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5일 일
사역

수마에 꺽인 꿈, 함께 일으키길 원해

수해복구 현장을 다녀와서 분노가 포도송이처럼 영글어가는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눈물을 보고 왔다. 뉴스를 통해 수해현장의 참상을 봤었지만 진부면 거문리에 도착해 실제 목도한 광경은 충격이었다. 지금 나는 종전 후 이라크 땅에 와있는가, 아니면 60년대 메콩강 삼각주를  TV 화면으로 보고 있는가? 시간이 이곳에서 잠시 멈춰버린 것 같다. 평화와 고요만 깃든 마을이, 땅 밖에 모르는 순박한 산골 농민들이 단숨에 이방나라 이방인들처럼 낯설어 보였다. 그곳에서는 얼룩백이 황소의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소리 대신에 포클레인의 굉음이 짐승의 숨소리처럼 들리고 있었다. 수해로 모든 것을 잃은 농부들의 얼굴은 차마 마주 쳐다보기조차 미안했다. 분노로 가득 찬 상실된 그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이 조그마한 손으로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흙속에 파묻힌 800평 비닐하우스 우리 조는 분당A 공동체, 신림,금천 공동체, 기타 2명, 총 13명이 한 조가 되었다. 장화, 면장갑, 삽 한 자루로 무장한 우리들은 수해복구에 나섰다. 산사태로 토마토 재배 800평짜리 비닐하우스 2동 중 한 동은 부분파손, 나머지 한 동은 우리가 밟고 있는 발아래 흙 속에 완전히 묻혀있었다. 우리 조가 할 일은 포클레인이 들어와 작업할 수 있도록 밀려온 나무를 치우는 것이었다. 금년에 하우스를 설치해 이제 열흘후면 첫 수확을 해 일본으로 수출하리라는 농부의 땀방울과 소중한 꿈은 지하 저 아래 묻혀버렸고, 우리는 송구스럽게도 그의 꿈을 밟고 서 있었다. 분노와 상실감으로 일그러진 마음을 애써 추스르려는 그의 얼굴을 본 순간 그냥 울컥 눈물이 솟았다.    우리는 서투르게 톱질하고, 아슬아슬하게 낫질을 했으며, 맨 손으로 가지를 꺾고 단으로 묶었다. 내려 쬐는 폭염과 치솟는 지열로 호주머니 속에 넣어둔 음료수 병이 덥혀져 따뜻한 숭늉 같았다.오후에는 흙더미 밖으로 삐져나온 하우스 철골들을 절단해서 걷어내는 일을 했다. 나사를 풀고, 쇠톱으로 절단하고, 용접부위는 지렛대를 넣어 끊어내기 등 모든 작업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사람의 힘만으로 해야 했다.  폭염 속에도 복구작업에 힘써부분파손된 비닐하우스도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기계가 부서져 토마토 줄기들은 이미 말라 죽어있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씩 떨어진 열매가 바닥에 가득했다. 그의 땀방울들을 애써 외면하는 농부의 일렁이는 눈에서 그리스도의 눈물을 보았다.수확을 포기한 것과 땅에 떨어진 것들을 우리가 주워서 사가겠다고 하자, 그는 한사코 만류하며 자신이 준비하겠다고 했다. 인원수대로 열 세 박스를 주문했다. 그런데 그는 낙과가 아닌 새로 수확한 토마토를 담았고, 원래 10kg에 14,000원씩 하는데 10,000원에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 상자 당 20,000원씩 계산해, 받지 않으려는 그에게 억지로 주었다. 그는 진부교회까지 토마토를 실어다줬는데 나중에 보니 우리가 주문한 것보다 2상자가 더 있었다. 상자를 보며 닫히고 굳어진 그의 마음의 한 귀퉁이가 녹아져 가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작은 손길이 수재민들에게 맺힌 분노의 포도송이를 한 알만이라도 더 터뜨릴 수 있기를 하나님께 기도한다. / 이화영 장로(분당A공동체)  ▲ 온누리 성도들이 평창군 진부면 수해 현장에서 농경지 정리, 도로 봉사 등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작성자  온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