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독자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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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질문있습니다(11) “부모님의 신앙과 삶의 불일치 때문에 힘이 듭니다.”

Q: 부모님이 정말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시는데, 말과 행동이 다르실 때가 많습니다. 자녀로서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시험에 들곤 합니다. 때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님을 정죄하고 있는 것 같아 죄책감도 드는데, 이런 부모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까요?

A: 마땅히 존경하고 공경해야 할 부모이지만, 내 눈 앞에 보이는 부모님의 삶의 모습이 모순되고 존경 받을 만하지 않을 때, 자녀는 실망하게 되고 혼란에 빠지기 쉽습니다.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부모님의 모순된 신앙생활 방식으로 인해 존경심과 신뢰감이 상실되어 대화가 단절될 수도 있고, 대화는 하고 있지만 친밀감과 깊이가 없는 피상적인 대화가 오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부모님의 이러한 왜곡된 삶의 방식으로 인해 자녀가 신앙을 떠나서 방황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부모님과 갈등이 있을 때, 자녀들이 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부모와의 대화를 단절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부모 일은 부모 일이니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태도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관심과 방관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내 안에 적개심과 분노를 키우고, 위장된 평화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가족치료이론가였던 머레이 보웬(Murray Bowen)은 가족 구성원들과의 해결되지 않은 정서적 어려움으로 인해 생긴 내적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정서적 단절”(emotional cutoff)이라는 기제를 사용한다고 말합니다. 즉, 갈등 상황을 피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집을 멀리 떠나 살거나 집에 자주 가지 않든지, 또는 같은 집에 살더라도 민감하게 여겨지는 대화는 피하거나 회피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서적 단절은 일시적으로 불안감을 줄여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모를 떠나 맺게 된 중요한 관계에는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채워지지 못한 정서적 안정감(보호, 사랑, 지지, 유대감 등)을 다른 관계를 통해서 대신 얻으려 하다 보니 너무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나친 기대와 요구는 관계 안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건강한 관계 형성에 장애를 가져 옵니다.

그렇다면 정서적 단절 대신 자녀가 취해야 할 바른 태도는 무엇일까요? 신앙과 삶의 일치를 추구하는 건강한 영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관점은 유지하면서도, 신앙적으로 미성숙해 보이는 부모님을 정죄하거나 비판하기보다 이해하고, 용납하며, 기다려주고, 기도할 수 있는 열린 관계성(open relationship)이 요구됩니다. 만남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통해 가족 사이의 긴장감은 조금씩 줄어들 것이며, 더딜지라도 화해와 회복은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가족 관계에서 정죄하고 심판하는 일은 쉽습니다. 그러나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은 힘이 듭니다. 왜냐하면 헌신과 용서가 수반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를 정죄하기보다는 부모님의 신앙의 연약함을 위해 기도하며 긍휼한 마음을 가지시기를 권면합니다. 그리고 부모를 반면교사로 삼아,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신앙과 삶의 불일치나 위선을 경계하십시오. 부모를 비롯한 타인의 삶에 드러난 부족함과 연약함 속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볼 수 있는 겸손함을 배울 수 있다면, 성도님이 현재 겪고 있는 고민과 갈등은 말과 행동, 신앙과 윤리가 일치된 아름다운 신앙인의 삶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이창규 목사

이창규 목사(前 목회와 신학 편집장)

(신앙고민문의 ezra621@onnuri.org)

작성자  조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