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사역

장애인 화가들이 그리는 세상

 

 

 

그림으로 소통하고, 편견 없애고, 공감 더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존재한다. 장애인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정신지체는 물론이고 언어적 결함과행동장애까지 있어 기능하는 것이 거의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대표적인 편견이다.물론 기능적으로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기능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것을 증명하는 장애인들이 있다.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공감은 더하는 화가들이다. 서빙고예수사랑부 박혜신 자매와 부천 사랑부최주림 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 정현주 기자 joo@onnuri.org

 

 

눈이 초승달처럼 작아지고 이가 활짝 드러날만큼 환하게 웃는 모습이 꼭 천사 같다. 박혜신자매의 첫인상이다. 소녀처럼 해맑은 미소를가진 그녀가 벌써 서른이 넘었다. 2002년부터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시회를 열고 있다. 단체전, 초대전, 개인전 등 작품 활동도 다양하고활발하다. 지난해 8월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열린 개인전은 그녀의 능력을 여지없이 보여준아주 특별한 전시회였다. 국내 최초 미술 월간지이자, 미술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이 있는 잡지 <미술세계>의 초청으로 이뤄진 단독 기획전이었다. 유명 화가들만 전시회를 개최할 수있다는 유서 깊은 인사동 갤러리에서 당당히어깨를 겨뤘다.

 

그림으로 치유하는 박혜신 화가

 

 

박혜신 자매는 3급 지적장애인이다. 세 돌이지났을 무렵 장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어머니 김명희 권사는 조바심이나 욕심 내지않고 딸을 있는 그대로 키우려고 애를 썼다.“당시 우리 가족이 강원도 원주에 살고 있었어요. 혜신이는 말은 잘 못하지만 감정이 풍부한 아이였어요. 그런 혜신이를 데리고 산으로들로 돌아다녔어요. 마음껏 자연을 즐기게 해주려고요. 지금 혜신이가 그리는 모든 풍경들이 그때 자연 속에서 놀던 기억들이더라고요.”박혜신 자매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 동네 미술학원에 다니면서부터다.

 

 

“다른 학생들을 방해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미술학원에 보냈어요. 어느 날혜신이가 꽃그림을 보고 관심을 갖더래요. 그때부터 선생님이 혜신이가 꽃을 그릴 수 있게도와줬어요. 그렇게 3년 동안 혜신이가 그린그림을 선생님께서 모아놓으셨더라고요.”박혜신 자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2002년2월, 미술학원 선생님이 그동안 그린 그림을모아 구청 한 켠에서 조촐한 전시회를 열어줬다. 박혜신 자매의 고등학교 졸업기념 축하선물이었다. 그때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시회를 열었다.

 

 

박혜신 자매의 그림에는 일반 화가들의 그림에서는 볼 수 없는 감성이 들어있다. 그녀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전문가이든 비전문가이든이구동성 이렇게 말한다.“그림에서 치유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마음이 힐링됩니다!”

 

 

박혜신 자매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고,보는 이들에게 마음의 치유와 위로를 선물해주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명희 권사가 딸에게 바라는 딱 한 가지도 바로 이것이다.“앞으로도 행복하게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어요. 우리 혜신이가 그린 그림으로 사람들이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도록 하나님께 쓰임 받았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그러나 묵묵히, 최주림 화가

 

 

분명 그림 속 자동차인데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눈길을 사로잡는 원색은 보는 이로하여금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실제 이런자동차가 있다면 마니아들이 가만두지 않았을것 같다. 그만큼 강렬하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부천 사랑부 최주림 형제다. 자동차에 완전히 꽂힌 22살 앳된 청년이다.

 

 

그는 작년 열린 제1회 국제장애인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프로작가로 화려하게데뷔했다. 그는 2급 자폐성 장애인이다.“주림이가 4, 5살 때였던 것 같아요. 다른 아이들보다 말도 느리고 행동도 이상해서 병원에 갔더니 자폐성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양한 치료를 받았어요. 악기도 시켜보고, 미술치료도 해봤고요. 다행히 주림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참 좋아했어요.”

 

 

최주림 형제의 어머니 오소영 성도는 아들이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미술학원에 보냈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보고 따라 그리기를 가르쳤는데 데생하는선이 삐뚤삐뚤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다른 학생들과 다르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었어요. 특수아동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을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했어요.”

 

 

어머니의 수고가 빛을 발했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특수아동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났어요. 그 덕분에 주림이의 그림 그리기 실력이 늘었어요. 그동안은 조그만 스케치북에 삐뚤빼뚤하게 그린 게전부였는데 큰 캔버스에 자동차도 그리고 다양한 물감을 칠하면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최주림 형제의 닉네임은 ‘ Turtle 96’ 이다. 96은 그가 태어난 해를 뜻하고, Turtle(거북이)은거북이처럼 천천히 그러나 묵묵히 자기 길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 최주림 형제의어머니 오소영 성도에게는 꼭 이루어졌으면하는 소망이 있다.

 

 

“주림이처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미술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대학교가 생겼으면 참 좋겠어요. 그런 학교가 만들어진다면,당장이라도 보낼 텐데 말이죠.”

 

 

거북이는 느리다. 그러나 동화 <토끼와 거북이> 속의 거북이는 성실함과 뒷심으로 약삭빠른 토끼를 이겼다. 박혜신 자매와 최주림 형제는 세상적 기준에서 보면 속도가 느린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느리지만 분명히 자기 길을 걷고 있다. 그들의 삶을 응원한다.

 

작성자  온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