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MK(선교사 자녀)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선교사 가정이 살아야 열방에 복음이 전해진다
선교사 자녀들이 아프다. 영문도 모른채 부모를 따라 문화와 환경, 언어와 정서가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도 힘든데 몸까지 아프니 더 서럽다. 물론 복음 전하는 일보다 중요하고 귀한 삶이 없지만 선교사와 어린 자녀들의 신음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선교지가 의료시설이 열악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힘든 경우도 많고, 한국에서 치료받더라도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비용이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 교회와 성도들의 관심과 기도마저 없으면 도저히 버틸 힘이 없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 김영선 기자 k4458@onnuri.org
태어난 지 29개월 된 다엘이는 선교사 자녀다. 아장아장 걷고, 서툰 발음으로 의사 표현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을 나이지만 다엘이는 아직 말을 하지 않는다. 다엘이는 발달 지연이 있다. 나이가 어려 아직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힘들다고 하지만 ‘ 자폐 스펙트럼 중증’ 성향이 보인다는 진단을 최근에 받았다. 29개월 아이가 때때로 찬 바닥에 누워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심정이 어떨까. 다엘이에게 자폐 성향이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꿈이기를 바랬다. 다엘이 부모는 아프리카C국으로 파송된 선교사다. 다엘이가 태어난 지 13개월 만에 선교지로 떠났다. “저희 부부가 선교사 훈련을 받으려고 필리핀에 갔을 때 다엘이가 50일이었어요. 주변에서는 목도 못 가누는 아이에게 너무 이른 것 아니냐며 걱정을 했어요. 그래도 저희 부부는 하나님의 자녀는 하나님이 키우신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다엘이 부모 아길라, 프리실라 선교사가 필리핀과 Acts29 비전빌리지에서 선교훈련을 받을 때만해도 다엘이는 낯을 잘 가리지 않고 웃음기 많은 아이였다. 수시로 바뀌는 환경에도 잘 적응했다. 그 덕분에 아길라 선교사 부부는 큰 걱정 없이 선교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1월 생후 13개월 된 다엘이를 품에 안고 아프리카C국으로 떠났다. 다엘이는 아프리카C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현지인들과 아길라 선교사가 운영하는 학교 학생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때가 지난 4월이었다.
“자폐성 장애가 의심됩니다. 어서 한국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세요.” 돌 즈음에 실시한 발달검사에서 사회성 발달이 조금 늦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눈도 잘 마주치고 인사도 주고받았다. 그런 다엘이가 퇴행하여 자폐성 장애가 의심된다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아프리카C국에 있을 때 ‘ 다엘아 할머니께 인사해야지’ 라고 하면 서툴지만 두 손 모아 꾸벅 인사를 하기도 했어요. ‘ 강아지 어디 있어’라고 물으면 손가락으로 가리켰고요. 잘 크고 있는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18개월 즈음부터 퇴행이 시작된 것 같아요. 그때 사역이 바빠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 같아요.” 다엘이는 아주 천천히 세상과 선을 긋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웃들이 인사해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았다. 집에 모아둔 재활용품으로 탑을 쌓고, 장난감을 일렬로 가지런히 정리하는 행동을 하루에 몇 번씩 반복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탑을 쌓고 일렬로 반복적으로 정리하는 게 자폐 성향을 가진 아동들의 특징이더라고요. 저흰 그것도 모르고 다엘이가 정리정돈을 잘 하고 탑을 잘 쌓는다고 박수 치며 칭찬을 했어요.” 그때 부모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현실과 제대로 마주한 것은 지난 부활주일이었다. 동료선교사가 다엘이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다엘이가 왜 그런지도 모르고 동료선교사께서 민망해 하실까봐 ‘ 다엘이가 난청이 있나봐요’ 라고 했는데 그분이 조심스레 자기 주변에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 없는 아이가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자폐아였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내에게 이 말을 했더니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말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동안 다엘이가 보인 행동들이 모두 자폐아동들이 보이는 특성이라는 것을 확인한 거죠.” 현지 병원을 찾아갔다. 아니길 바랬지만 의사는 말했다. “발달 지연이 있는 것은 확실하고 자폐 성향도 보이지만 정확한 진단은 불가능하다며 한국에서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하더라고요.” 관심과 사랑 그리고 기도 그렇게 한국에 귀국하였고 전문가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진단서에는 ‘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중증 특징 및 10개월 미만 수준의 발달월령(DA)’ 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렇다고 하나님을 원망하지는 않았어요. 우리가 다엘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한국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한국에 있을 때 뭐라도 할 수 있도록 기도했어요. 아프리카C국에는 자폐아동을 위한 복지와 교육이 전무하니까요.” 한국에 있는 동안 전문센터에서 치료를 받으면 좋은데 그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그때 하나님께서 예비해 두신 천사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다엘이의 이야기를 들은 한 센터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엄마가 다엘이와 함께 치료에 참석하고, 치료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줬다. 선교지에 돌아갔을 때 엄마가 다엘이를 치료할 수 있도록 방법까지 알려주며 적극적으로 도왔다. 다엘이 가족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아프리카C국에서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아길라 선교사 부부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길라 선교사는 오는 6월 20일 아프리카C국으로 돌아간다. 다엘이와 엄마 프리실라 선교사는 치료를 조금 더 받고 돌아갈 예정이다.
다엘이 가족은 지난 2달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러면서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 그들에게는 ‘ 자폐 의식개선’ 이라는 새로운 비전도 생겼다. 아프리카C국은 자폐증 환자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의료서비스가 낙후되어 있다. 부모들이 자녀가 자폐가 있다는 것을 감출 수밖에 없을 만큼 인식도 좋지 않다. 의사가 아닌 다엘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식개선 뿐이다. 그래서 자폐 아동을 둔 부모가 또 다른 자폐 아동을 둔 부모들을 위하여 사역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그 아름다운 헌신과 희생에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관심과 중보기도를 하는 것뿐이다. 다엘이 가족을 실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다엘이를 통해 하나님께 어떻게 영광을 돌릴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어요. 아픈 자녀가 있으면 부모들은 반쯤 전문가가 되거든요. 주님의 뜻이라면 아프리카C국 학교에 특수아 학급을 만들 수도 있고, 자폐 아동을 둔 부모들과 교제하며 정보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복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내는 앞으로 이런 특수분야를 공부해서 다엘이와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돕기 원해요.” 아길라 선교사는 다엘이가 자폐 아동들이 환자가 아닌 남들과 조금 느리고 다른게 성장한다는 것을 알리는 좋은 모델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다엘이처럼 자폐 증상을 보이거나 발달 장애로 신음하는 선교사 자녀들, 몸이 아파서 신음하는 선교사 자녀들이 너무 많다. 그 아름다운 하나님의 사람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위해 우리가 부르짖어야 한다. 교회와 성도들이 선교사와 선교사 자녀들에게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표현할 때 선교사와 선교사 가정이 산다. 그들이 살면 당연히 열방에 복음이 전해진다. 가슴에 손을 얹고 다엘이와 다엘이 부모, 이 세상 모든 선교사와 선교사 가정을 위하여 지금 바로 잠깐이라고 기도하자.

작성자 온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