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크리스천을 위한 부부상담] 생각과 인식의 차이 

크리스천을 위한 부부상담
 
생각과 인식의 차이 
 
설거지는 매우 일상적인 일이다. 어느 가정에서든 식사하고 남은 조리도구와 음식물이 묻어 있는 그릇을 씻어내는 반복적인 작업이 이뤄진다. 협업이 잘 이뤄지는 가정은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분업이 잘 이뤄질 뿐만 아니라 설거지도 적절하게 업무 분담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소소한 가사를 분담해서 실행하는 중에 부부가 갈등을 겪기도 한다. 특히 갓 결혼한 부부라면 결혼 연수가 많은 부부보다 소소한 가정 업무에서 충돌과 당혹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싱크대 안에 들어있는 그릇만 닦아내는 것을 설거지의 의미로 이해하는 남편이 있을 수 있다. 남편이 설거지를 싱크대 안에 있는 그릇을 닦는 것으로 인식한다면, 싱크대 안에만 집중해서 설거지할 것이다. 그런데 남편과 달리 아내가 이해하는 설거지의 의미와 범위가 싱크대를 넘어서 주방 전체를 정리하고 깨끗이 하는 것이라면, 소소한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설거지의 범위가 싱크대에 머물러 있는 남편이 최선을 다해도 아내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기대하는 설거지의 이해와 범위가 싱크대를 넘어서 주방의 구석구석인 경우, 남편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그릇만 씻어서 당황하고,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서로 소통하는 부부라면 설거지에 대해서 진솔하게 대화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설거지는 여기까지예요”라고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기대하는 바를 이야기했음에도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배우자를 보면 당황스러움과 불만을 넘어 짜증과 화를 경험하기도 할 것이다. “몇 번 이야기했는데 왜 기대에 미치지 못해요?”, “당신이 온전하게 일하지 못해서 또 내가 해야 하잖아요!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을 두 번 하니까 정말 피곤해요!” 등 퉁명스러운 말을 쏟아낼 수도 있다. 단순한 충돌에서 멈추지 않고, 일상에서 서로 다른 기대와 실망이 심각한 부부 갈등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일상의 소소한 갈등 가운데 있는 부부는 유치하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라고 여기고 싸울 수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데도 말이다. 부부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의 원인은 단지 견해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생각의 차이를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면 매우 곤란하다. 틀린 게 아니라 경험하고 이해하는 게 다르기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따라서 부부는 더욱 마음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 사소한 것이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처럼 대화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과 인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충돌은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나타난다. “아이를 좀 봐주세요”라고 했을 때 말 그대로 아이를 바라보기만 하는 배우자가 있다. 육아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아이를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없어서 바라만 보는 경우도 있다. 배우자가 아이를 본다는 의미를 ‘아이가 안전한지 눈여겨보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 아이가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냥 바라만 보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반면 엄마들에게 아이를 본다는 것은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할 때는 아이의 안전과 신체적, 정서적 반응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며, 돌봄을 시도할 것을 기대한다. 여기서도 옳고 그름으로 ‘아이를 본다’는 의미를 논쟁하면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한다. 인식과 생각의 폭과 범위가 다르다는 의미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따라서 부부는 차분하게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 이야기하면서 서로 가진 다른 생각을 조율하고, 설명하고, 이해하고, 용납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이해와 생각의 폭이 생기면 먼저 자신의 관점만 주장하지 말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온유함으로 대화하기 위해서는 꿍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넌 이것도 못해?”라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적 입장도 내려놓아야 한다.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견해도 적극적으로 말하고, 배우자의 말도 충분히 들어야 한다. 간혹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화를 회피하는 부부가 있다. 자존심 상해하거나 “어휴, 내가 하고 말지”라면서 배우자에게 말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오래 함께 살아가야 하는 부부는 사소한 거라도 입 밖으로 끄집어내 대화할 필요가 있다. 사소한 것, 생활의 작은 습관 차이, 인식의 차이를 온유함으로  꺼내서 대화 주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온유함으로 대화한다는 것은 배우자에게 비아냥거리거나 쏘아붙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도대체 아이를 본다는 게 정말 눈으로만 본다는 의미인 양 가만히 있는 것이 말이 돼?”, “도대체 아빠가 왜 그래?”, “아기 엄마가 왜 그 모양이야?”라는 식으로 쏘아붙이거나 비아냥거리면, 부부의 마음이 더 멀어질 것이고,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다. 소소한 갈등이 훨씬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이 일상에서 발견된다면, 자신의 관점을 잠시 내려놓고, 공손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옳은 사람, 늘 틀린 사람은 없다. 때론 옳을 수도 있고 때론 틀릴 수도 있는 게 사람이다. 불완전 두 사람이 결혼했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확신은 잠시 내려놓고, 배우자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서로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서로가 어느 정도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담쌓지 않으며, 대화할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어휴 내가 하고 마는 것이 속 편하지!”, “뭘 더 기대하겠어, 당신에게서!”라는 식으로 마음을 닫아버리면 배우자는 동역자가 아니라 짐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 부부는 이해와 생각의 정도, 범위를 맞춰가야 한다.
/ 황규복 박사, 김숙경 소장 부부(두란노 결혼예비학교 부부 강사, <사랑해서 결혼한 당신에게> 저자)
 

작성자  김다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