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성인

묵은 때 벗기고, 새 생명 불어 넣고

르포

양재 농어촌선교팀, 울릉도 학포교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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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면 반짝반짝 빛나는 눈부신 바다가 있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화산암으로 이뤄진 기암괴석이 보인다. 짙은 에메랄드빛을 뽐내는 바다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여기는 신비의 섬 울릉도다.
양재 농어촌선교팀이 울릉도 학포교회를 방문했다. 잡초도 뽑고, 시멘트도 새로 바르고, 교회 시설을 보수했다. 울릉도 주민들을 만나 전도도 했다. 농어촌선교팀원들의 활약이 보석보다 빛났다. 땀과 흙먼지로 더러워진 셔츠, 허리 한번 펼 새 없이 이어진 작업에 펑퍼짐한 엉덩이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어떤 모습보다 멋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꼭 붙잡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교회 나오세요”라고 노래하는 목소리는 그 어떤 악기소리보다 아름다웠다.
/정현주 기자 joo@onnu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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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금) 새벽 3시30분, 여기는 영등포역 신세계 백화점 앞. 울릉도행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을 달리길 네 시간여 동해 묵호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울릉도행 여객선을 탄다.
묵호항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더 거세졌다. 혹시 울릉도에 못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이틀 전 울릉도에 들어가려던 사람들이 거센 파도로 인해 묵호항으로 되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찰나였기 때문에 더 불안했다. 멀미약을 든든히 챙겨 먹고 승선했다. 배를 타고 세 시간여를 달려 울릉도에 도착했다.
울릉도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지니고 있는 신비의 섬이다. 진주 같은 섬이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었다. 햇빛이 반사된 바닷물은 어찌나 찬란하던지 눈이 부셨다. 해안선을 따라 이룬 기암괴석에 부딪힌 바닷물은 짙은 에메랄드빛을 띠고 있었다.
울릉도는 도서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역사가 깊은 곳이다. 1909년 영국 성서공회 소속 매서인(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전도하고 성경책을 파는 사람) 김병두가 처음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이 작은 섬에 100년이 넘는 교회가 무려 4개나 된다. 울릉도의 복음화율은 30~35%를 자랑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울릉도 기독교지만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 타 종교 및 각종 사이비, 이단 종파들의 침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의 대표적 관광지 나리분지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원파 계열 사업체가 들어서 있고, 이웃종교들도 노인요양원 및 사회복지시설을 준공해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기자가 양재 농어촌선교팀을 만난 곳은 기암괴석 절벽 위에 서있는 듯 위태로운 학포교회였다. 정재욱 목사와 임신빈 팀장을 위시해 총 11명의 팀원들이 이미 울릉도에 와 있었다. 그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학포교회의 묵은 때를 벗기고, 새 생명을 불어 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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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발은 교회를 쓸고 닦고, 입술은 하나님을 찬양

 

학포교회는 세워진지 51년이 넘은 오래된 교회다. 목사님 가족만 쓸쓸히 예배드리고 있었다. 무성한 잡초가 교회와 사택을 뒤덮고 있고, 예배당 한편에 딸린 작은 부엌은 언제 썼는지 모를 만큼 낡아있었다. 온갖 잡동사니가 나뒹굴고, 쥐똥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학포교회 이제중 목사는 5년 전 울릉도에 들어왔다. 울릉도 주민이 되어 학포교회를 섬기고 싶어 주저 없이 울릉도행을 선택했다. 이 목사가 학포교회에 왔을 때 성도는 한 명도 없었다. 전(前) 담임목사와 성도간의 불화로 모두 교회를 떠난 상태였다. 이 목사는 “언젠가는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하고 기도했지만 한번 등을 돌린 교인들은 좀처럼 교회에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이 목사가 용기를 냈다. 온누리교회 농어촌선교팀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나날이 황폐해져 가는 교회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처음 온누리교회 농어촌선교팀의 전화를 받았을 때 반신반의했어요. 도움을 주러 오겠다고 하고선 오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거든요. 그런데 온누리교회는 진짜 와 주셨어요. 탐방이나 관광이 아니라 순전히 교회 일을 하려고 오셨어요.”
양재 농어촌선교팀은 전도팀(김신자 권사, 이미자 권사, 이수란 권사, 송진숙 권사), 교회보수팀(정재욱 목사, 임신빈 팀장, 서광열 총무, 방찬종 피택장로, 조옥배 다락방장), 섬김팀(황선경 집사, 양오순 집사)으로 나눠 11명이 이곳에 왔다. 농어촌선교팀원은 아니지만 조옥배 다락방장, 송진숙 권사, 이수란 권사(만나교회)도 동행했다.
“평균연령이 60대인 팀이에요. 제가 제일 젊어요.”
정재욱 목사가 이 특별한 팀을 소개했다. ‘청년들이 하면 더 좋은 사역일 텐데’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빗나갔다. 노장들은 일당백이었다.
학포교회는 예배당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인들의 발길이 끊어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양재 농어촌선교팀은 교회와 사택 재정비에 집중했다. 우선 잡초부터 제거했다. 뽑아도 뽑아도 줄어들지 않는 잡초 앞에서 팀원들은 무릎 꿇지 않았다. 잡초보다 더 악착같았다. 교회 벽 밑에서 발견한 커다란 개미집도 들어내고, 땅을 골랐다.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바르기를 여러 차례 했다.
팀원들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무더위와 흙먼지, 햇볕에 그을린 얼굴… 그럼에도 작업은 계속됐다. 기자도 잡초 뽑는 일에 동참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리가 저리고, 숨이 턱턱 막혔다. 생각보다 힘든 작업에 시계만 쳐다보는 기자를 이미자 권사가 놀려댔다.
“잡초는 뜯지 말고 뽑아야지요. 더도 말고 십분만 해봐.”
고작 몇 분일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농어촌선교팀원들은 누구하나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창피하고, 미안하고, 농어촌선교팀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전도팀 소속 권사들은 온갖 잡동사니가 나뒹굴고, 쥐똥 냄새가 코를 찌르는 예배당 안과 부엌을 청소했다. 걸레질을 몇 번 했는지 모른다. 이수란 권사가 걸레질을 하다말고 우렁찬 목소리로 찬양했다.
“성령이 오셨네, 성령이 오셨네, 내 주의 보내신 성령이 오셨네~♪”
손과 발은 교회를 쓸고, 닦고, 매만지고, 입술은 하나님을 찬양했다. 작은 부흥회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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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집사님, 다시 교회 갑시다!

 

전도팀에게 특명이 떨어졌다. 현순자, 최석근 집사를 교회로 인도해줬으면 좋겠다는 이 목사의 부탁을 받은 것. 현 집사 부부는 교회에 발길을 끊은 성도 중 한 명이다. 현 집사의 집을 찾아갔다. 전도팀 소속 권사들의 눈빛이 비장했다.
“아유, 안녕하세요. 이 목사님이 하도 현 집사님 칭찬을 많이 하셔서 어떤 분인지 뵙고 싶었어요.”
안면을 트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권사들의 눈빛이 더 반짝였다. 복음을 전할 절호의 찬스였기 때문이다. 덥석 현 집사의 손을 잡고 간절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하나님은 사랑이세요. 교회에 안 나오는 집사님을 보고 하나님이 너무너무 마음 아파하세요. 집사님을 위해 하나님이 우리를 보내셨어요. 우리와 함께 교회 갑시다.”
진심과 간곡함이 배어있는 권유에 현 집사의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열렸다. 이번 주일에 교회에 나가겠다고 하셨다.
드디어 약속한 주일이 밝았다. 이게 웬일인가. 현 집사가 우리보다 먼저 교회에 와 있었다. 이 목사 가족 6명만 드리던 주일예배에 양재 농어촌선교팀과 현 집사가 함께 했다. 이 목사가 학포교회에 오고 나서 가장 많은 인원이 드린 주일예배였다.
서울로 되돌아오는 길에 학포교회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전기세가 부담돼 한 번도 켜지 않은 교회 십자가 불을 다시 켰습니다. 등대와 방주 같은 교회가 되겠습니다. 섬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의:양재 농어촌선교팀 02-570-7349

작성자  김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