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성인

[맛있는 말씀 해설] “…시기와 기회는 그들 모두에게 임함이니라”(전 9:11).

맛있는 말씀 해설  
 
“…시기와 기회는 그들 모두에게 임함이니라”(전 9:11).
 
인생이란 참으로 예측 불가능한 여정이다. 열심히 달리는 사람이 항상 골인 지점에 먼저 도착하는 게 아니다. 전쟁에서 용맹한 병사가 언제나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지혜가 있다고 해서 먹을 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총명하다고 해서 재물을 모으는 것도 아니며, 배웠다고 해서 늘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불행한 때와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친다. <전도서> 9장 11절은 이러한 인생의 역설을 담고 있어서 열심히 믿음으로 살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하는 신앙인뿐만 아니라 최선을 다해 인생 여정을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도 고민이 되는 말씀이다.
“내가 다시 해 아래에서 보니 빠른 경주자들이라고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용사들이라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지혜자들이라고 음식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명철자들이라고 재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지식인들이라고 은총을 입는 것이 아니니 이는 시기와 기회는 그들 모두에게 임함이니라”(전 9:11).
학창 시절부터 노력과 실력이 ‘성공의 열쇠’라고 배워온 우리는 이 본문을 처음 접할 때 당혹감을 느낀다. 성경은 마치 이러한 상식에 도전하는 듯하다. 특히 성도들이 이 구절을 읽으며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마지막 지점이다. “시기와 기회가 모두에게 임한다”는 이 문장의 의미는 인생의 성공이나 결과가 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고, 반대로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순간이 닥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시기와 기회’, 즉, 타이밍과 우연한 기회가 인생의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말한다. 
이 구절을 또 다른 번역본 <표준새번역> 성경으로 읽으면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불행한 때와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친다.” 이 번역은 기회보다는 위기에 초점을 맞춘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삶에 불가피한 고난이 있다는 사실과 누구도 예외 없이 불행한 일을 겪을 수 있으며,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것은 하나님의 주권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의 수고와 노력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이 질문들은 많은 신앙인이 깊은 고뇌에 빠지게 만든다.
<전도서>저자는 단순히 인생의 무상함을 한탄하는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의 치열한 관찰과 경험을 통해서 인간 존재의 근본적 한계를 직시한다. 아무리 뛰어난 경주자도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할 수 있고, 최고의 전략가도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 무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한 사업가가 20년 동안 성실히 일구어온 회사가 산업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하루아침에 위기를 맞았다. 그 사업가는 자신의 노력과 전략이 무용지물(無用之物) 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처럼 ‘시기와 기회’라는 요소는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 구절은 체념과 포기를 권하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함과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는 균형 잡힌 지혜를 가르친다.
<전도서>의 이 표현은 단순한 운명론이 아니다.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시간표에 대한 신뢰를 담고 있다. 우리가 이 본문에서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지혜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서 갖는 초연함이다. 성공했을 때 교만해지지 않고, 실패했을 때 자책하지 않는 평정심이 필요하다. 
두 번째 지혜는 진정한 성공이란 결과물의 크기가 아니라 매 순간 하나님께 신실했는지에 달려있다는 깨달음이다.
결국 <전도서> 9장 11절은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실력 너머의 더 중요한 차원이 있음을 일깨운다. 우리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인생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신뢰하며 살아가는 믿음의 태도이다.
/ 오은규 목사(성동광진공동체)

작성자  박지혜 기자 wisdom7@onnu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