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사역 현장 르포2-청진기 들고 땅 끝으로!
잿빛과 황토빛 속에서 푸르른 희망을 찾다
CMN과 분당B공동체가 함께 만든 여름이야기

이곳의 첫인상은 잿빛이다. 햇빛보다 비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퍼붓는 빗줄기를 보면서 한 팀원은 노아의 홍수를 떠올렸다. 비가 멈추니 이번에는 황토 빛이다. 대로를 벗어나면 흙길뿐이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퍼붓는 바람에 온통 진흙탕이다.
이곳은 영적으로도 잿빛이다. 황토빛이다. 그만큼 피폐하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 하나님이 결코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르다. 우리는 도구였다. 은사와 달란트, 순종하는 마음밖에 가진 것이 없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치료
한국에서 의사들이 와서 병 고쳐준다는 소식에 온 동네가 떠들썩하다. 갓난아이를 안고 온 어린 엄마부터, 주름에 삶의 고단함이 짙게 밴 노인까지 길게 늘어선 줄이 끝이 없다. 경직된 표정의 사람들이 눈만 마주치면 웃는다. 너나 할 것 없이 합장하고 수줍게 인사한다.
후텁지근하고 덥다. 천장에 달린 선풍기가 고작인 허름한 교실이 진료실로 탈바꿈했다. 약국과 미용실도 차려졌다. 옥구슬 같은 눈망울을 가진 어린이가 차가운 청진기를 가슴에 갖다 대자 울어댄다. 통역하는 선교사와 의사선생님이 우는 아이 달래느라 혼쭐이 났다.
이곳은 가는 곳마다 지켜보는 눈이 있다. 감시하는 눈초리가 보통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들이 한국에서 온 의료팀을 지켜주고 도와준다. 진료소로 한꺼번에 몰려 든 사람들을 줄 세우고, 안내했다. 덤으로 썩은 이도 뽑고, 내과 진료를 받았다. 파스도 한 아름 얻어갔다.
다리가 곪은 주민이 진료소로 들어섰다. 곧바로 외과수술이 시작되었다. 마취주사를 놓고, 고름을 짜내고, 소독약과 연고를 발랐다. 그리고 붕대로 감쌌다. 계속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리를 쓸 수 없을 지도 모르니 병원에 꼭 가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치료가 처음이자 마지막 치료라는 것을.
그들의 생명을 살려라!
우리가 방문한 이곳은 불교국가다. 인구의 95%가 불교신자다. 마을마다 사원(절)이 꼭 있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성인이 되면 군대에 가듯이 이곳 남자들은 성인이 되기 전 일정기간 동안 출가해서 사원에서 수련을 받는다. 인구는 대략 7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곳 사람들의 월소득은 80~100달러수준이다. 문맹률이 무려 13%에 달한다.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다. 하지만 행복지수는 매우 높다. 외세의 침략과 식민지배도 받았다.
이곳사람들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질병의 경중에 상관없이 약 20달러가 든다. 한 달 소득의 4분의 1이 넘는 돈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낸다. 그나마 수도인 이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란다. CMN 연합 아웃리치팀이 활약해야 할 이유다.
지난 17일부터 3박5일 동안 진행된 CMN BEE팀과 분당B공동체의 연합 아웃리치는 외곽지역 3곳에서 실시되었다. 의료봉사와 더불어 건물 페인트칠, 이미용 사역, 어린이 사역도 병행했다. 봉사자 53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봉사팀이었다.
이곳에서 CMN 연합 아웃리치팀은 움직이는 종합병원으로 통했다. 내과, 소아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치과, 약국이 한 공간에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해 간 약 종류만 해도 100가지가 넘었다. 거기에 이미용과 네일아트, 페이스페인팅, 풍선불기, 부채 만들기, 찬양과 율동까지 준비해갔다. 이곳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곳은 지금 우기다. 한 발자국 뗄 때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끈적끈적한 습기가 온 몸을 휘감는다. 악조건이었지만 CMN 연합 아웃리치팀원들의 사기를 꺾지 못했다. 그들의 생명을 살려야 했기 때문이다.
핍박이 심한 나라
이곳은 기독교에 대한 핍박이 매우 심한 나라다. 이곳에서는 원칙적으로 선교가 금지되어 있다. 전도하다 걸리면 바로 추방이다. 또한 선교사들의 입지가 좁아져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이곳에서 사역하는 한국인 선교사 수가 적다. 그러다보니 교단과 파송교회를 넘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연합하고 있다. 자녀교육에서부터 비자문제까지 선교사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돕고 있다.
이번 CMN 연합 아웃리치에서도 선교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어떤 선교사는 중요한 일정을 미뤘고, 또 다른 선교사는 한국에 다녀올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역시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에는 교단과 교회도, 개인의 사정도 중요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
아웃리치에 동참한 팀원들의 이력과 사연이 다양했다. 가족단위 봉사자가 많았다. 한 부모는 자녀에게 학원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왔다고 했다. 어린 자녀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이 하나는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일정을 보내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환자들을 안내했다.
주치의가 의료봉사 간다는 소식에 따라 온 팀원도 있고, 충남 예산과 천안에서 온 팀원도 있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팀원도 있었다. 찬양하고 기도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매년 빠지지 않고 동참하고 있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공부하고 고국에 돌아와 교회개척을 준비 중인 한 자매와,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형제, 한국말도 모르고 크리스천도 아니지만 이번 봉사에 함께한 형제까지 현지인들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었다.
/정현주 기자 joo@onnuri.org
CMN 연합팀과 보낸 시간에 대한 소회(所懷)
“길 없는 곳에 길 닦는 사랑의 불도저”
나와 아내는 선교사로 파송받기 전 CMN BEE팀의 멤버였다. 이번에 CMN 연합 아웃리치팀이 이곳에 방문한다기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53명이나 되는 아웃리치팀원들이 진료하고 선교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서류를 만드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도 되었다. 분명 이곳 정부에서 까다롭게 체크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 번도 공식적으로 서류작업을 진행해보지도 않은 것도 약점이었다. CMN 연합팀이 방문할 지역의 주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의외로 쉽게 허락해줬다. 일이 쉽게 진행되는 듯 했는데 아웃리치팀이 입국하기 3주 전에 정부에서 서류를 접수해줄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남은 시간동안 서류를 다시 접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부터 절망에 빠졌다. 그때 뒷걸음치는 모세를 불러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불러내라고 명령한 것이 떠올랐다. 주 정부 직원을 향한 분노를 차분한 마음과 용기로 바꿨다.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진행했다. 보건부, 외교부, 교육체육부, 한국대사관 등을 찾아가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렇게 아웃리치 팀이 도착하기 하루 전에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아냈다. 허가 받은 서류를 받아들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성령님이 함께 해 주셨다는 감격이었다. 참고로 다른 교회 의료팀은 한국에서 가져온 약들이 공항에서 통과되지 않아 사역에 큰 어려움을 겪은 일도 있었다.
이곳사람들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는데 공산권이라는 이유로 복음을 듣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헌신적이고 도전적으로 의료사역을 하는 영혼들을 통해 이곳 사람들이 주께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나도 CMN 연합팀과 함께 했다.
“작은자 한 영혼이 천을 이루겠고, 약한자 한 사람이 강국을 이룰 것이다. 때가 되면 나 여호와가 속히 이루리라”(사60:22)
진료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곳사람들 중에 하나님이 예비하신 한 영혼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속삭였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이 짧은 문장을 이렇게 두려운 마음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 땅에 하루 속히 종교의 자유가 오기를 기도했다.
CMN 연합팀은 어린이부터 장년까지,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앞세워 각 지체들이 한 덩어리로 사역을 감당했다. 서로가 순종하며 섬기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는 접수대가 있었고, 진료실까지 안내하는 지체도 있었다. 1,726건의 진찰을 했다. 기도하며 조제하는 약국도 있었다. 현지 아이들에게 한국말로 찬양과 율동을 가르치는 어린이사역팀도 있었다. 생애 첫 머리손질을 해준 이미용팀도 빠질 수 없다. 길 없는 곳에 길을 닦는 공동체였다. 사랑의 불도저였다.
CMN 연합팀이 하나님의 뜻과 의를 찾아나서는 여정이 얼마나 복된 삶인지 알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형통함이 무엇인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간절히 되새기는 시간이었길 바란다. 우리의 행실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기를 축복한다.
/J 선교사
인터뷰
“감사하고, 기쁘고, 보고 싶고”
안녕하세요. 저는 27살이에요. 저는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크리스천이 아니지만 한국교회에서 온 의료봉사팀과 함께 했습니다. 이곳 사람들을 진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머리도 잘라주고, 맛있는 한국음식도 맛보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서 기쁩니다. 저는 한국방송(아리랑TV)을 보면서 한국말을 배우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꼭 한국에 가보고 싶어요. 내년에도 우리나라에 꼭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만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현지에서 만난 형제
“CMN은 종합엔터테인먼트”
CMN은 하나의 종합엔터테인먼트 같습니다. 소아과, 내과,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한방, 약국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의 종합예술을 의술을 통해 실현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의료봉사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진료하는 의사도 필요하지만, 접수하고 안내해주는 봉사자도 필요합니다. 통역해줄 사람도 필요합니다. 또한 식사를 준비하는 팀원도 필요합니다. 의료진만 가는 아웃리치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비의료인들의 도움 없이는 사역을 할 수 없습니다. 신실하고 성실하게 섬겨 주신 여러 권사님들과 집사님들, 청년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임병훈 집사(내과 전문의)
작성자 김남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