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신앙에세이] 오늘도 플랫폼으로!

신앙에세이
 
오늘도 플랫폼으로!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온누리교회 문을 두드렸다. “사역자 인터뷰가 귀한 교제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기도와 함께 생애 첫 전임사역자 면담이 시작되었다. 온누리교회, 전임사역, 청년공동체 이 모두가 처음인 나에게 담당목사님이 잘 감당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셨다. 목사님께 나는 “잘할 수 있다”는 인간의 생각과 말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고백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전전긍긍하며 전임사역이나 청년 공동체를 섬기는 일들을 피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배수의 진을 치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저를 맡겨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이 귀한 사역의 기회를 열어주셨다. 11월 첫째 주, 부임을 앞두고 2024년 서산봄청년공동체 MC들에게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함께 점심을 먹자는 연락이었다. 흔쾌히 응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라 약간 어색한 식사시간이었다. 하지만 차를 마시면서 자연스레 서산봄청년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어색함이 사라지고 진중함이 감돌았다. MC들은 그동안 꾸준히 청년들이 공동체에 오가고 있고, 지금도 동일하다고 말했다. 서산의 지역적인 특징 때문이었다. 대부분 청년이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이면 공동체를 섬기기 위해 서산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학업 혹은 직장 등의 이유로 갑자기 이별해야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하루빨리 청년들이 공동체에 더 깊이 정착하게 할 수 있을지가 MC들의 오래된 고민이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아이러니하게 무거운 주제를 떠안았지만 마음만은 가벼운 경험을 했다. 사역자에게 먼저 연락해서 공동체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나누면서 함께 방안을 모색하려고 노력하는 MC들이 있고, 무엇보다 주말이면 공동체를 섬기기 위해 돌아오는 청년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청년들의 정착’이라는 고민을 기도하며 고민하던 찰나 하나님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주셨다. 바로 ‘플랫폼’이었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믿음을 가지고 이 일을 반복하다 보면 기적적으로 자라난 콩나물을 맞이하게 된다. 콩나물시루처럼 서산봄청년공동체가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귀한 플랫폼으로 기능을 감당한다면, 이 공동체를 통해서 단 한 사람이라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다면, 온누리교회의 정신을 공유하는 것보다 귀한 사역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마치 “나는 심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나 자라나게 하신 분은 하나님”(고전 3:6)이라는 바울의 고백처럼 말이다. 
서산온누리교회에 부임하고 4개월 그 짧은 시간에도 오가는 청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 쌍의 남녀가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고 성인 순으로 진급했는가 하면, 청년 중 하나는 일대일제자양육을 마치기도 전에 서울 성동구로 발령을 받기도 했다. 또 필자에게 사역의 기회를 허락하신 목사님은 서산에서의 사역을 뒤로하고 부르심을 따라 강원도에서 새로운 사역을 감당하고 계신다. 만약 내 삶과 사역이 하나님과 사람 그리고 성도와 성도 사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라는 이해가 없었더라면, 우리 공동체가 한 사람을 다른 공동체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라는 이해가 없었더라면 이 모든 일이 슬픔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들을 떠나보내더라도 여전히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과 사람 그리고 성도와 성도, 성도와 교회 공동체 사이를 잇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알고, 또 믿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하나님이 나와 우리 공동체에 어떠한 사역 기회를 허락하실지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빛이 아니라 그 빛을 전하는 반사체이며, 하나님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원한다. 긴 겨울 추위 뒤로 어김없이 만나게 될 봄을 기다리며 오늘도 플랫폼으로 살아가기를 다짐한다.
/박모세 목사 (서산봄청년공동체)

작성자  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