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권사칼럼] 나눔의 행복

권사칼럼
 
나눔의 행복
 
고향에 살면 단순히 전원생활의 여유와 자연에 사는 유유자적함을 즐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장소도, 사람도 모두 특별한 추억이 있고, 어디를 가나 엄마의 자궁 속 같은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은 모두 외지로 출가해서 가까이 있는 친구가 별반 없다. 그에 반해 남자 동창 중에는 은퇴 이후 귀촌한 친구들이 있다. 토박이로 사는 친구들도 있다. 어쩌다 만나면 코 흘릴 적 유년의 그림자를 떠올리며 무람없이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동창들과 하는 환담이 고향살이에 적잖은 활력이 되고 의지가 된다.
동창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올린 열무 물김치 담근 글을 보고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고향집에 자주 내려오는 친구다. 집에 있으면 한번 만나자면서 친구와 둘이 놀러 오겠다고 했다. 열무 물김치 자랑을 한 터라 김치 검증도 받을 겸 친구들을 초대했다. 손님이랄 것도 없는 친구들이라 있는 찬에 상추쌈이나 먹자 싶어 오랜만에 반가운 해후를 했다. 엽렵하게도 사 들고 온 콩국에 국수를 삶아 말고, 마침 먹기 좋게 익은 열무김치와 밭의 쌈채소를 뚝뚝 뜯어다 당근 샐러드에 무쳐 간단히 점심을 대접했다. 정말 맛있다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두 사람의 가감 없는 검증에 자신감이 생겨 열무 물김치 한 대접씩 퍼다가 이웃에게 나눴더니 모두 고마워한다. 작은 나눔이지만 이것이 정이고 인심이고 사람 살아가는 재미 아닐까?
이 친구들, 밥값 한다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춧대도 박아주고, 죽은 대추나무 가지도 잘라준다고 나서는 마음 씀씀이가 참 고맙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서로 진실한 마음이 오갈 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지고 살맛이 나는 것 같다. 좋은 친구들, 사랑을 나눌 좋은 이웃들이 있어  내 시골살이가 푸근하고 넉넉해진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전원생활이 낭만처럼 보이지만 사람에 정 못 붙이면 살아내기가 어려운 것이 세상을 사는 이치다. 이웃이나 동네에 넉넉히 인심을 베풀고, 더불어 같은 눈높이로 살아가는 것이 내가 행복하게 사는 지혜이리라. 내친김에 밭에 널브러진 싱싱한 야채를 뜯어 봉지에 꽉꽉 채워 넣는다. 내일 서울에 올라가서 가까운 이웃들에게 나누면 얼마나 좋아할까? 무공해 야채에 내 땀과 사랑까지 곁들였으니 도시에서 돈 주고 사 먹는 것에 비기랴. 그 웃는 모습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먼저 달린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시도 한 편 띄워본다. 
 
보름이 가까우니 
둥근 달이 휘영청 밝다
둥글어진 마음도 
보름달이 된다
뜨락에 내려앉은 달빛 벗 삼아 
하모니카 선율에 취해본다
개구리 소리마저 정겨운 
고향의 밤이 깊어간다
또 하루를 지나는 감사함이 
가슴 가득 여울진다

/ 조은미 권사(온누리교회 강동캠퍼스)

작성자  홍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