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사역

‘바베트의 만찬’

바베트의 만찬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은 가브리엘 악셀 감독의 1987년 作으로서, 61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비롯해 깐느 세계기독교 작품상, 밀라노 문화영화제 작품상, 로테르담 영화제 작품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20여 개 이상 수상을 받은 수작입니다. 이 영화는 이자크 디네센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두 번이나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른 바 있는 디네센은 헤밍웨이가 1954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이 상은 이자크 디네센이 받았어야 한다”고 밝힐 만큼 명망 있는 작가입니다. ‘바베트의 만찬’은 디네센의 후기 작품으로, 디네센의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져 있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바베트라는 인물을 통해 치열한 삶을 살았던 작가의 인생, 예술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깊게 투영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을 기반으로 한 영화 ‘바베트의 만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덴마크의 해안가 시골 마을에 마르티나와 필리파라는 늙은 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자매는 보수적이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웃에 대한 베풂과 사랑을 중심으로 살아가려고 한 한 목사님의 딸들입니다. 두 자매는 인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함께 교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섬깁니다. 목사님이 돌아가시고도 자매들은 엄격하게 남을 도우면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자주 분쟁이 일어나서 화평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죠. 그러던 와중에 ‘바베트’라는 프랑스 요리사가 두 자매에게 찾아옵니다. 예전에 이곳을 방문했던 오페라 가수 파펭의 추천으로 비 오는 날 찾아와 자신을 이곳에 머물게 해달라고 합니다. 현명한 바베트의 도움으로 자매는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윤택해지고, 행복해집니다. 그러던 와중에 바베트가 만 프랑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두 자매는 불안해집니다. 하지만 바베트를 위해 보내주기로 마음을 먹게 됩니다. 아버지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 가까워질 때, 바베트는 식사 준비를 자신이 하겠다고 부탁을 합니다. 처음에는 흔쾌히 동의했다가 재료(소머리, 자라 등)를 보고 혹시 과한 음식, 쾌락적인 음식, 세속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음식이 되지 않을까 두 자매는 우려합니다. 만찬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보도 듣도 못한 산해진미 앞에서 그저 경이로울 뿐입니다. 음식에 소금 간조차 하지 않고 먹던 그들에게 바베트의 프랑스 정통 요리는 완벽한 별천지였습니다. 마음속에 남아있던 서로 미워하는 불화와 갈등의 앙금들은 최고의 만찬 속에서 스르르 녹아내립니다. 식사를 마친 후 사람들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바베트가 곧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매는 바베트에게서 복권에 당첨된 금액으로 음식을 만들었다는 것을 듣습니다. 바베트는 복권에 당첨된 돈을 만찬에 다 써버리고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평온해보입니다.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그리고 돈이 없어도 가난하지 않다는 바베트, 예술가는 가난하지 않는다는 말을 두 자매에게 건넵니다.

영화를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만찬에 참여했던 젊은 시절 마르티나를 흠모했던 로렌스 장군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은혜란 우주 안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어리석고 시야가 짧다 보니 하나님의 은혜마저 유한한 줄 압니다. 눈이 열리는 순간에야 은혜의 무한함을 보고 깨닫게 되지요. 친애하는 여러분, 은혜가 요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믿음으로 기다리다 감사로 인정하면 그 뿐입니다.”

12년 전 바베트는 은혜 없는 사람들 속에 떨어졌습니다. 루터의 추종자인 그들은 매주 은혜에 대한 설교를 들으면서도 주중이면 경건과 금욕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사려고 했습니다. 이들에게 은혜는 만찬, 바베트의 만찬이라는 형태로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받을 자격도 없고, 값도 내지 않은 자들에게 베풀어진,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진수성찬이었습니다. 베푸는 자의 부담으로 값없고 조건 없이 거저 온 것입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세상에서 성공하는 법을 배웁니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마땅한 내가 그 진노를 받지 않아도 되며, 오히려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벌벌 떨며 나아가야 함에도 잘 차려진 바베트의 만찬과 같은 잔칫상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얻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전적인 하나님의 주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은혜로 인해 갈등과 불안, 근심과 초조, 두려움과 분노로 얼룩진 우리의 인생이 바베트의 만찬을 통해 평안함과 기쁨을 누린 마을 사람들처럼 평안함과 기쁨, 그리고 죄의 구속에서 자유함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은혜의 원천은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서 비롯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속죄입니다. 은혜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신 희생적인 대속의 공로를 기초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이 은혜에 감격하여 날마다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김관수 목사

 

/ 김관수 목사

작성자  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