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사역

[르포 / NGO 메디엑세스&송파B공동체 연합 아웃리치] 그 여름, 람풍에서

르포
NGO 메디엑세스, 송파B공동체 연합 아웃리치
 
그 여름, 람풍에서
 
NGO 메디엑세스&송파B공동체 인도네시아 람풍 연합 아웃리치

비로 시작해서 비로 끝난 여정이었다. 떠나는 날도, 돌아오는 날도, 사역하는 중에도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그 누구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이 은혜 주시려고 그런 거겠지”라며 서로를 다독였다. 
국제 의료 NGO 메디엑세스(라파·마노아·마하나임·토브)와 송파B공동체가 함께한 6박 7일 인도네시아 람풍 연합 아웃리치는 모든 순간이 은혜였다. 8월 14일(목)부터 20일(수)까지 70명(메디엑세스 40명, 송파B공동체 30명)이 인도네시아 람풍에서 의료와 문화 사역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현지인 진료를 위해 뿌루워끈쪼노마을 초등학교로 가는 길. 먼지 나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크게 흔들릴 때마다 누군가는 머리를 천장에 부딪히고, 누군가는 어깨를 창틀에 내주었다. 그래도 웃음이 가득했다. “놀이기구 타는 것 같다”며 서로를 붙들고 깔깔 웃었다. 곧 만나게 될 사람들을 향한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뿌루워끈쪼노 초등학교가 병원으로 변신했다. 책상에는 청진기와 약품이 놓였고, 아이들이 앉던 작은 의자에는 어르신들이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내과, 치과, 산부인과, 성형외과 등 진료실은 쉴 새 없이 북적였다. 진료가 한창이던 그때, 한 젊은 산모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24살 어린 산모 뿌뚜리였다. 생전 처음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하고 감격에 젖었던 그녀가 긴장이 풀린 탓인지 과호흡 발작을 일으켰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뱃속 아이만을 걱정했고, 남편과 어머니는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그 순간, 메디엑세스 의료진과 목회자, 봉사자들이 그녀를 둘러쌌다. 신속한 응급처치와 간절한 기도가 동시에 시작됐다. 처음에는 “저는 무슬림입니다(I’m Muslim)”라며 기도의 손길을 거부하던 뿌뚜리와 가족들이 산모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자 이내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었다. “기도해 주신 덕분에 아이와 산모, 두 생명을 모두 살렸습니다”라며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진료 현장의 감동은 바뚜바닥마을에서도 이어졌다.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궂은 날씨에도 바뚜마을 진료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주민들로 북적였다. 그때 진료를 기다리던 한 아이가 오전에 먹은 간식을 토해내고 할아버지 품에 안겨 급히 진료실로 들어왔다. 한 달 넘게 기침과 구토가 이어졌다고 했다. 문진과 청진, 이학적 검사 끝에 내린 진단은 폐렴과 중이염이었다. 한국이라면 곧장 세부적인 검사를 하거나 입원이나 약물 등 적절한 치료를 했을 테지만, 이곳에서는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 네 번 먹는 약을 처방해 주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도 아이의 할아버지는 병의 원인을 알고 약을 받은 것만으로도 크게 기뻐했다. 현지에서는 병원 한번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메디엑세스는 이번 아웃리치에서 단순한 의료 지원을 넘어 현지 의료진과 교류와 교육을 통해 지속 가능한 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메디엑세스 소속 의료진은 마르디와루요 병원 현지 의료진과 함께 환자를 돌보며 선진 의료 기술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이학일 장로(서초B공동체, 메디엑세스 이사)와 함께 진료에 참여한 현지 의사 엘리자베스는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환자의 증상을 파악하는 방법부터 약을 처방하는 기준까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전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학일 장로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장로는 “엘리자베스는 매우 똑똑하고 탁월한 의사”라면서 “현지 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도록 의료 기기 지원과 교육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엑세스는 국제 의료 NGO로서 현지 병원 역량 강화와 빈곤 지역 주민의 의료접근성 강화에도 힘썼다. 그 하나의 과정으로 마르디와루요 병원에 당화혈색소 분석기를 기증했다. 마르디와루요 병원은 2006년부터 20여 년 동안 온누리교회와 관계를 맺어 온 인도네시아 기독병원이다. 메디엑세스의 현지 병원 강화 사업 시범 사역지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메디엑세스는 현지 의료진 교육과 실질적인 지원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메디엑세스의 의료사역이 진행되는 동안 송파B공동체는 마르디와루요 병원 병실을 돌면서 환자들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과 노래하며 놀아주고 복음을 전했다. 바뚜마을에서는 현지인 가정을 방문해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흩날렸다. 바뚜마을 운동장에서 풍선으로 칼과 왕관, 꽃 등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 덕에 초록색 잔디가 깔린 바뚜마을 운동장에 형형색색의 웃음꽃이 함께 피었다.
송파B공동체가 준비한 ‘러브소나타 인 람풍’도 감동이 넘쳤다. 마르디와루요 병원 직원들과 가족들을 초대한 이 문화 공연에서는 한 달 넘게 준비한 중창, 합창, 워십, 무언극, 발레 등을 선보였다. 현지인들이 공연을 보면서 박장대소를 터뜨리기도 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에서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추며 하나님을 찬양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에도 하나님의 사람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는 일을 비전으로 삼고 터를 지키는 병원과 직원들, 한국에서 온 봉사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던 현지 교회 성도들, 통역과 행정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기는 봉사자들을 보면서 선교는 결코 혼자 할 수 없음을 배웠다. 다양한 배경의 동역자들, 현지 사역자들이 함께할 때 비로소 선교의 길이 완성됨을 이번 아웃리치가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의료진뿐 아니라 다양한 성도와 교회, 병원이 연합해서 이뤄낸 7일간의 여정은 인도네시아 람풍에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은혜의 단비’를 선물했다. 그 여름, 람풍에서 만난 하나님과 은혜면 우리는 충분하다.
/ 홍하영 기자 hha0@onnuri.org

작성자  홍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