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사역

<선교 기획> 선교사도 쉼이 필요하다

안식년, 고갈되고 아픈 선교사가 재충전하는 시간
그마저도 숙소, 교육, 경제적 문제 해결돼야 누릴 수 있어

 

“선교지에서 느낀 무기력감과 절망감, 답답함과 원망이 분노가 되어 폭발했습니다. 안식년을 보내면서 꾹꾹 눌러 두었던 상처들을 꺼내들고 하나님과 대화했습니다. 그러자 선교사의 첫 마음을 회복시켜주셨습니다.”
고진우, 혜현 선교사가 안식년을 보내면서 회복된 사연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고 선교사 가정은 2000년 동아시아 국가로 파송된 14년 차 중견 선교사다. 핍박이 있는 선교지에서 하루하루 살다보니 아니 싸우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나님을 향한 원망이 자리 잡았다. 안식년의 기회가 찾아왔고, 사역현장을 떠나 하나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안식년을 갖기 위해 잠시 고국에 입국한 고 선교사 부부는 모든 선교사들이 안식년을 통해 영육간의 약해진 부분을 재정비하고, 처음 파송 될 때처럼 강건한 선교사로 거듭나야한다고 강조했다.   

 

선교사 안식이 필요한 이유

 

선교사들에게 선교지는 삶의 현장이자 영적 전쟁터다. 한국과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늘 긴장감 속에 살아간다. 그러는 사이 건강이 나빠지고, 영적으로도 고갈된다. 영적인 양식을 공급해주는 곳이 없는 상태에서 항상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선교사들에게 안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안식년을 갖지 않으면 자신만의 생각에 갇힐 수 있습니다. 또 상한 마음을 회복하지 못한 채 계속 전투 현장에서 살다보니 우울증을 겪기도 합니다.”
류다윗, 송안나 선교사 부부는 건강하지 않은 선교사에게서 건강한 영향력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선교사 안식년은 꼭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고갈된 선교사의 부정적인 영향을 현지인들이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안식년은 사역에 지친 선교사들이 휴식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다음 텀(Term)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시간이다. 대체로 선교사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만에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다.
선교사들은 안식년을 보내면서 가장 먼저 건강검진을 한다. 병원에 가고, 상담을 받으면서 육체적, 정신적 치유를 한다. 회복집회나 기도회, 수도원 영성훈련에도 참석해 영적인 회복도 경험한다.
부모들을 돌보고, 가족들과 여행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성경공부, 큐티 세미나 등 제자양육과 사역을 배우는데도 열심이다. 차기사역을 위한 자기계발도 한다. 미용기술, 태권도, 한국어 교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 선교 접촉점을 찾기 위한 기술들도 배운다.

 

선교사 안식 가로막는 걸림돌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사역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안식년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교사들이 있다. 사역의 연속성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자녀들의 학업 문제, 재정적인 문제 등도 안식을 가로막는 이유다.
최권능, 윤예지 선교사 가정은 건강이 악화돼 갑자기 안식년을 갖게 되었다. 선교지에 섬기는 교회가 있어 안식년을 갖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안식을 계속 미뤄왔다. 그러다 건강이 나빠졌고, 전임사역자들의 도움으로 안식년을 보낼 수 있었다.
최 선교사 부부는 지난달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열린 ‘힐링캠프’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최 선교사 부부는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교회와 동역자들에게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동료 선교사들과 선교지 생활을 공유하면서 고민을 나눈 시간도 유익했다고 했다. 그들은 선교사들이 일부로라도 안식하는 시간을 가져야 장기적 사역과 차기사역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선교사들이 안식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은 열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안식년을 보내는 동안 지낼 숙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누리교회는 TIM하우스, 온누리하우스, 로뎀빌, 응암동, 양재 온누리교회 숙소동을 운영하고 있지만 파송 선교사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응암동 숙소는 1개, 로뎀빌은 3개의 처소밖에 제공되지 않고, 양재 숙소동은 최대 2주까지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1년을 한국에 거주하는 안식년 선교사들에게는 적절치가 않다. TIM하우스와 온누리하우스는 사정이 괜찮은 편이지만, 그곳마저도 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자녀교육 문제도 걸림돌이다. 올해 6월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최권능 선교사 자녀는 한국에서 홈스쿨링이 인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급하게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다행히 검정고시에 합격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시기를 놓쳤다면 큰 어려움을 겪을 뻔했다. 류다윗 선교사도 자녀의 잦은 전학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숙소를 여러 번 옮기다보니 한 학기 동안 전학을 세 번이나 간 적도 있다.
“1년 동안 숙소를 네 번 옮겼어요. 아이는 그때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불안해했습니다.” 고진우 선교사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제적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교회에서 지원해 주지만 선교지에 비해 한국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개인들이 보내주는 재정후원이 끊기면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진다.
고진우 선교사는 공동주방이 있던 선교관에서 지내면서 자녀에게 고기를 먹이기 위해 삼겹살 800원 어치를 산적이 있다고 했다. 고기 굽는 냄새를 맡은 다른 선교사들이 모여들어 그 고기를 한 점씩 집어 먹어 정작 자녀에게는 주지 못했다고 했다. 제이콥 선교사 가정은 방학 때 자녀들의 기숙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원룸에서 온 식구가 함께 지낸다고 했다. 부부가 선교지로 돌아가면 자녀는 마땅히 지낼 곳도 없다.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옷은 재활용품 가게에서 산다고 했다. 
선교사들에게 안식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국내 여행권 지원, 차기사역을 위한 훈련비용 지원, 선교사 자녀를 위한 숙소 지원 등의 답변들이 있었지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선교사를 위한 지속적인 사랑과 기도였다.
최근 교회 선교모임에 가보면 보이는 빈자리와 줄어든 선교사를 위한 기도시간 등을 선교사들은 무척 아쉬워하고 있었다. 교회와 성도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선교사에게 가장 큰 위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또한 선교사들이 편안하고 알차게 안식년을 보낼 수 있도록 현실적 대안도 필요하다. 

 

<선교사들이 말하는 안식>

 

긴장감 없이 하나님 안에 거하는 쉼과 회복
다음 행진을 위한 소망과 힘을 갖는 시간
자신을 점검하고 돌아보는 시간
몸과 마음의 치료와 쉼, 영적 재충전을 위한 예배
다시 하나님의 부름에 순종하는 계기
지난 사역을 정리하고 차기 사역을 준비하는 시간
/ 선교담당 조은실 기자 ces@onnuri.org

 

작성자  조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