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전문가 기고] 초고령사회와 교회의 새로운 역할

초고령사회와 교회의 새로운 역할
대표적인 사회문제와 변화, 교회가 제시할 대안   
 
흔히 한 사회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차지하면, 그 사회를 ‘초고령사회’(超高齡社會, super-aged society)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다른 나라들도 역시 인구 고령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이미 일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7%에서 20%로 변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프랑스 154년, 이탈리아 79년, 독일 77년, 일본 36년이었는데, 우리나라는 26년밖에 걸리지 않을 예정이다. 
전 세계에 유래 없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의 가파른 증가는 사회에 다양한 문제와 함께 변화를 일으킬 거로 예상된다. 본 글에서는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나는 대표적 사회문제인 노인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아울러 베이비붐 세대(1955년~63년생)의 고령화 현상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과 교회가 제시할 대안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노인의 높은 자살률과 그 원인 
그리고 교회에 주는 시사점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전 세계적으로 높다.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약 1만 7천 명이 자살했다. 이는 5년 동안(2016년~2020년) 한 해 평균 65세 이상 노인 약 3천400명, 하루 평균 약 9.3명의 노인이 자살했다는 심각한 수치다. 
특히 노인의 자살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했다. 2020년 한 해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가 60대 30.1명, 70대 38.8명, 80대 62.6명으로 조사됐다. 2020년 65세 이상 10만 명당 남자 67.4명, 여자 22.1명이 자살했다. 남성 노인이 여성 노인보다 3배 정도 많이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46.6명이 자살했는데, 이를 OECD 회원국의 65세 이상 10만 명당 평균 17.2명의 자살자 수와 비교하면 약 2.7배 높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백서>에서 밝힌 2016~2020년 경찰청이 조사한 변사자의 자살통계에 따르면, 육체적 질병 문제(39.6%), 정신적·정신과적 문제(36.9%), 경제생활 문제(11.0%), 가정 문제(6.6%)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 노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노인만 육체적 질병,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경제생활 문제를 경험하는 게 아닐 텐데 왜 이렇게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최초의 사회학자로 여겨지는 프랑스의 뒤르껨(E. Durkheim, 1858년~1917년)은 자살의 원인을 사회적 현상으로 설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구분한 자살 유형 중 하나인 ‘아노미적 자살’(anomic suicide)은 전쟁 패배, 국가적 경제 위기와 같이 사회질서의 급격하고 심각한 붕괴가 원인이 되어서 사회구성원들이 자살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폐망 이후, 우리나라의 경우 IMF 경제체제 이후 국민의 자살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 ‘아노미적 자살’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높은 자살률 역시 ‘아노미적 자살’의 유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전체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빠르게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가 노인의 육체적 질병, 외로움, 경제적 가난 등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인들의 자살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닌지 교회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다. 이태호와 허순임이 <보건사회연구>라는 학술지에 2021년 발표한 ‘사회자본이 노인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지역의 많은 종교단체 종사자 수가 노인의 자살률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이 연구에서는 그 이유를 종교단체에서 노인이 다른 구성원들과 긍정적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적 인간관계를 갖게 되므로 종교단체에서 노인이 신뢰감과 유대감을 갖기보다 고립을 경험하기에 노인의 자살률을 높였다고 해석했다. 반면, 이 연구에서는 남성 노인의 경우 그들이 사는 지역 사회복지시설의 수와 시민단체 종사자 수가 그들의 자살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 하나만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조심해야겠지만, 이 연구가 교회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단지 노인이 교회에 다닌다고 해서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노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교회에 출석하는 것은 노인에게 부정적 경험이 될 수 있다. 교회가 시니어 성도의 아픔과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시니어 성도들이 교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이 앞으로 더욱 필요할 것이다. 
 
교회가 제시할 대안,
시니어들의 자원과 역량 나눌 기회 제공
 
미래 사회가 겪을 커다란 변화 중 하나는 ‘베이비붐(baby-boom) 세대’의 고령화 현상이다. 베이비붐 세대란 한 국가에서 특정 기간 출산율이 높았던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 나라마다 베이비붐 세대의 출생 연도에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세계 2차대전이 끝난 1946년부터 1964년까지를 베이비붐 세대로 지칭한다. 일본의 경우 1947년에서 1949년에 태어난 세대를 ‘단카이 세대’(塊の世代), 즉 베이비붐 세대라고 지칭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전쟁 이후 사회적으로 안정된 1955년부터 가족계획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1차 베이비붐 세대라고 한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수는 약 697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하는 매우 큰 규모의 세대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끌어왔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이제 노인의 연령대로 접어들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격인 1955년생은 2020년부터 만 65세가 되었고, 막내 격인 1963년생은 4년 뒤인 2028년 만 65세가 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우리나라의 노인을 둘러싼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그들의 20대와 30대에 국가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했다. 그만큼 이전 노년 세대와 비교하면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높은 학력을 가졌다. 2021년 ‘서울연구원’의 세대별 보유 자산(금융 및 실물자산 합계) 조사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들의 순자산(4억 966만원)은 어린 세대보다 많았다. 또한 ‘서울시복지재단’에서 2023년 발표한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의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졸업(35.7%), 초등학교 졸업(23.7%), 중학교 졸업(23.7%), 대학교 졸업(13.8%) 순이었다. 그러나 베이비붐세대 노인에 해당하는 서울시민(1955년~1957년)의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55.8%), 대학교 졸업 이상(20.6%), 중학교 졸업(17.5%) 순이었다. 베이비붐 세대 중에서 더 젊은 연령대가 노인 연령에 진입하면 노인들의 학력이 더 높아질 거로 예상된다. 이전 노인 세대가 주로 사회로부터 부양을 받았다면, 베이비붐 세대 노인들은 자신들이 가진 전문성과 다양한 역량을 활용해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 
목원대학교 신학과 김정희 교수가 <신학사상>에 2020년 발표한 ‘인구 절벽 시대, 교회의 베이비붐에 대한 재이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교회가 베이비붐 세대 성도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인구 절벽 시대 교회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교회는 베이비붐 세대 성도를 ‘수혜자’에서 ‘시혜자’로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비붐 세대 성도가 그들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발휘해서 교회에 이바지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서 그들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교회에서 발견하면서 노년기에 찾아오는 외로움과 무력감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내가 모든 일에 모범을 보였으니 여러분도 약한 사람들을 도우며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라고 하신 주 예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행 20:35).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 성도를 돌보는 것도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니어 성도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경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서 누군가에게 나눠 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미래의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이 될 것이다.
/ 김영석 교수(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강촌공동체)
 

작성자  김다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