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크리스천을 위한 부부상담] "다시 돌아가라!"

크리스천을 위한 부부상담
 
“다시 돌아가라!”
 
산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단순히 길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조난까지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길을 잃은 과정은 이렇다. 몇 번 산을 올라보니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새로운 길을 찾아 가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평소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찾아서 등산했다. 예상대로 매우 신나고 재미있었다. 매번 보던 풍경과 많이 다른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산과 하늘과 만물을 만드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바쁘게 살아왔던 삶도 돌아보고, 머리와 어깨를 짓누르던 스트레스 덩어리도 내던지는 기분을 느꼈다. 답답했던 마음을 새롭고 신선한 공기로 한껏 충전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해는 지평선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새로운 길을 탐험하면서 걷고싶은 호기심이 가득 남아있었다. 평소 밟아보지 않았던 길로 등산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는데 하산할 때도 그렇게 해보자는 호기로운 마음이 들었다. 해 떨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하산은 더 빠르게 하기로 했다. 곤란에 처할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고 어리석게 실행했다. 하산하면서 지름길이라고 판단되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오솔길을 걸어갔다. 조금만 내려가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산 아래에 도달할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고 마음이 급해졌다. 마음이 급해질수록 더 빨리 하산할 지름길을 찾아 내려갔다. 그런데 걸을수록 산 아래 큰길과 멀어졌다.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걸어 내려가는 오솔길의 끝이 족히 수십 미터는 되보이는 절벽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엄청난 두려움이 큰 파도처럼 내 마음을 덮쳤다. 갑자기 산이 무서워졌다. 해는 곧 꺼져버리는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어둠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고, 하산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모든 삶의 지혜를 모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신을 집중했지만 좋은 답을 찾지 못했다. 마음이 급해지고 어떻게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어처구니없는 처지가 된 것 같은 내 모습이 우스워 보였다. 어둠, 절망, 좌절, 무망, 두려움 등의 감정이 올라왔다. 
움직일수록 수렁에 빠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선 멈췄다. 멈춰서 기도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주신 지혜는 굉장히 간단했다. “돌아가라”, “잘못 들어선 첫 지점으로 돌아가라”였다.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하나님은 지름길을 알려줘서 빨리 하산할 방법을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오히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점으로 돌아가 길을 찾으라는 마음을 주셨다. 마음이 급했지만, 인간적인 고집과 생각으로 무엇인가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올라갔다.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지,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내려왔던 곳을 더듬으면서 되돌아갔다. 한참을 돌아가다 익숙한 등산로를 발견했다. 이미 해는 넘어가서 조금의 빛밖에 없었지만, 익숙한 하산 길을 걸어 내려가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깜깜한 밤이 다 되어서 산 아래 도착했다. 감사기도를 드리면서 “돌아가라”는 깨달음이 마음 깊이 남았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첫사랑을 기억하라”, “첫사랑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의 중요성도 새삼 깨달았다.  
갈등을 심하게 겪는 부부들이 뒤틀린 결혼 생활이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자문하곤 한다. 현재의 갈등과 어려움은 한순간 만들어진 게 아니다. 어떤 사건이 쌓이고 쌓이면서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서로를 무관심하게 대하는 부부가 있다. 아무런 관심과 사랑도 없다. 모든 열정과 애정이 식어버린 모습이다. 한겨울 식어버린 식탁을 마주하는 냉랭함과 같다. 식은 관계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는 부부가 서로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 보는 것이다. 좋았던 시기를 기억하면서 틀어진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 어떤 것들이 사라졌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좋다. 그것이 서로에 관한 관심일 수도 있고, 배려일 수도 있다. 친절하고 따뜻한 격려의 말일 수도 있다. 부부 사이에 마땅히 있어야 할 것 중에서 어떤 것이 결핍되었는지 찾아보면서 현재의 부부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남편이 어느 시점부터 권태기를 경험했다. 예전과 같은 행복감을 경험하기 힘들어졌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시큰둥해졌다. 부부 싸움도 종종 했고,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남아있었던 정과 관심도 이제 없다. 어느 날 부부 관계를 돌아봤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남아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잘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생각했다. 남편이 찾은 것은 ‘아내를 위한 기도의 부재’였다. 근래 아내를 위한 기도를 했는지 돌아보았다. 결혼 초기에는 아내를 위한 기도를 했던 게 기억났다. 그런데 지금은 미움과 갈등이 쌓이면서 대화를 하지 않고, 아내를 위한 기도를 멈춘 것을 알게 됐다. 남편은 ‘아내를 위한 기도를 다시 시작해보자’고 생각하고 어렵고 서툴지만, 하나님께 기도했다. 기도하면서 아내에 대한 냉랭함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기도하면서 아내의 상황이 공감됐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마음을 녹이는 것을 경험했다. 섭섭함과 미움, 분노가 점점 누그러졌고, 아내를 이해하고 용납하는 마음이 생겼다. 남편이 찾은 것은 배우자를 위한 기도의 결핍이었다. 그리고 아내를 위해 기도하면서 다시 친밀함을 경험했다.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고, 용서를 구할 마음이 생겼다.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라(빌 4:6~7, 엡 6:18).   
나눔) 부부가 서로에게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십시오. 기억하고 돌아가야 할 순간이 언제인지 나눠보십시오. 조용히 아내를 위해서, 남편을 위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경험해보십시오.
/ 황규복 박사, 김숙경 소장 부부(두란노 결혼예비학교 부부 강사, <그런 당신이 좋다> 저자)

작성자  홍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