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성인

[맛있는 말씀 해설] “하나님께서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 45:5)

맛있는 말씀 해설
 
“하나님께서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 45:5)
 
매우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요셉에게 새어 나온 고백이다. 대기근을 비웃듯 넘실대는 곳간을 틀어쥔 애굽의 총리가 자신 앞에서 쩔쩔매며 생명을 구걸하는 이방의 객들에게 자신이 요셉이라고 밝히는 자리에서 말이다. 상인에게 팔아넘겨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형들의 마음에서는 잊힐 수 없었던, 일평생 마음의 짐이 되어버린 요셉의 음성이 거짓말처럼 되살아난 것이다.
20여 년 만에 형들과 재회하면서 요셉이 복받쳐 오르는 마음을 다잡는 장면이 몇 번 등장한다. 사랑하는 동생 베냐민에게 축복의 인사를 건네던 중 터져 나오는 울음을 붙잡고 그는 급히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야 했다. 형들도 반가웠겠지만, 하나뿐인 친동생이 얼마나 보고 싶었으랴! 형 노릇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무심하게 흘러간 세월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자신을 속 시원히 드러내지도 못한 채 마음을 눌러 감추기도 힘겨웠을 것이다. 이후 장면에서는 형들의 변화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자신을 이방에 팔아넘긴 형들이 베냐민에게는 어떻게 대하는지, 아버지는 어떤 삶을 사셨을지 요셉은 몹시 궁금했을 것이다. 
은잔을 훔친 대가로 노예가 될 거라는 총리의 말에 넷째 형 유다가 담대하고 절절하게 탄원하기 시작한다. 한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가 자신들을 믿고 막내 베냐민을 애굽 길에 동행하도록 허락했는데, 그가 노예가 된다면 아버지에게는 죽기만큼 어려운 일일 거라고 말한다. 유다는 이어 자신이 동생 베냐민을 대신해 종이 되겠노라 간청한다. 베냐민이 아버지에게 돌아가지 못하면 아버지를 뵐 낯이 없을 것이라는 형의 절규에 가까운 요청에 요셉은 간신히 참고 있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을 물러가게 한 뒤 드디어 그는 자신의 정체를 형들에게 완전히 드러낸다. 큰 소리로 울며 내가 바로 요셉이라며 아버지가 살아계시냐고 형들에게 묻는다. 20년 동안 가슴속에 묻어둔 아버지의 안부를 여쭈며 포효하듯 외친 것이다.
37장부터 시작된 요셉의 이야기에는 극적인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그만큼 형들에게 버림받고 이방으로 팔려 간 이후 요셉이 겪은 삶은 고난의 연속 그 자체였다. 그의 현실은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아버지의 사랑이 가득히 담긴 채색옷이 벗겨지고 낯설고 시커먼 노예의 옷을 입어야 했다. 급기야 죄수복을 입고 감옥으로 내몰렸을 때는 마치 인생의 문이 닫혀 버린 듯한 절망을 느꼈을 것이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면서 눈물이 마르고, 희망도 사라지며, 소망을 노래할 수도 없었으리라!
그러나 요셉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을수록 느껴지는 것은 현실과는 정반대로 그의 중심이 이상하리만큼 평온해 보인다는 것이다. 형들 앞에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자신을 드러내면서 전하는 말속에서 그의 지난 20여 년 세월 동안 한결같이 관통해 온 신앙의 중심이 엿보인다. 그의 마음과 생각 속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형들에 대한 한 줌의 원망이나 아쉬움, 한탄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기 위해 그저 자신을 먼저 보내신 거라는 믿기 힘든 고백을 한다.
마치 다윗이 사울의 칼끝을 피해 숨어 지내던 긴 세월 동안 하나님을 더욱 깊이 만난 것처럼, 요셉도 차디찬 인생의 밑바닥에서 한결같이 하나님을 바라보고 더욱 견고한 믿음을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일까! 깊은 수렁에 빠졌을 때도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하며 나와 내 가족과 내 민족을 붙들어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요셉을 상상해 본다. 이는 요셉의 일상이었고, 살아갈 이유였으며, 소망의 근거였을 것이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오늘의 삶이 잔잔한 강 같든지,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평안함을 누리는 삶 아닐까? 그것이 무엇이든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붙들고 감사하며 그분의 뜻이 내 삶 가운데 이뤄지기를 기도하며 걸어가는 것이다. 요셉이 형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 중심에 곰 삭혀둔 신앙을 고백하듯이, 우리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믿음의 중심이 날로 견고해지기를 소망한다.
/ 황문규 목사(양재경기A공동체)

작성자  박지혜 기자 wisdom7@onnu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