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사역

“그들과 함께 울다”

 

온누리교회 구호팀 22명 지진피해 현장을 가다

 

흐리다. 회색 비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흐리다. 마음은 더 흐리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구마모토로 향하면서 든 생각이다.

지난 10일 후쿠오카 공항. 두 번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에 온누리교회 구호팀이 도착했다. NGO 더멋진세상을 선봉으로 2000선교 본부, 일본어예배부, 대학청년부에서 17명과 동경에서 이도현 선교사, 후쿠오카에서 이형석, 서우숙, 김인경 선교사, 오사카에서 강진아 선교사가 합류했다. 총 22명의 온누리교회 구호팀이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1주일 동안 구호작업을 펼쳤다. 오이타 러브소나타 실행위원으로 섬겼던 이노우에 마키 목사(사이키복음 그리스도교회)도 열일을 제쳐두고 와서 함께 땀 흘렸다. 야치요 온누리교회 니시야마 신이치 목사와 성도 2명도 현장에 왔다.

이형석 선교사는 “구마모토 사람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기 위해 왔다”고 했다. 나이도, 소속도 제각각이지만 목적은 하나였다. 구마모토사람들과 함께 울기 위해서였다.

 

구마모토 피해 현장에서 (1)

▲ 구마모토 지진 피해 현장에서 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따뜻한 밥 한 끼로 마음 녹이고, 아픔을 나누고

지난 달 14일,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리히터 규모 6.5 강진이 발생했다. 이틀 뒤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이 또 발생했다. 연이어 발생한 지진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의 3대 성(城) 중의 하나인 구마모토 성곽 일부가 무너졌다. 4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구마모토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구마모토성의 파손은 피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지금도 하루도 빠짐없이 발생하는 여진 속에서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고 있었다. 절망에 빠진 구마모토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온누리교회 구호팀이 달려갔다. 지진 피해지역에서 복구 작업을 펼치며 그들과 함께 울었다.

온누리교회 구호팀은 구마모토 시내에 위치한 벧엘교회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곧바로 하베스트처치로 향했다. 하베스트처치는 ‘규슈 그리스도 재해지원센터’ 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과 구호물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베스트처치 나카무라 목사는 “봉사자가 수십 명이 채 안 되는 상황에 온누리교회가 도와주러 와줘서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절망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보여주기를 소망한다”고 애원했다.

온누리교회 구호팀은 보다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 팀을 나눴다. A팀은 시내와 마시키마치에서, B팀은 아소지역에서 봉사했다. 구마모토 하베스트처치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내 일처럼 돕고, 위로하고

 

A팀은 마시키마치에 있는 ‘키야마그리스도교회’ 로 향했다. 마시키마치는 이번 구마모토 지진의 진앙지다. 피해가 정말 심각했다. 폭삭 무너진 집들이 너무 많아 셀 수 없을 정도였고, 수도관이 파열돼 수도공급이 끊긴 상태였다. 가스와 전기도 다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민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들도 힘겨워하고 있었다. 인스턴트식품으로 겨우 끼니를 때워가며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다. A팀은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했다. 과연 ‘ 밥 한 끼가 얼마나 위로가 될까?’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다들 얼마나 기뻐하고, 진심으로 감사했는지 모른다.

키야마그리스도교회의 한 스태프는 “주로 컵라면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먹으니 정말 행복하고, 힘이 난다”고 했고, 나고야에서 왔다는 일본인 봉사자는 “한국 분들이 해준 맛있는 밥을 먹고 더욱 힘내서 봉사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식사배식을 받은 현지인

▲ 식사배식을 받은 현지인

 

작렬하는 뙤약볕 밑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요리하는 것이 힘들 법도 한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한지웅 형제(길공동체)는 “오늘 하루만 수백 장의 부침개를 부쳐서 달인이 된 기분”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구호팀은 실의에 빠진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음식을 만들었고, 아낌없이 가득 퍼줬다. 그 모습을 본 인근 신사(神社)의 주지스님이 “기독교는 부자인가 봐요. 아낌없이 퍼주고…”라고 했다.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마음이 부자입니다. 그 넘치는 사랑을 퍼주는 것뿐이라고.”

 

더럽고, 위험하고, 힘들어도

 

B팀은 아소 지역으로 향했다. 아소지역에는 일본의 최대 활화산인 ‘ 아소산’ 이 있다. 해발 1,592m에 달하는 아소산에는 구마모토현과 오이타현에 걸쳐 있는 화구가 5개나 된다. 아소 지역은 지진 피해도 컸지만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 피해가 훨씬 컸다. 미나미아소 지역으로 가는 도로는 아직도 통행금지 상태였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 곳곳이 흉한 민낯을 보이고 있었다.

B팀은 ‘가스펠 홈 글로리 처치’ 에 머물며 복구 작업을 지원했다. 이 교회는 인구 3만여 명이 사는 아소 지역에 있는 유일한 교회다. B팀은 후쿠시마에서 온 토다 씨 부부와 함께 구호작업을 펼쳤다. 토다 씨는 한신대지진과 동일본대지진을 모두 겪어본 사람이었다. 구마모토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달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B팀의 임무는 지진으로 무너진 집과 축사를 철거하는 작업이었다. 현장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각종 잔해가 가득했다. 흉물스럽게 남은 싱크대와 세탁기가 이곳이 집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급하게 비닐로 만든 축사에 네댓 마리의 소만 남아있었다.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인명 피해가 없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함께 구호작업을 하던 주민 아라이 씨도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 두 번째 발생한 강진에 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을 뻔 했지만 주민들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탈출했다고 한다.

온누리교회 구호팀은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유리 파편과 못이 신발을 찔러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갓 돌 지난 아들을 업고 잔해를 치우던 아라이 씨의 며느리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놀라움과 감동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다들 자원해서 왔다”고 했더니 “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번 지진을 겪으면서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지인들도 쉽게 돕지 않는데 자신들을 도우러 이국(異國)에서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위로가 된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B팀에 특명이 떨어졌다. 재해 복구 작업과 농사일로 이중고에 빠진 주민들에게 음식을 대접해달라는 것이었다. 무려 200인분의 식사를 갑자기 준비하게 됐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다.

공민관(마을회관)에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 어린 아이부터 굵은 주름이 깊게 팬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온누리교회 구호팀이 마련한 카레와 빈대떡을 먹기 위해 왔다. 음식이 주민들 손에 들려지자 그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온누리교회 구호팀의 얼굴에 뿌듯함이 묻어 있었다.

7일 동안 온누리교회 구호팀은 마시키마치와 아소 지역에서 잔해를 치웠고, 절망에 빠진 주민들과 세계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을 섬겼다.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눠줬다. 노인요양원에도 방문해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드리고, 위로했다.

누구하나 힘든 내색 없이 웃으면서 일했다.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작업을 앞장서서 했다. 함께 구호활동을 한 토다 씨는 “밝은 모습으로 어렵고 힘든 작업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했고, 서우숙 선교사는 “팔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정말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온누리교회 구호팀 모두가 지진피해 현장에서 보낸 1주일이 정말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아직도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구마모토에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복구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아직도 235개 피난소에 10,434명의 피난민이 지내고 있다. 1,455회의 여진이 발생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5년 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복구가 아직도 진행 중이듯 구마모토 지역의 복구도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지난 16일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7,780억엔(약 8조3천억원)의 추경예산을 중의원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은 끊어진 도로와 다리 보수, 가설 주택 건축, 이재민 생활보조금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도로나 집, 수도 등 제반시설은 돈을 들이면 새로 정비할 수 있다. 하지만 깨지고 금이 간 마음은 무엇으로 정비할 수 있을까. 갈라진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은 돈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다. 그 사랑만이 그들을 위로할 수 있다. 그들이 고난 속에서 참 소망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우리가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

/ 정현주 기자 joo@onnuri.org

 

작성자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