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목사-고정희 시인의 <이 시대의 아벨>
책 읽어주는 목사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시인의 <이 시대의 아벨>
신학대학원 입학 시절이었다. 나는 온 세상을 넉넉히 품을 만한 영적 여유, 면밀한 성찰, 깊은 영적 감수성과 순결함을 가진 신학생이라고 스스로를 오인했다. 사실 나는 언급한 어느 것 하나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목회에 대한 야망과 영적 비천함이 내 안에 넘실대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울면서 이를 갈았지만 어떤 순전한 진보도 일구지 못했다.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상한 갈대처럼 흔들리는 신학초년생 시절, 고정희 시인(1948~1991)의 <이 시대의 아벨>(문학과 지성사, 1983년)이라는 시집을 만나게 되었다. 고정희(본명: 고성애) 시인은 1948년생으로 한국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지방신문과 잡지사 기자를 거쳐 여러 출판사에서 일하며 시를 썼다. 1975년 시전문지 <현대시학>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1979년 <누가 홀로 술들을 밟고 있는가>를 비롯해 1991년 지리산 등반 도중 실족해 타계하기까지 10권의 시집을 남겼다.
내가 조우한 작품집 <이 시대의 아벨>은 작가의 네 번째 시집이다. 생전 고정희 시인은 자신의 시에 대해 ‘부드러운 언어로 강한 것들을 노래하는 것’, ‘아름다움과 강력함이 어우러지는 절실한 것들을 모국어로 득음하려는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시인의 언어 속에는 하늘 아래서의 고통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잘 표현되어 있었다. 괴로운 현실과 흔들리는 존재의 암울함을 예리한 언어로 그려내지만 마지막에는 낙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했다. 이 시집은 신학초년생 시절 흔들리는 나를 다잡아줬다.
책의 제목 <이 시대의 아벨>은 창세기의 가인과 아벨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작품집은 제1부 ‘서울사랑’, 제2부 ‘이 시대의 아벨’, 제3부 ‘벌거숭이산을 위하여’, 제4부 ‘상한 영혼을 위하여’, 제5부 ‘사랑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집에 담겨진 노래 가운데 개인의 상황에 따라 울림을 주는 노래가 다를 것이다. 당시 나에게 특별한 외침으로 다가온 시는 ‘상한 영혼을 위하여’라는 작품이었다.
상한 갈대처럼 흔들리는 신학초년생 시절, 고정희 시인(1948~1991)의 <이 시대의 아벨>(문학과 지성사, 1983년)이라는 시집을 만나게 되었다. 고정희(본명: 고성애) 시인은 1948년생으로 한국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지방신문과 잡지사 기자를 거쳐 여러 출판사에서 일하며 시를 썼다. 1975년 시전문지 <현대시학>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1979년 <누가 홀로 술들을 밟고 있는가>를 비롯해 1991년 지리산 등반 도중 실족해 타계하기까지 10권의 시집을 남겼다.
내가 조우한 작품집 <이 시대의 아벨>은 작가의 네 번째 시집이다. 생전 고정희 시인은 자신의 시에 대해 ‘부드러운 언어로 강한 것들을 노래하는 것’, ‘아름다움과 강력함이 어우러지는 절실한 것들을 모국어로 득음하려는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시인의 언어 속에는 하늘 아래서의 고통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잘 표현되어 있었다. 괴로운 현실과 흔들리는 존재의 암울함을 예리한 언어로 그려내지만 마지막에는 낙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했다. 이 시집은 신학초년생 시절 흔들리는 나를 다잡아줬다.
책의 제목 <이 시대의 아벨>은 창세기의 가인과 아벨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작품집은 제1부 ‘서울사랑’, 제2부 ‘이 시대의 아벨’, 제3부 ‘벌거숭이산을 위하여’, 제4부 ‘상한 영혼을 위하여’, 제5부 ‘사랑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집에 담겨진 노래 가운데 개인의 상황에 따라 울림을 주는 노래가 다를 것이다. 당시 나에게 특별한 외침으로 다가온 시는 ‘상한 영혼을 위하여’라는 작품이었다.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 뿌리 깊으면야 /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고정희 시인은 ‘상한 갈대’로 표현되는 인간의 삶을 매우 선명하게 관찰하고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그 폐부를 파헤쳤다. 우리가 아파할 만큼 아파하고, 눈이 부르트도록 고통 속에서 울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상한 갈대’와 같은 상한 영혼들에게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떤 상황 속에도 매몰되지 않는 역설적 의지와 생명력은 고통을 고통으로, 결핍을 결핍으로 순전히 수용하는 넉넉한 실존적 승인에서 비롯된다. 이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상처 입은 영혼을 품는 ‘땅으로 임하는 하늘의 손’에 대한 운명적 신뢰 때문이다. 신학 초년생 시절, 고정희 시인의 노래는 ‘영혼의 어두운 밤’을 감싸주는 내 인생의 포대기였다.
그리스도인들이 남다른 것은 사람들의 아픔을 감싸주는 감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받고 흔들리는 이 시대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따뜻한 위안과 희망이다. 이 시가 우리의 기도가 되어 상한 영혼들이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기를 소망한다.
/ 이기진 목사(분당B공동체)
그리스도인들이 남다른 것은 사람들의 아픔을 감싸주는 감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받고 흔들리는 이 시대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따뜻한 위안과 희망이다. 이 시가 우리의 기도가 되어 상한 영혼들이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기를 소망한다.
/ 이기진 목사(분당B공동체)
작성자 권찬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