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엽 목사의 신앙에세이 3
우리는 시간과 역사의 청지기
인생이 긴 것 같아도 사실은 무척 짧다. 80세 노인이 자기 팔십 생애를 날짜로 계산해 보았다. 식사하는 데 6년, 일하는 데 21년, 잠자는 데 26년, 세면하는 데 228일, 넥타이 착용하는 데 18일, 남이 약속을 제때 안 지켜서 기다린 시간이 무려 5년이었다. 반면, 아이들과 노는 데는 26일, 혼자 불안으로 허비한 시간이 5년, 담배 피우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한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46시간이었다고 한다.
정말 가치 있고 의미 있는데 쓴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인생을 속도로 계산했다고 한다. 10대에는 시속 10킬로미터로, 20대에는 시속 20킬로미터로, 30대에는 시속 30킬로미터로 달리다가 50대, 60대가 되면 시속 70~80킬로미터로 달린다고 한다. 인생 후반부로 향해 갈수록 가속이 붙어 세월이 훨씬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살처럼 빨리 날아가는 이 짧은 인생에서 우리가 가장 힘써 해야할 일은 과연 무엇일지 깊이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예수님의 인생은 30+3으로 요약된다. 3년의 공생애를 위해 30년을 준비하셨다. 마태복음에 보면 베드로의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를 중심으로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고백을 이끌어 내시기 위해 마태복음 15장까지를 할애하셨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유월절에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십자가 위의 어린양으로 우리를 위해 죽임을 당하셨다. 예수님은 그냥 사시지 않고 모든 것에 의미를 두신 행보를 감당하셨던 것이다. 과히 시간을 창조하신 하나님답게 시간의 마스터(master)로서 시간을 의미있게 사용하신 것이다.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John Wesley)도 예수님처럼 이런 의미 사건을 창출하던 인생을 살았던 분이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이 만약 10시간 후에 오셔서 우리 생애에 종말이 된다면 그동안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을 때, 웨슬리는 “평소처럼 내가 계획한대로 살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짧은 고백은 그의 삶이 철저히 기도와 계획 속에 이루어졌음을 알게 한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한가지 지혜는 우리에게 맡겨진 시간의 유산 속에서 의미있는 중점적인 사건을 만들어 가는 것의 중요성이다.
한 해가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겨우 이십여일을 남겨 놓았다. 혹자는 시간이 우리 속사정도 모르고 무심하게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듯 하다고 하소연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속도감에 의욕상실에 걸리지나 않을지 적잖이 염려가 되기도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생의 시간을 내 일만 하다가 주님의 일을 할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한 해, 내가 일생 감당해야 할 분명한 사명을 찾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새로운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이정엽 목사
작성자 이소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