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사역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를 보고 – 허원희 목사

 

‘Amazing Grace’

 

 

‘리리코 스핀토’는 서정적인 섬세함과 힘 있는 목소리를 모두 지닌 테너에게 주어지는 찬사를 말한다. 이 영화는 목소리를 읽어버린 천재 테너의 실화다. 러브소나타 집회 메인 출연자 배재철씨에 대한 이야기다.

배재철은 아시아 오페라 역사상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리리코 스핀토다. 그는 유럽에서 활약하다 그의 목소리에 반한 일본인 오페라 기획사 사장 와지마상(고지 사와다)에 의해 일본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음악에 대한 공감으로 가까운 친구가 됐다.

새 오페라를 준비하던 중 배재철이 갑자기 갑상선 암으로 쓰러졌다. 수술과정에서 성대신경이 끊어져 목소리를 잃고 말았다. 그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아내 윤희와 친구 와지마상의 절박한 노력이 영화에 녹아있다.

나는 러브소나타를 여러 차례 섬기면서 자주 보았던 배재철씨와 와지마상의 관계가 이처럼 아름답고 깊은 줄 몰랐다. 민족과 역사적 이해관계를 떠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두 사람을 묶었는지 몰라도 나는 두 사람의 관계는 하나님께서 맺어주셨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종교적 색채를 감추려고 했지만 하나님의 존재와 그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배재철은 그의 신앙적 인품으로 상대 여가수 멜리나의 유혹과 모략을 이겨냈다. 그리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신이 주신 재능이 아니면 이렇게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예전에 윤형주 장로님이 “가수의 목소리는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반드시 하나님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신 것이 기억났다.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알고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성악가였다. 하나님은 그에게 더 깊은 진리를 알게 하려고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시련을 허락하셨다. 그는 절망했다.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나님은 배재철에게 와지마상이라는 친구를 주셨다. 그는 신앙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혐한 분위기에서도 한국인을 차별하지 않았다. 배재철의 천재성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인간미로 마음을 녹였다. 결국 그의 도움으로 배재철은 목소리를 회복하게 됐다. 배재철이 성대복원수술 테스트 때 부른 노래가 바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다. 그는 수술 중에도 창조주 하나님을 깊이 묵상하고 있었다. 목소리를 다시 얻은 것으로 시련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재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는 절망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깨달았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서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라, 그의 노래를 듣기 원하는 청중이 있기에 무대에 선다는 것을….

그가 무대에 다시 섰다. 그리고 부른 노래가 ‘Amazing Grace’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순간 최고의 찬사가 돌아왔다. 관객도 오케스트라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보낸다.

그는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했다. 이제는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 다른 성악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하향세를 탄다고 한다. 그러나 배재철은 목소리를 잃었다 얻었기 때문에 좋은 일만 남았다. 이것이 욥의 축복이 아닐까. 그는 목소리를 잃었지만 인생을 얻었고, 명성은 없어졌지만 재기에 성공한 위대한 성악가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고난 가운데 친구를 통해서 이겨내게 하시는 하나님. 그 친구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묘하게 다가온다. 한일관계가 껄끄러운 지금 상황에서 두 사람의 우정이 양국이 화해하는 물꼬가 되지 않을까? 리리코 스핀토… 목소리가 서정적이면 힘이 부족하고, 힘이 좋으면 서정성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는 성악가 배재철. 어쩌면 한국과 일본의 약점을 보완한 완벽한 이미지라는 생각이 된다. 배재철과 와지마상은 기가 막힌 우정으로 기적을 보여준 사람들이다. 이 두 사람이 멋진 무대를 펼칠 2015년 봄, 교토 러브소나타 집회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 허원희 목사(Acts29)

작성자  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