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크리스천의 일과 소득에 대한 고찰

전문가 기고 
소명의식 갖고 일할 때 영광이 드러난다
 
 
‘워라밸’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매년 새해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에서 언급된 용어인데, 이제는 누구나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가 된 것 같다. 의미인즉 워크(Work; 일)와 라이프(Life; 삶)의 밸런스(Balance; 균형)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이러한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한마디로 가급적 잔업은 지양하고, 얼른 퇴근해서 가족들과 저녁이 있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야간근무는 물론이고, 주말도 없이 열심히 일해서 최대한 많은 소득을 벌고 이를 통해 내 집 마련과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조금 덜 벌더라도 내 삶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크리스천들은 일과 소득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거창고 직업선택의 10계명’
 
대학교 재학시절 ‘거창고 직업선택의 십계명’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이 십계명을 읽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경상남도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서는 만약 내가 중학생일 때 이 글을 읽었다면 거창고(경남 거창 소재)를 지원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거창고 직업선택의 십계명은 故전성은 장로가 교장으로 있을 때 학생들을 위해 쓴 글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때 왜 월급을 적게 주는 곳으로 가라고 하는지, 왜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월급도 많이 주고 장래성도 좋은 대기업이 아니라, 대기업 월급의 절반 수준인 중소기업을 찾아가라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아마도 돈을 많이 주는 직장을 계속 쫓아다니기보다는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직업을 선택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직장인들은 일할 수 있는 노동연령 동안 평균 3.5회 직장을 옮기고, 평균 근속기간이 중소기업인의 경우에는 4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 자료는 어쩌면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직업선택의 기준을 ‘높은 연봉’을 가장 우선시 여기는 이유일 것이다.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면 소득은 부수적으로 주어지는 보너스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성경, 일과 소득에 대한 과욕 경고
 
공자는 <논어>에서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며 어떠한 것을 즐기는 자를 당해낼 수 없음을 논했다. 얼마 전 성경말씀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본 적이 있다.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음을 보았나니 이는 그것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라”(전 3:22).
어느 직장, 어느 직업에 종사하는지 보다는 그 사람이 그 일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서 정말 즐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나 역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와 금융교육을 진행할 때면 참 많이 떨었던 기억이 난다. 강사로 처음 활동하던 시절에는 얼마나 심장이 빨리 뛰고 목소리가 떨리던지, 준비한 스크립트는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고 횡설수설했던 기억이 난다. 반면 사명감을 가지고 청중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재밌게 즐기면서 강의하면 어느 순간 강의가 끝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순히 생계유지 수단으로만 나의 일과 직장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늘도 하루 즐긴다는 마음으로 일을 대했으면 한다. 
전도서 4장 6절은 우리에게 일과 소득에 대한 과욕을 경고한다. 
“두 손에 가득하고 수고하며 바람을 잡는 것보다 한 손에만 가득하고 평온함이 더 나으니라.” 
그렇다. 두 손 가득가득, 더 많이 추구하느라 근심걱정에 둘러싸이는 것보다는 하나는 포기하고 한 손에만 가득한 상태로 평안함이 더 낫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을 즐기기보다는 돈 버는 것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사람들이 있다. 주일 매출을 포기할 수 없어서 주일예배를 드리는 둥 마는 둥 하고 사업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일중독에 빠져서 밤늦게까지 심지어는 주말까지 일하느라 가족과 함께 한상에 둘러앉아 담소 나누는 것에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성경은 조언한다. 차라리 더 많은 수입이라는 우상을 내려놓고, 하나님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할 것을 말이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 VS
부르심에 의한 사명이자 소명
  
예전에 어느 칼럼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바울은 고린도에서 ‘텐트메이크’ 사역을 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천막을 만들고 팔았을까? 예수님은 목수로서 목제품을 만들 때 어떠한 태도로 만들었을까? 충분히 추측할 수 있듯이 텐트를 만들었던 바울도, 목제품을 만들었던 예수님도, 양을 치던 다윗도 모두 본인들의 일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바울이 텐트를 대충 만들어 팔면서 사역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텐트를 샀던 군인들과 시민들이 바울에게 복음을 듣고 흔쾌히 받아들였을까? 
직업을 나타내는 또 다른 영어 단어인 ‘vocation’(천직)의 원어 뜻은 ‘소명’이라고 한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 job(일, 직장)이라면 vocation(천직)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의한 사명이며 소명(calling)인 것이다.  
16세기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와 존 칼뱅은 금욕주의자였던 성직자들이 세속적인 직업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는 것에 대해서 반대 주장을 펼치면서 “자신의 일을 최선을 다해서 수행함으로써 하나님을 기쁘게 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대할 때, 소득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부르신 곳에서 나의 일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 이주호 팀장(결혼예비학교 재정 강사) 


“소명의식을 가지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대할 때, 
소득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부르신 곳에서 
나의 일을 통해 하나님 영광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작성자  정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