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사역

느리지만 끝까지 완주한 행복한 사람들

 제2회 거북이 마라톤 대회


참가비 및 후원금 노숙인 자립자활 위한 농지마련
 

느리지만 끝까지 완주한 행복한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 13일 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거북이 마라톤 대회’에서 말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거북이 마라톤 대회는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느리지만 끝까지 달리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대회다.
올해 거북이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도 아주 특별했다. 산마루교회 성도인 노숙인 형제자매들, 휠체어를 타고 완주한 성도, 3대가 함께 달린 가족, 순원과 함께 달린 순장 등 500여 명이  참가했다. 거북이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은 끝까지 걷고 뛰면서 노숙인들을 돕는 귀한 땀방울을 흘렸다. 거북이 마라톤 대회 참가비 및 후원금 약 1천 2백만원은 산마루교회 노숙인 자립자활을 위한 농지를 마련하는 데 사용된다. 기자도 그 뜻 깊은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걷고 뛰었다.
/ 이소정 기자 s2868@onnuri.org

 



board image▶ 온누리교회 성도들이 미소를 띤 얼굴로 제2회 거북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출발!”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거북이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 나갔다. 강하게 내리쬐는 가을 햇볕보다 참가자 500여 명의 사랑이 더 뜨거웠다. 한강물에 부서지는 반짝이는 햇살보다 참가자들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더 아름다웠다. 말 그대로 나누는 기쁨, 회복의 은혜, 함께하는 감동이 가득했다.
이번 거북이 마라톤 대회 참가비와 후원금은 예수 믿고 노숙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강원도 고랭지 채소 재배 지역에 농지를 마련하는데 사용된다. 거북이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더 많은 농지를 확보하는 금보다 귀한 보석이었다.

 

나누는 기쁨, 회복의 은혜, 함께하는 감동

 

나누는 기쁨도 벅찬데 큰 은혜까지 받은 참가자들이 있다. 김혜지 성도는 몸이 불편한 엄마 김춘자 성도를 휠체어에 태워 5km걷기 코스를 완주했다. 달리는 내내 엄마와 딸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거북이 마라톤 대회는 김혜지 성도 모녀에게 형언할 수 없는 위로를 선물했다. 잃었던 용기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김춘자 성도는 16년 전 발을 헛디뎌 넘어졌는데 뇌출혈이 왔다. 큰 위기는 넘겼지만 후유증으로 편마비가 왔다. 왼쪽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 그 순간부터 김춘자 성도의 자존감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딸이 엄마 돌보느라 힘들겠다는 말을 할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어요. 엄마가 자식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거든요…”
2주 전이었다. 서빙고 온누리교회 3부 예배를 드리던 김혜지 성도는 거북이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광고를 듣고 엄마 생각이 났다. 몸이 불편해서 예배를 텔레비전으로만 드리고, 밖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엄마에게 아주 좋은 선물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딸의 바람대로 거북이 마라톤 대회는 상상 그 이상의 치유와 회복을 선물해줬다.
“청년들이 밝게 웃으면서 엄마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주는데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면서 잃었던 자신감과 용기를 되찾으신 것 같아요.”
딸 옆에 있던 김춘자 성도도 기쁨과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달리는 모든 순간이 눈물 날 만큼 좋았어요. 이런 대회가 자주 열렸으면 정말 좋겠어요.”
큰 은혜를 받은 주인공들이 또 있다. 순원들과 함께 출전한 여호수아공동체 최은희 순장도 그 주인공이다. 순장을 포함한 순원 네 명이 10km 코스를 함께 달렸다.
“순원들과 함께여서 끝까지 달릴 수 있었어요. 순원들과 함께 의미 있는 행사에 참가해서 소중한 추억을 쌓은 것이 정말 기뻐요.”
정유정 성도(서빙고공동체)는 실천하는 신앙을 전수하고자 아들과 함께 달렸다. 3대가 함께 달린 가족도 있다. 조부모부터 손주까지 3대가 함께 참석한 김호중, 조성심(양지 온누리교회) 성도 가족이 그 주인공이다.
“3대가 함께 걷고 뛰는 것 자체가 뜻 깊은 일인데 노숙인들의 재활까지 돕는다고 하니까 의미가 배가 된 것 같아요.”
“농지 한 평 한 평이 모여 사랑의 기적을!”, “포기하지 않는 당신은 누군가의 도전이 된다.” 참가자들이 걷고 달리는 내내 청년 봉사자들이 들고 있는 주옥같은 응원글도 마음을 울렸다. 청년 봉사자들의 밝은 미소와 힘찬 응원까지 더해지니 이 보다 좋을 순 없었다. 6개 성인공동체(강서, 동작, 서빙고, 성동광진, 이수, S브릿지)도 힘을 보탰다. 거북이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손수 준비한 풍성한 음식(육개장, 잔치국수, 어묵, 소떡꼬치, 김밥 등)을 대접했다. 이처럼 돕는 손길로 거북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300여 명의 봉사자들도 숨은 주인공들이었다.

 

 

거북이 마라톤을 마치고

 

이 땅 위에서 펼쳐진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가을 하늘 아래 한강변을 달린 제2회 거북이 마라톤은 노랫말 그대로 ‘내게 강 같은 기쁨’ ‘강 같은 평화’였다. 하늘은 맑고 푸르고 바람은 싱그러웠다. 노숙인 형제자매들과 온누리 산마루 교우들이 함께 강변을 걷고 달렸다. 이것은 경쟁이 아니라 진정한 주 안에서의 만남이었다. 세상이 쌓아 놓은 계층과 차별의 벽을 무너뜨리는 이웃사랑, 은혜의 물결이었다.
노숙인 찬양대원들은 개회 기도회의 찬양을 위해서 6시 30부터 산마루교회에 모였다. 모두가 상기된 모습으로 늦는 이가 없었다. 모두 목청을 돋워 힘차게 연습했다. 개회 기도회에서는 모두 밀짚모자를 쓰고 “한 걸음 한 걸음 주 예수와 함께♬”를 기쁘게 찬양했다. 우리가 밀짚모자를 쓴 까닭은 ‘서울역전 밀짚모자 친구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온누리교회 마포공동체와 산마루교회는 3년 전부터 매월 첫째 월요일 아침 7시 서울역 광장에 모여 밀짚모자를 쓰고 “깨끗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깨끗한 것이 거룩한 것이다! 서울역전은 우리가 치운다!”를 외치며 청소를 해왔기 때문이다. 개회식 때 이재훈 목사님과 나도 밀짚모자를 썼다. 이 사역의 동참자라는 기쁨 때문이었다. 
노숙인 형제들은 가을 햇살 아래 시원한 강변 바람을 쐬며 걷고 달리면서 안내 청년 도움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했다. 청년들은 기쁜 얼굴로 “그대 흘린 땀이 농지 한 평 확보한다”, “포기하지 않는 당신은 누군가의 도전이 된다”라는 피켓을 들고 격려했다. 한 노숙인 형제는 내게 달려와 안기며, 일생 처음으로 10킬로미터를 뛰었다고 자랑하며 기뻐했다. 그가 그렇게 밝은 얼굴로 웃는 것은 처음 보았다. 나도 덩달아 밝아졌다. 어린이들과 젊은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온 가족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함께 걷고 달리는 모습은 ‘거북이 마라톤이 그리스도인 가정의 진정한 행복을 더욱 충만케 하는 것’임을 느끼면서 주께 감사를 드렸다.
시골장터 같은 바자회는 이웃사랑의 기쁨으로 흥청거렸다. 호떡, 잔치국수, 국밥, 닭꼬치… 기름 냄새와 구수한 국물냄새 속에 거북이들의 마음은 더욱 풍족해졌다. 이내 이것을 준비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믿음과 사랑 없이는 해낼 수 없음을 깨닫고 감탄했다.
또한 마라톤 당일 날 온누리 산마루 청년들과 지난여름 함께하였던 “주님과 나를 찾아 떠나는 설악여행”의 모금 사진전을 열었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 설악산 종주가 힘들었지만 아름다웠던 풍광을 다시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모금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걷고 달리면서, 어린 시절 강변에서 모래에 손을 묻고 모래집을 지으며 부르던 노래가 생각났다. “거북아 거북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사람들은 거북이가 헌 집을 새 집으로 만들어 주는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실제로 제2회 거북이 마라톤에 참가한 모든 이들은 새집을 지어주는 거북들이었다. 거북이 마라톤은 머리 둘 곳도 마음 둘 곳도 없는 분들에게 새집, 곧 ‘산마루예수공동체’를 지어주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몇 해 전부터 서울역에서 나와 자립자활 할 수 있는 농지 값을 한 평 두 평 모아왔다. 산마루교회의 노숙인 사역은 노숙인들이 서울역에서 나오도록 하고, 주 안에서 거듭나고, 자립자활 하도록 돕는 것이다. 마침내 그분들이 서울역 사람들을 돕고 자립자활토록 돕는 것이다. 현재 주의 인도하심으로 고랭지 채소가 나는 농지를 계약하여 중도금까지는 기적처럼 지불했다. 연말까지 잔금을 내는 일만 남았다. 이 일에 모두가 거북이가 되어주었다. 이번 거북이 마라톤으로 모이게 된 기금을 주께서 축사할 때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나리라 믿는다.
거북이 마라톤은 온누리교회와 산마루교회가 교파와 대소형 교회의 벽을 이미 넘어서서, 교회일치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운동이다. 이웃사랑도 실천하는 살아있는 행함 있는 믿음이다. 제2회 거북이 마라톤은 주께서 이 가을 하늘 아래, 이 땅 위에서 펼쳐진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며 기뻐하시리라고 나는 믿는다. 목사님과 온누리교회 교우들께 감사드린다. 사랑합니다. 주께 영광 드립니다! 


 

board image▶ 이주연 목사(산마루교회)

 

작성자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