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정말 줄을 잘 섰다 예수님 뒤에…!”-삼성서울병원 초대원장 故 한용철 박사의 삶과 신앙

병원사역, 그 눈물 나는 이야기
 
“정말 줄을 잘 섰다 예수님 뒤에…!”
삼성서울병원 초대원장 故 한용철 박사의 삶과 신앙
 
‘줄을 잘 서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 중 하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자녀들의 유치원 순번을 받기 위해, 승진을 하기 위해서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세상에 많고 많은 줄 중에서 단연 으뜸인 줄이 있다. 바로 예수님 뒤에 서는 줄이다. 천국에 가는 예수님 줄은 그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는 줄보다 값지다.
세상의 부와 명성을 손에 쥔 고 한용철 원장(삼성서울병원 초대원장)은 마지막 가는 길목에서 예수님 뒤에 줄을 섰다. 한용철 원장에게 복음을 전한 김정숙 목사(삼성서울병원 원목)가 그 순간을 회고하며 쓴 글을 보내왔다. 
/ 편집자 주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 2:7).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생기가 들어 있다. 하나님이 만드신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을 모르고 거부하던 사람들도 먼저 믿은 자가 조금만 터치해도 그 영혼에 하나님의 영이 빛을 발하는 것을 보게 된다. 모든 성도들은 한 영혼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주님께 쓰임 받는다.
20여 년 전 어느 날, 삼성서울병원 건강종합검진센터에 근무하던 신경자 권님께서 나에게 중요한 부탁이 있다고 하셨다. 부부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한용철 초대병원장님의 전도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원로 장로(전 삼성서울병원 심장내과 부장)님과 신경자 교수님께서는 한용철 원장님께서 폐암을 앓고 계시다는 것을 말씀하시면서 그 분의 구원에 대해 염려 하셨다. 한용철 원장님은 삼성서울병원 초대원장으로 우리나라 의학 수준을 높인 존경받는 의료인이다.
이원로, 신경자 교수 부부는 한 원장님이 이대로 죽음의 터널을 지나가신다면 천국에 이르지 못할 것에 대한 많은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당시 나는 삼성서울병원 초대원장님을 감히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라는 염려가 될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복음을 전할 적절한 기회와 지혜를 주시라고 말이다. 병원 복도에서 원장님을 만나면 나는 인사를 잘 했고 원장님은 빙긋이 웃어주시곤 했다. 원장님은 내가 복음을 전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 듯 했다.
 
‘복음 전하기’ 첩보작전
 
일 년이 지나 갈 무렵 정말 좋은 기회가 생겼다. 원장님의 몸이 많이 소진되어 가실 즈음이었다. 원장님은 19층에 마련된 입원실에서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장님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나도 19층 입원실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다. 그 날은 한 영혼을 위해 하나님이 준비한 날이며 부족한 나에게 주어진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본래는 과장급 이상 의사들이나 임직원들이 소천을 앞둔 원장님께 인사를 하는 자리였다. 이원로, 신경자 교수님 부부와 크리스천 의사들이 나도 원장님을 뵐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줬다.
본디 불교 집안인 원장님의 병실 거실에는 스님 두 분이 자리하고 있었다. 불경을 외며 원장님을 위로하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기도를 많이 하고 병실에 들어갔다. 원장님께서 나를 보시자 반겨 주시며 오른손을 내밀어 손을 잡아 주셨다. 그동안 복음을 전하려고 노력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였다. 원장님의 오른손을 두 손으로 감싸고 복음을 전했다. 이 짧은 시간에 전하는 복음이었지만 전략적이면서 정확하고 확실한 내용이 내 입술을 통해서 흘러 들어갔다.
“존경하는 원장님 얼마나 힘드십니까. 누구보다 지금 이 시간에 죽음이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하고 계신 줄 압니다.”
원장님은 해맑게 웃으시면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죽음 이후 세계가 있음을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원장님을 사랑하시고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하나님, 나의 구원자로 마음에 받아들이시기만 하면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하게 되시고 구원에 이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많은 분들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시고 계시는데 특별히 이원로 교수님 부부를 통해 부족한 저를 이 시간 보내주셨습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새 하늘과 새 땅인 천국으로 먼저 입문하면 훗날 믿지 않은 가족들도 누군가를 통해서 구원의 은총을 입고 천국에서 만나게 될 것을 이야기 했다. 원장님이 먼저 천국 가서 가족들이 인도 되도록 기도해달라는 권면도 빼놓지 않았다.
원장님은 이 세상에서 많은 복을 누리셨다. 교수로, 학자로 후학들에게 의술을 전수했고, 의사로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셨다. 이 세상에서 받은 수많은 축복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완전하게 성공적인 삶은 아니었다.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 가지 복을 더 받으시면 완전하고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을 믿고 구원 받아 천국에 이르신다면 참으로 성공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을 나의 구세주 나의 하나님, 나를 천국으로 인도해 예수님 길이 되시고 진리와 생명이 되심을 믿으시면 꼭 잡아 주십시오.”
원장님은 두 손으로 나의 손을 잡아 꼭 눌러 주셨다. 지면에 다 기록할 수 없지만 그 짧은 시간 전한 농축된 복음은 한 사람의 영혼에 수혈되어 갔다. 하나님과 원장님과 내가 함께 해야 할 일을 이룬 복된 시간이었다. 나는 마음으로라도 기도하실 수 있게 단호하게 영접기도를 해 드리고 다시 한 번 한용철 원장님의 이름이 하나님의 생명책에 기록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하고 일어서는데 내 연약한 허리에 통증이 있었고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병실을 나왔을 때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던 스님과 가족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 채 나를 배웅해 주셨다. 이 일은 원목으로서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한 복음이 초대병원장님에게도 주어진 하나님의 기회요, 축복이요, 선택이었다. 그 후 미국에서 오신 원장님의 누이와 함께 한 번 더 복음을 전할 기회가 있었다. 그 날은 찬송도 불러 드리고 성경도 중요한 곳을 읽어 드렸다. 원장님은 모두 이해한다는 눈빛을 보내 주셨다. 해맑은 얼굴에는 아무 두려움이 없는 듯 하나님의 평강이 넘쳐났다. 며칠 뒤 당시 삼성서울병원 선교 담당이셨던 윤형주 장로님이 원장님께 한 번 더 복음을 전했다. 원장님은 소천을 앞둔 짧은 시간에 몇 번 복음을 듣고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셔서 천국에 가셨다.
1999년 3월 어느 날, 눈이 펑펑 내리고 있던 그 날은 원장님의 장례식 날이었다. 현재 암병원이 세워진 그 자리가 당시에는 넓은 주차장이었다. 그 넓은 주차장이 조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장례는 불교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한 원장님의 고귀한 영혼은 하나님 나라에서 계시니 나는 감격과 감사의 마음으로 맨 뒤에 서서 하늘을 처다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주님, 원장님 천국에 입문하셔서 잘 계시지요? 영혼은 천국으로 육신은 흙으로. 할렐루야!”
오랫동안 의료계에서 함께 일하면서 그분의 인품과 지성과 덕망을 존경해 오신 이원로 교수님 과 신경자 교수님 부부의 간절함이 없었더라면 이 일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천국에서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계실 한용철 원장님과 만나면 이 첩보활동 같은 이야기가 계속 될 것이다. 원장님은 가족들도 구원에 이르기를 천국에서 기도하고 계시다.
장례식 이후 한 원장님이 복음을 받아들인 사실이 이원로, 신경자 교수님을 통해 몇몇 직원들에게 알려졌다. 당시 간호본부장이 내 손을 잡으며 하신 말을 잊을 수 없다.
“목사님 그분은 분명히 줄을 잘 서셨을 것입니다.”
원장님은 직원들에게 훈시하실 때 간혹 조크로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한다”고 했으니 분명히 줄을 잘 서셨을 거라는 의미다.
“원장님도 우리 모두도 정말 줄을 잘 섰다. 예수님 뒤에…!”
/ 김정숙 목사(삼성서울병원 원목)
 

작성자  김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