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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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리치특집] 다시 씨앗을 뿌릴 힘

광명공동체-스리랑카 
 
다시 씨앗을 뿌릴 힘
 
2023년 2월, 우간다에서 선교사님 가정을 촬영하고 돌아온 바로 그 주일이었다. 식당에서 우간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집사님이 나를 찾아오셨다. 온누리교회 창립 40주년을 맞아 광명공동체의 역사를 정리해야 하는데 함께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이름은 공동체 안에 있었지만, 그 한가운데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난 기록을 정리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역대 아웃리치와 체육대회, 예배와 섬김의 기록을 따라가며 지난 40년을 한꺼번에 들여다봤다. 역사를 정리한다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그 시간을 통해 공동체를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이름만 올려놓고 있지 말고, 아웃리치에 참여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이 나를 첫 아웃리치 지역인 스리랑카까지 데려갔다. 이번 아웃리치에서 우리는 이성희 선교사님이 섬기는 라뚜갈라교회에서 베다족 아홉 쌍의 결혼식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조화와 드레스, 신발, 양복까지 하나하나 준비해 가져갔다.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손으로 버진로드를 만들었다.누군가는 꽃을 달고, 누군가는 옷을 입히고, 누군가는 신랑과 신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손을 거쳐 아홉 쌍의 신랑과 신부가 하나님 앞에 섰다.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하는 아홉쌍 부부의 새로운 시작을 온 마음으로 축복하는 팀원들을 바라보면서 결혼식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사랑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화려해서 아름다운 결혼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새로운 삶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어준 사람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그곳에는 분명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했다.
나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가져간 캠코더 덕분에 멀리 서 있는 신랑과 신부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울컥하는 표정, 애써 눈물을 참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을 카메라 너머로 지켜보며 나 역시 여러 번 울컥했다. 그 순간 아웃리치 둘째 날 내게 왔던 말씀이 다시 떠올랐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 126:5).
올해 나는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하지만 될 듯하다 멈추는 일을 여러번 반복하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씨를 뿌리는데 왜 안 자라지? 토양이 잘못됐나 봐”라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런데 인터넷조차 제대로 되지 않던 스리랑카에서 성경 앱이 잠시 열리며 우연처럼 이 말씀이 내게 왔다.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당장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자라고 있지 않은 게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열매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게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씨를 뿌리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리가 함께 준비한 결혼식도 그 씨앗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한국에서 가져간 꽃 한 송이와 드레스 한 벌, 누군가의 손으로 만든 버진로드와 축복의 말들이 우리에게는 작은 수고일지 모르지만, 그날 하나님 앞에서 평생을 약속한 아홉 가정에게는 오래도록 남을 씨앗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 가정에서 또 다른 사랑이 자라고, 그 사랑이 다시 누군가에게 새로운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사랑으로 뿌린 씨앗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시간에도 하나님은 그 씨앗을 자라게 하고 계셨다. 나에게 스리랑카 아웃리치는 다시 씨앗을 뿌릴 힘을 얻은 시간이었다.
/ 최유진 성도(광명공동체)

작성자  박지혜 기자 wisdom7@onnu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