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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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나의 스승

선교지에서 온 편지 한영훈(월드프렌즈 KOICA자문단)

 

어느새 14년이 흘렀다. 2001년 5월 25일 임신 7개월의 아내와 몽골 울란바토르에 첫발을 내딛었다. 더없이 화창하고 쾌적한 날이었다. 한국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른 하늘이었다. 몽골은 역사가 살아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구분하는 우랄알타이산맥과 고비사막을 품고, 흉노, 선비, 돌궐 등 수많은 민족들의 문명과 문명이 이어지는 유목민들의 고향이다.

몽골의 유목민들은 장성한 자녀에게 재산을 나눠주고, 먼 곳으로 보내 독립하게 한다. 그들에게 토지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적의가 없다면 누구와도 타협할 줄 알고, 결코 먼저 신의를 깨트리지 않는다. 몽골의 자연환경은 냉혹하고, 잔인하다. 춥고, 척박하고, 건조한 환경이 이곳 사람들에게 유연한 삶의 철학을 가르치고, 또한 준비시키는 훈련의 장이 되어 왔다.

2001년 7월 적응기간과 언어훈련을 마치고 몽골 입국동기인 외과 박 선생과 몽골연세친선병원에서 진료준비를 하면서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몽골인 원장이 병원의 모든 직원들에게 2주간의 휴가를 주고 병원 문을 닫아버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7월 중순이 지나서야 첫 진료를 할 수 있었다. 처음 석 달은 정말 고역이었다. 몽골어가 서툴러 도우미 학생이 없을 때면 환자들과 소통하느라 혼쭐이 났다.

9월 중순에 첫눈이 내렸다. 한번 내린 눈은 녹지 않았다. 세상이 하얗게 덧칠한 도화지 같았다. 동지가 지나면서 몽골에 진정한 겨울이 시작되었다. 영하30도의 매서운 추위가 몰려왔다. 그 추운 날이 9일씩 9번 지나야 겨울이 끝난다고 했다. 영하의 날씨와 언 땅은 5월이 돼서야 겨우 녹았다. 끔찍한 추위와 긴 겨울에도 진료실에서 만난 유목민들은 결코 쉬지 않았다. 추울수록 더 열심히 일했다. 5월 중순이 되었다. 곳곳에서 푸르른 나무와 풀들이 여름을 빚어내고 있었다. 집과 병원 모두 진한 초록으로 빛났다. 몽골의 여름은 추위와 맞서 싸워 이겨낸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할 당연한 격려와 위로의 선물이다.

나는 14년 동안 몽골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의 상처를 치료했다. 몽골에 내시경부비동수술을 소개했고, 수많은 재건수술과 청각수술도 시행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도 내게 진료를 받았다. 몽골 사람들은 내게 고맙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고맙다. 그들은 내 스승이다. 몽골은 신의 섭리를 배우는 현장이었고, 순종하는 삶의 훈련소였다. 공감할 줄 모르고 자기애가 강했던 한 젊은 의사가 긍휼을 배웠고, 애통해하는 마음을 나눌 줄 알게 되었다.

작성자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