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씻고 싶었을까…”
서초C공동체, 마태복음교회와 함께 ‘노숙자 목욕봉사’
“얼마 만에 씻는 건지 몰라요. 몸도 마음도 개운해졌어요.”
지난 29일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만난 김수철(가명)씨가 목욕을 마치고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김수철씨는 노숙자다. 이날 김수철씨 뿐만 아니라 노숙자 40명이 정말 오랜만에 목욕을 했다. 서초C공동체 덕분이다.
지난달 29일 서초C공동체가 목욕봉사를 했다. 노숙자들에게 목욕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사정을 모르는 이야기다. 서초C공동체 덕분에 목욕도 하고, 예배도 드린 노숙자들의 얼굴은 가을햇살보다 눈부셨다.
/ 김현준 기자 khj@onnuri.org
여기는 신길동에 위치한 한 목욕탕. 오늘 서초C공동체가 처음으로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목욕봉사를 한다. 아직 목욕봉사 시간까지 여유가 있는데 몇몇 봉사자들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 이상우 집사도 목욕탕 앞에 도착했다. 조수석에서 말끔한 청년이 같이 내렸다. 자동차 뒷좌석과 트렁크에 짐이 한 가득이다. 도착하자마자 이상우 집사와 그 청년이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봉사자들도 그들을 도와 짐을 옮겼다.
그 청년은 이상우 집사의 아들(이은창, 21세)이다. 일본에서 유학하는 아들이 아버지를 따라 목욕봉사를 왔다. 방학 때마다 아버지와 함께 봉사를 다닌다고 한다.
“아버지께서는 늘 남을 도와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실제로 아버지는 남을 많이 돕고 계시고요. 삶으로 가르쳐주시는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짐 꾸러미가 풀렸다. 남성용 속옷, 여성용 속옷, 세면도구, 헌옷들이 한 가득이다. 봉사자들이 하나하나 포장을 뜯어 새 종이봉투에 담았다. 포장된 채로 주면 될 텐데 왜 저렇게까지 수고를 할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서초C공동체는 노숙자들에게 물건을 나눠 줄 때마다 재정이 들더라도 새 봉투를 주문 제작해 담아주기로 했다. 서초C공동체가 진심으로 노숙자들을 사랑하고, 섬기고 싶다는 마음을 봉투에도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목욕 시간이다. 노숙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 서초C공동체와 함께 목욕봉사를 시작한 마태복음교회 이원용 목사(마태복음교회)가 노숙자들을 한데 불러 놓고 안부를 물었다. 아픈 곳은 없는지, 지난번에 다친 곳은 다 나았는지 살뜰히 챙겼다.
봉사자들이 노숙자들에게 정성껏 포장한 봉투를 건넸다. 어느새 목욕탕 탈의실이 노숙자들로 꽉 찼다. 많은 노숙자들이 한꺼번에 옷을 벗자 악취가 진동했다. 날씨가 덥다보니 냄새가 더 심했다.
“얼마나 씻고 싶었을까…”
악취가 진동한다고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 하나 없었다. 노숙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만 있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교회나오세요”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목욕봉사하는 것은 공동체 차원에서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장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태복음교회는 지난해 겨울부터 목욕 봉사를 시도했는데 장소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서초C공동체와 마태복음교회가 손을 잡고 목욕봉사를 시작하면서도 그 이유 때문에 염려가 많았다. 그러나 지체들의 간절한 기도와 여러 사람의 마음이 담긴 후원 덕분에 목욕봉사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씻는 노숙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토록 평안한 얼굴은 처음 본 것 같다. 악취가 진동하던 노숙자들에게서 꽃향기가 났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말끔한 모습으로 예배를 드렸다. 한 노숙자의 간증, 최창수 장로의 간증, 김영배 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간증과 설교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교회나오세요.”
노숙자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들은 미소로 화답해줬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서초C공동체와 마태교회 지체들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칼럼>
사회선교는 천국 건강법
지난해 5월부터 서초C공동체는 재활인(노숙자)들을 돌보고 있는 마태교회(영등포 소재)와 연합해 긍휼사역을 시작했다. 긍휼사역은 교회가 해야 할 당연한 사역이지만 공동체가 고정적으로 긍휼사역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교회표어가 ‘낮은 곳 더 낮은 곳으로’다. 사회선교가 교회의 역점 사역이라고 선포된 만큼 우리 서초C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의 본이 되고 싶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노숙자 목욕봉사는 양재 긍휼사역팀이 발굴해 일 년 정도 하다 서초C공동체로 이양되었다. 노숙자 목욕봉사를 이양받기 위해 탐방하는 과정에서 이 사역은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정적인 부담 때문에 여러 번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역의 주체는 하나님이라는 것과 서초C공동체 지체들에 대한 신뢰로 결정할 수 있었다.
서초C공동체는 매월 네 번째 토요일에 다락방 1개씩 돌아가며 이 사역을 주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공동체 중보기도팀과 리더십들의 많은 기도와 지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사역이 탄력을 받았다. 부흥도 경험하고 있다. 영등포 공원에서 드리는 야외예배에 참석하는 재활인이 평균 40~50명이었는데 지금은 200명 가까이 된다. 간증이나 공동체 소속 의료인들의 개인위생과 건강관리에 대한 강의도 한다. 소그룹으로 나뉘어 기도와 교제하는 시간도 보낸다. 간식이나 생활용품 선물은 덤이다.
노숙자 목욕봉사는 순항 중이다. 양재 사회선교팀의 지속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자녀들까지 데려와 참여하는 공동체 식구들이 자랑스럽다. 기도와 물질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공동체 리더십들의 헌신이 이 사역을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하나님께서 힘내라고 동역자도 보내 주셨다. 타 교회 성도 4~5명이 매번 도와주고 있다.
올해 초 서초C공동체 개강예배에서 재활인 형제가 간증을 했다. 법대출신인 그 형제는 경비원 시험에 합격해 취업을 했다. 재활에 성공했다. 그 형제는 온누리교회가 재활인들을 도와주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그 형제의 간증을 듣는 이들 모두가 큰 감동을 받았다. 서초C공동체의 작은 순종을 기뻐하시는 거룩하신 하나님의 임재와 사랑이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성령님께서 세밀한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사회선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항상 일구고 가꾸어야 할 영혼의 텃밭이다.”
하나님께서 앞으로 이 사역을 어떻게 이끄실 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거룩한 부담은 있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사회선교는 영적인 근력을 키워주고, 영적인 비만을 예방하는 천국 건강법이기 때문이다. 말씀이 육신 되신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진리를 삶으로 살아내면 사도행전 29장이 어떻게 마무리 될까?
/ 최창수 장로
작성자 김남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