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사역

강연기 형제와 보석 같은 동역자들

매주 서울역 노숙자들에게 통닭 135마리 대접

 

여기 또 한명의 작은 예수가 있다. 이번에는 사비를 털어 노숙인들에게 통닭을 대접하고 있는 청년이다. 그 주인공은 여호수아공동체 강연기 형제다.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서울역 2번 출구 앞 공터에 가면 그 아름다운 청년을 만날 수 있다. 강연기 형제가 노숙인들에게 대접하는 통닭은 맛도 맛이지만 양도 엄청나다. 매주 통닭 135마리를 대접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그 놀라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사람들 덕분이다. 양재 온누리교회 이웃사랑팀, 여호수아공동체, J4U공동체, 남대문5가공동체 지체들이 강연기 형제와 함께 섬기는 보석 같은 동역자들이다. 강연기 형제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사람들이 써내려가는 예수바보행전이 지금부터 시작된다.
/ 이소정 기자 s2868@onnuri.org

 

 

▶ 통닭을 기다리는 노숙자들

 

 

“온다!”
지난달 28일 오후 8시 서울역 앞 공터에 앉아있던 한 노숙인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듣고 주변에 있던 노숙인 140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집중됐다. 저 멀리서 강연기 형제가 큰 박스를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다가올수록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입안에 군침이 고였다. 나도 이런데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은 노숙자들은 오죽했을까?
박미숙 씨는 매주 이곳에서 통닭을 받아간다. 지난해부터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녀는 그 통닭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우리 딸이 통닭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매주 이곳에서 통닭을 받아다가 딸에게 가져다 줘요. 저는 안 먹어도 괜찮아요. 딸이 먹는 모습만 봐도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저희 같은 사람들은 고기 먹을 기회가 없는데 교회에서 이렇게 나눠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 사비를 털어 노숙인들에게 통닭을 대접하는 강연기 형제(여호수아공동체)
 

 

“고맙다”는 그 말 한 마디

 

강연기 형제는 1년 전부터 사비를 털어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역 주변 노숙자들에게 통닭을  대접하고 있다. 어떻게 이 놀라운 일을 하게 됐을까?
“제가 고등학교 때 학교에 가려면 서울역을 지나가야 했어요. 학교 가는 길에 노숙인들을 자주 봤는데 자꾸 시선이 가고 마음이 끌리더라고요. 그때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 같아요.”
그는 어른이 돼서 돈을 벌면 꼭 노숙자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이 흘러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던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네가 가진 것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줘라. 어려운 자를 돕는 것이 나에게 한 것이다.”
강연기 형제는 거침없었다. 하나님의 음성을 따라 곧바로 실천했다. 큰 가방에 빵과 음료를 가득 담아 와서 서울역 주변 노숙자들에게 나눠줬다. 한 노숙자가 한말이 그의 열정에 불을 붙였다.
“오늘 한 끼도 못 먹었는데… 정말 고마워.”
“고맙다”는 그 말 한마디가 노숙자들을 섬기는 일을 그만둘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정말 순수하고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쳤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동역자가 필요했다. 강연기 형제는 동역자를 찾기 위해 양재 온누리교회 여호수아공동체를 찾아갔다. 그런데 당시 여호수아공동체는 양재 이웃사랑팀과 함께 남대문5가 쪽방촌을 섬기고 있었다. 강연기 형제도 쪽방촌 사역에 합류했다. 그 와중에도 서울역 노숙자들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잊은 적이 없다.
“그래도 쪽방촌 사람들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은 있잖아요. 노숙자들은 그조차도 없어요. 그래서 다시 노숙자들을 섬기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지난해 5월 다시 서울역을 찾았다. 이번에는 통닭을 들고서 말이다. 그가 통닭을 선택한 이유는 노숙자들이 고기를 먹을 기회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통닭과 음료까지 합하면 한 달 지출만 250만 원이 넘는다. 꽤 부담이 되는 금액인데 재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걱정이 됐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하잖아요? 나눔도 똑같아요. 나눌 때마다 하나님께서 채워주시는 맛을 느끼면 멈출 수가 없어요. 늘 차고 넘치게 채워주시는 하나님 덕분에 한 번도 마이너스가 된 적이 없습니다.”

 

노숙자가 회복되어
또 다른 노숙자 섬기는 꿈

 

 

▶ 노숙자 위해 기도하는 이웃사랑팀

 

 

혼자 버티고 버티다 진짜 동역할 사람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쪽방촌을 함께 섬기는 공동체 지체들에게 연락을 했다. 한두 명씩 동역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더니 J4U공동체 소속 청년들도 합세했다. 그런데 2%가 부족했다. 영혼구원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노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은데 막막하더라고요. 그때 쪽방촌 사역을 함께 했던 권사님이 떠오르더라고요. 권사님들이라면 노숙자들에게 복음을 함께 전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올해 3월부터 양재 이웃사랑팀 김희숙 권사, 김경희 권사, 민경애 집사도 노숙인 섬김 사역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강연기 형제를 필두로 여호수아공동체, J4U공동체, 양재 이웃사랑팀, 남대문5가공동체가 합력하여 선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만 되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노숙자들과 함께 찬양하고, 말동무가 되는 역할은 양재 이웃사랑팀 전담이다. 처음 만난 노숙자도 양재 이웃사랑팀과 대화 몇 마디 나누면 세상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오후 8시가 되면 강연기 형제가 통닭을 가져온다. 양재 이웃사랑팀, 여호수아공동체, J4U공동체 청년들이 함께 그 통닭을 포장한다. 노숙자들에게 통닭을 나눠주기 전에 기도부터 하는 것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남대문 5가공동체 예배를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다. 한시라도 빨리 통닭을 받고 싶은 노숙자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그럼에도 J4U공동체 전수진 형제는 기도하는 것을 생략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노숙인들을 만날 때마다 허기진 모습뿐만이 아니라 영혼의 갈급함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온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을 포기할 수 있겠어요.”
청년들이 이 아름다운 사역을 주도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양재 이웃사랑팀의 격려와 응원이 있다.
“양재 이웃사랑팀 권사님들과 집사님들께서 이 사역의 중심을 잡아주시니까 정말 큰 힘이 되더라고요. 그분들은 이 사역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세요.”
양재 이웃사랑팀에게 청년들은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최고의 동역자다. 함께할수록 에너지가 샘솟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청년들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요.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청년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보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저희들이 청년들을 의지하고 있어요.”
이 아름다운 연합사역의 열매도 풍성하다. 남대문 5가공동체 주일예배에 서울역 주변 노숙자 3명이 찾아왔다. 이 사역의 꿈이자 비전이 바로 이것이다. 노숙자가 회복되어 또 다른 노숙자를 섬기는 사역자를 양성하는 꿈을 꾸고 있다.
“이 사역을 통해서 서울역 노숙자들이 하나님의 자녀로 세워지고, 그 노숙자들이 또 다른 노숙자를 섬기는 사역자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오후 9시가 훌쩍 넘었다. 준비한 통닭도 다 떨어졌다. 몸도 녹초가 됐다, 바로 그때 한 노숙자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저도 예수님 믿고 싶어요.”

작성자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