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또 하나의 별이 하늘로 쏘아 올라갔다

온누리 호스피스에서 온 편지
 
또 하나의 별이 하늘로 쏘아 올라갔다
하나님 주신 사명 감당하고 떠난 한 자매의 이야기
 
크리스천은 누구나 전도자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 땅에서 잘 살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전도로 나눌 만큼 말이다. 병원선교는 전도자로서의 사명을 이룰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생과사를 오가는 병실에서는 굳게 닫혔던 마음이 열리기 때문이다. ‘온누리 호스피스스쿨’ 개강을 앞두고 김정숙 목사가 병원선교사로 살다 하나님 품에 안긴 한 자매의 이야기를 보내왔다.
/ 편집자 주
 
“우리 각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선물의 분량대로 은혜를 주셨나니”(엡 4:7).
하나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그리스도의 선물인 은사들을 부어 주셨다. 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긍휼의 마음을 주셔서 어려운 친구나 거의 매일 찾아오는 거지에게 부모님 몰래 쌀이나 먹을 것을 제공했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 길거리에 멍 하니 서 있는 사람에게 동네 아이들이 돌을 던지고 놀렸는데 마음이 아픈 나는 어둠이 내리고 동네 아이들이 다 떠나고 나면 긴 막대기를 잡으라고 해서 집으로 모셔 왔다. 매번 어머니께서는 그 사람의 더러워진 몸을 씻겨 주시고 깨끗한 옷을 입히고 조촐한 식사를 동그란 작은 상에 내 놓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지금도 내 귀에 쟁쟁하게 들려온다.
“저 느무 가시나 장차 뭐가 될는지. 고아원 원장이 될는지.”
하나님께서 주신 긍휼의 마음은 병든 자를 돌아보는 삼성서울병원선교와 온누리 호스피스 사역을 섬길 수 있게 했다. 지금 나는 안식월로 하와이 코나에서 훈련을 받고 아웃리치 기간을 갖고 있다. 평화롭게 느껴지는 자연은 하나님 창조의 신기함과 아름다움을 알게 해줬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관은 밤하늘의 영롱하게 빛난 별들과 은하수다.
오늘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잠들기 전에 눈을 감고 기도하는 시간에 반짝이는 별 무리들이 온 시야에 펼쳐져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저 반짝이는 별들이 네가 쏘아 올린 별들이란다.”
가슴 뭉클한 감격의 순간 하늘에 병상에서 만났던 익숙한 이름들과 얼굴들이 빛났다. 정애, 영미, 미정이, 준호, 영은이, 민석이, 주하 그리고 한용철, 도병욱, 신한기, 김상응 어르신과 어린 아이들까지 말이다. 지난해 11월 12일 또 하나의 별이 하늘로 쏘아 올라갔다.
 
민정 자매 이야기
 
board image 사진은 건강한 시절의 민정 자매
 
“목사님!! 우리 민정이가 임종기에 들어갔습니다. 기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민정 자매의 남편 문호 형제가 보낸 소식을 듣고 함께 기도했다. 사랑하는 민정 자매가 결국 자녀 지유와 지찬이를 남겨 두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이 땅의 가족구성원에서 저 하늘 구성원으로 들어갔다.
민정 자매는 누구보다 탁월한 병원 선교사였다. 병원에서 오랜 기도제목이었던 가족 구원을 이뤘기 때문이다. 남편이 병실에 있을 때는 남편을 전도했고, 본인이 병실에 있을 때는 어머니를 전도했다. 가정선교를 감당하고 떠났으니 이 보다 소중한 삶이 어디 있겠는가. 내 휴대폰에 남아 있는 민정 자매의 문자를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2018년 8월 24일(금)
“목사님...
기쁜 소식~~~~(♡♡)
내일 오시면 저희 엄마가
영접 기도 받으시겠대요~~
꼭 오셔야 해요 (♡♡)

 
민정 자매를 알게 된 것은 7년 전 삼성서울병원에서 남편 박문호 형제가 형님에게 간을 제공하는 수술을 받는 시점이었다. 민정 자매는 아직 믿지 않은 시댁 가족과 남편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기독교실을 찾아와 사연을 나누었다.
당시 나는 문호 형제를 만나고 형님을 만나면서 질병에 관한 이야기, 삶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형제의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형님은 수술 전에 기도를 통해 주님을 영접하고 지금은 수술을 잘 받아 건강하게 살고 계시다. 문호 형제 또한 병상에서 주님을 받아들이고 아내의 간절한 소망을 이제야 받아들인다는 고백했다. 퇴원 후에도 이 부부는 신앙생활을 했고 문호 형제는 세례를 받기로 결심했다.
수년간 혼자 예배드리던 자리에 든든한 남편이 앉아 있다는 사실 하나로 온 세상을 얻은 기쁨을 나누었다. 민정 자매는 남편과 함께 믿음의 행진을 하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행복해 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또 다른 기도제목이었던 출산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했다. 이 부부는 결혼한 지 8년이 지나도록 자녀를 주시지 않으신 하나님을 더욱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주신 현대 의학을 고려해 보기로 했다. 인공수정의 부담감도 사랑하는 남편의 배려와 도움 덕분에 반복된 실패를 이겨가고 있었다.
서빙고 온누리교회 1부 예배가 끝나면 나는 언제나 교역자 자리에 앉아 민정 자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정이 잘 이루어 졌는지, 문제는 없는지 노심초사 하는 민정 자매의 얼굴을 살피면서 한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드렸다. 민정 자매의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나도 마음을 조이며 매주 간절히 두 사람 손을 잡고 기도하기를 얼마나 했던가. 그 모성의 강함을 통해 인내하고 수고하던 과정 끝에 쌍둥이라는 기쁜 소식을 듣고 주님께 감사드리며 함께 기뻐했다.
어느 덧 두 아기는 서빙고 온누리교회 2부 예배에서 유아세례를 받게 되었다. 자녀들이 유아 세례를 받던 날은 이 부부가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민정 자매 입에서는 감사가 넘쳐 났고 남편 문호 형제도 김포공동체 성도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행복해 했다. 민정 자매는 아내로, 엄마로, 딸로 지혜롭고 현숙한 성경적인 가정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우리가 이해 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이 이 가정에 허락 되고 있었다. 민정 자매가 더 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지속적으로 받아내면서 자신의 몸이 상해 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췌장암 선고를 받으면서 질병이라는 큰 산을 만난 것이다. 누구나 질병을 앓게 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하나님을 한두 번쯤 원망하게 되는데 민정 자매는 수술과 반복된 항암 치료와 후유증의 고통을 찬양과 말씀으로 겪어냈다.
하나님 품에 안기는 그 시간 까지 그 아름다운 믿음은 굴곡이 없었고 질병으로 눈 앞 가까이 찾아온 죽음을 통해 십자가를 묵상했다. 손실된 머리카락 때문에 예쁜 모자를 쓰고 교회에서 행하는 모든 행사에 빠지지 않았다.
2년 전 ‘거북이 마라톤’이 한참인 한강 고수부지에서 민정 자매 가족을 만났다. “항암 치료 중 이렇게 돌아다니면 안 되는데”라고 하자 “목사님 고수부지 나오니까 너무 좋고 이 행사가 너무너무 좋아요”라던 민정 자매의 말이 생각난다.
건강한 우리들은 너무 많은 감사와 은혜를 소홀히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죽음 앞에 서면 모든 것이 새롭고 오늘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지유와 지찬이를 데리고 남편 문호 형제까지 대동하고 온 가족이 보내던 그 기쁜 순간을 마음에 새겨 놓고 천국에서 편히 쉬고 있을 민정 자매가 그립다.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영원토록 빛나리라”(단 12:4).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잘 감당해 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병든 자를 돌보고 그들을 전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지유와 지찬이는 엄마 보고 싶을 때 담임목사님과 온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잘 자라 줄 것이다. 남편 문호 형제도 흔들림 없는 신앙으로 인생의 길을 주님과 함께 힘차게 살아낼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으신 성도들을 복음전도자와 병원선교사로 초청한다. 온누리 호스피스스쿨에서 병원선교, 호스피스 사역의 전문가들과 귀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온누리교회 성도들을 통해 호스피스 사역과 병원선교가 더 아름답게 펼쳐지면 좋겠다. 셀 수 없을 만큼 하늘에 수놓인 별들처럼 병실 곳곳에서 환우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문의:
온누리 호스피스스쿨 010-3412-7966
삼성서울병원 선교 010-3066-6110
/ 김정숙 목사 (온누리 호스피스, 삼성서울병원선교)
 

작성자  김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