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는 복음을, 또 한 손에는 사랑을!
서초D공동체 괌

▲ 오사랑 성도(서초D 공동체)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아웃리치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가는 아웃리치였지만 기대하는 마음이 크지 않았다. 해외봉사를 가는 느낌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이번 아웃리치에서는 괌 온누리교회 리모델링 공사를 하거나 미크로네시아연방 추크(Chuuk)주의 모엔, 페핀, 토노와스 섬에서 의료 및 어린이사역을 하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오지에서는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같아 괌 온누리교회 리모델링 공사를 신청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나는 추크섬으로 배정됐고, 출발 10여 일을 앞두고 어린이 사역팀장과 물류팀장을 맡게 되었다. 80kg에 달하는 문구류, 과자 등 어린이사역에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확인하는 일부터가 고역이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 차라리 이 돈을 그냥 주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필요한 물품을 확인하기 위해 추크섬 사역을 함께 할 괌 온누리교회팀과 메신저를 주고받던 중에 이경주 집사님이 이런 메시지를 보내셨다.
“부끄럼을 많이 타는 순수한 아이들입니다. 지난해에는 태풍이 불어 가지 못했습니다. 코코넛 나무만 무성한 그곳의 아이들이 2년 동안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문자 메시지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불기둥이 솟구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날 밤 나도 모르게 그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기도를 드렸다.
추크섬으로 가는 길은 무척 험했다. 괌에 도착해서 8시간 동안 대기하다가 다시 비행기를 타고 추크섬으로 갔다. 그곳의 환경은 정말 열악했다. 설상가상으로 사람만 도착하고 사역 물품과 짐이 하나도 오지 않았다. 추가화물기를 저녁까지 띄워주겠다는 설명만 돌아왔다. 도착한 당일 오후부터 사역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의료장비도, 어린이사역 물품도 도착하지 않아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결국 그날 사역이 취소되었고, 팀원들은 지쳐버렸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까지 더해져 더욱 힘들었다. 불쾌지수가 얼마나 높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샤워용품도, 갈아입을 옷 하나 없었다. 당장 내일 사역도 걱정이었다. 정말 막막했다. 만약 내일도 짐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어 두려움이 커져만 갔다. 그날 저녁 모여서 기도하고 찬양하는데 하나님께서 깨달음을 주셨다.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세웠던 계획이 모두 무산되고, 하나님이 가라시면 가고, 가지 말라고 하면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우리가 교만했다. 우리의 물질과 재능, 준비와 장비에 의존해 섬기고 있었다. 내가 경험한 이 기쁜 소식을 나누러 왔는데 우리는 그 기쁜 소식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물질을 나누려고 했고, 자꾸 문명을 소개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약 봉투를 들고 가던, 색종이를 들고 가던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한 손에는 복음을, 다른 한 손에는 사랑을 들고 가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었다.

▲ 아웃리치 팀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아이들.
그 다음날 우리는 아무런 물품도 없이 통통배를 타고 남태평양 페핀섬으로 향했다. 의료팀은 문진으로만 환자를 진료했고, 어린이사역팀은 괌 온누리교회에서 미리 보내둔 물품으로 간단한 게임을 하고 말씀을 전했다. 제대로 사역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걱정은 우리의 기우였다. 그들은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무척 반가워했다. 아이들은 작은 게임에도 환호하고, 온 몸으로 기뻐했다. 아이들이 목청껏 지르는 환호성으로 온 섬이 들썩였다. 특히 어린이 100여 명이 30분 간 부르던 찬양이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고단함을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특히 유린이라는 세 살짜리 아이가 기억난다. 해변 앞 나무에 걸터앉아 있던 유린이를 품에 안고 찬양을 불러주었다. 찬양을 계속 들려주자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유린이가 그 작은 손으로 내 목에 감싸고, 얼굴을 파묻었다.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하나님이 저 하늘 너머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계셨다.
“내 딸아 잘 왔다. 내가 사랑하는 이 깨끗한 사람들을 네가 보았느냐. 너희에게 필요한 것은 문명이 아니라, 나를 경외하는 마음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문명과 물질이 아니다. 그들은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복음, 관심, 눈빛, 사랑이 그들을 꿈꾸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빈손이었지만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와 복음의 능력을 경험한 아웃리치였다.
작성자 이소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