 떠올릴 것이다. 선수와 함께 호흡하며 기쁨과 아쉬움을 가득 담았던 야구장에서 사람들은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쏟아 부었다. 무엇이 야구로 하여금 사람들의 함성을 끌어내었던가. 미국 프로야구에 처음 진출한 박찬호 선수로 인해 메이저리그가 국내에 방송될 때, 한 기자가 박찬호 선수가 뛰던 LA구장에 온 관중을 인터뷰했다. “당신은 왜 야구를 보십니까?” 자녀와 함께 야구장에 온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야구는 우리 인생과도 같습니다. 멍하니 서서 삼진을 당하기도 하고 볼넷을 얻어내 유유히 걸어 나가기도 합니다. 때로는 땅볼을 치고 온 힘을 다해 1루를 향해 뛰어가기도 하지요. 가장 멋진 것은 홈런을 치고 의기양양하게 그라운드를 돌아 집으로 오는(HomeRun) 것입니다.”

 

야구는 집으로 돌아오는 경기다. 홈런은 그래서 HomeRun이다. 2006년에 개봉한 가족영화 ‘날아라 허동구’에서 동구는 IQ 60이다. 반에서 친구들의 물당번을 맡고 있는 초등학교 졸업이 목표인 치킨집 아들이다. 야구부 친구들에게 물 주전자를 들어다 주면서 그들의 갈증을 해소 시켜주던 동구는 말이 없는 준태가 궁금했다. 준태는 야구에 재능이 있는 친구였으나 심장이 아파 경기를 뛸 수 없었다. 준태는 특수학교로 전학 갈 위기에 처한 동구가 학교에 남을 수 있도록 야구를 가르쳐준다. 야구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구에게 준태는 홈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그라운드에서는 살아야 돼. 집(홈)으로 돌아오면 1점이야.”

 

체육시간에 한 바퀴만 돌면 되는 운동장을 두 바퀴를 돌고 왜 더 뛰었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한 바퀴는 친구 꺼에요”라고 말하던 동구는 준태가 가르쳐 준대로 홈을 향해 열심히 달린다. 그리고 팀이 승리한다.

 

우리 인생도 야구경기와 같다. 1회부터 9회까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홈을 향해 끊임없이 달린다. 때로는 망연자실하게, 때로는 의기양양하게 들어갈 때도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하루하루의 여정은 결국 우리를 영원한 본향(Home)으로 인도하는 과정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곁을 떠나시기 전에 그들에게 내 아버지 집(Home)에는 거할 곳이 많다고 하셨다. 그 본향은 사라지는 집이 아니다. 그 본향은 얼마간 살다가 나올 집도 아니다. 영원한 본향이다. 영원한 안식처다. 힘을 다해 달려 홈을 밟은 선수는 덕아웃에서 숨을 고르며 자신이 뛰어온 그라운드를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이 밟은 홈플레이트가 승리를 가져다주었음을 확인한다. 야구시즌이 돌아왔다. 1901년 한국에 야구뿐 아니라 YMCA, 농구 등을 보급해 한국 스포츠에 지대한 공헌을 한 질레트 선교사에게 무한 감사하는 계절이다.

/ 이민욱 목사

작성자  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