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없는 하루, 믿음으로 처방
지난 8일(월)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의료 사역 … 버스·약품 등 하나님의 예비하심 체험

▲ 의료 사역 팀 일원이 접수를 마친 지역 주민의 혈압을 체크하고 있다.
지난 8월 8일(월), 예루살렘에 위치한 르네상스 호텔에는 인터콥, JDS, 의료진, 대청, CEO 등으로 구성된 평화행진 2005 의료 사역팀이 아침 일찍부터 모여들었다. 의료 이외 어린이 사역, 이미용, 중보기도 등 다양한 사역만큼 팀원들도 다양했다.
하지만 이날 의료 사역을 출발하기에 앞서 두 가지 암초가 발생했다. 의료 선교 사역을 위해 단기 팀으로 합류한 사람보다 더 많이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모인 사람들은 모두 53명. 전날까지 예상인원은 48명이었고 몇몇은 입석으로 이동할 생각으로 43인승 버스를 예약한 터라 10명 가까이 서서가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43인승을 주문받은 운수회사는 55인승을 보내왔다. 하나님의 예배하심이었다. 더구나 분리장벽을 지나 팔레스타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석자가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의료 사역 팀은 하나님의 계획과 예비하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다른 암초는 의약품이었다. 20여일 전 CGN TV 장비와 함께 보냈지만 의약품만 공항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 경 의약품을 풀어준다는 연락을 받고 공항으로 긴급히 인편을 보냈고 정오부터 현장에 합류해 약을 제공키로 했다.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오전 내내 약 없이 처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때 하나님의 두 번째 예비하심이 빛을 발했다. 사역지 선정과 관리를 도맡아 주었던 인터콥 소속 김은규 선교사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의약품이 있었던 것. 모든 약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다량의 약품을 제공받을 수 있었고 귀중하게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평화행진 의료 선교팀은 팔레스타인을 향한 무한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라말라 지역으로 돌진했다. 분리장벽을 넘어 펼쳐진 또 다른 세상, 그곳에는 같은 지역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낯설고 오래된 풍경들이 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목적지는 라말라 지역 내 킵비야라는 곳이었다. 라말라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소재지라 각종 의료 지원 사역이 있는 곳이었고 킵비야는 의료 지원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10분 정도면 들어갈 거리였지만 분리장벽으로 인해 1시간 여 가량을 돌고 돌아 도착했다.
“아쌀러 말하히꿈.”(신의 평화가 너에게 있기를)
킵비야 초등학교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 동네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든 듯했고 이미 오래 전부터 기다린 눈치였다. 모든 장비를 빠르게 정비해 각 파트별로 세팅한 뒤 찬양과 기도로 사역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도 자리 선점을 위해 사투를 벌였다. 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치과, 어린이 사역, 이미용 등으로 사람들은 모든 분과를 풀코스로 섭렵하듯 일사천리로 다녀갔다. 그러나 약이 도착해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여전히 공항에 묶여 있었다. 시간이 점차 흘러 철수할 시간에 이르자 의료진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오늘은 어떻게 해 보겠지만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약이 있어야 하는데….”
저녁 집회 참석을 위해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뒤로하고 접수를 마감시켰다. 접수를 거절당해 울음을 터뜨렸던 주민의 진료를 마치고 킵비야 주민과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평화 행진에 참석하기 위해 단기 아웃리치 팀에 합류한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의료 선교 요청받고 고민을 하다 겨우 참석했다”는 소감을 밝힌 뒤 “오늘은 약이 없어 삐콤씨를 주고 왔다”며 “약에 의존치 않고 삐콤씨를 주더라도 믿음으로 줬다”고 고백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신학철 팀장은 “약 없이 진료하기는 처음”이라며 “조금 전 약이 호텔에 도착했다”고 말해 버스 안은 일순간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정파종 장로는 “하나님께서 이틀 중 하루를 약 없는 하루로 허락하신 건 약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란 걸 깨닫게 해준 것”이라며 “낮아지고 겸손해져서 진료를 잘 마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 일하시는 사역을 감당키 원하는 의료 선교팀은 이튿날 베들레헴 난민촌으로 향했다.
/ 김익겸 기자 kik@onnuri.or.kr
▲ 평화행진 의료 사역 팀은 찬양과 기도로 사역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진료를 먼저 받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는 등 의료 지원에 목말라했다.
▲그림 그리기, 풍선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등 어린이 사역도 열띤 반응을 이끌었다.
작성자 온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