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탁월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소통합시다!”

 
“탁월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소통합시다!”
줄임말 시대의 올바른 세대 간 소통문화에 관하여    
         
 
점심시간을 앞둔 한 대학 동아리 모임에서 오간 대화다. 
 
A: “머선129?”
B: “점메추?”  
C: “짱깨”
A: “군싹, 완내스”
B: “박박!”
C: “난 갑통알”
 
이게 한국어인지, 동남아 말인지, 아프리카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내용을 해석하면 이런 뜻이다. ‘머선129?’는 ‘무슨 일이야?’, ‘점메추’는 ‘점심메뉴 추천해 봐’, ‘짱깨’는 ‘자장면’, ‘군싹, 완내스’는 ‘군침이 싹 도는데, 완전내 스타일’,  ‘박박’은 ‘대박’, ‘난 갑통알’은 ‘갑자기 통장을 보니 난 알바 가야겠다’는 뜻이다. 요즘 청소년이나 젊은 층에서는 SNS 채팅에서나 가끔 쓰던 줄임말을 일상 대화에서도 망설임 없이 쓰고 있다. 그렇잖아도 소통이 안 되는 기성세대는 그들과 대화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한국말인데 외국어처럼 통번역이 필요하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도 도무지 못 알아들을 내용이다. 길게 말하기가 귀찮은 건지, 줄임말이 멋있어 보여 그러는 건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모나 어른들이 훈계조로 길게 보내는 문자는 끝까지 읽지도 않거니와 꼰대 문화로 치부한다. 모바일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1980년~2010년 출생한 세대)는 구구한 설명을 싫어한다. 이들 다음세대인 알파세대(2010년~2020년대 중반까지 출생한 디지털 네이티브들)는 말할 것도 없다. 
MZ세대와의 언어 차이는 공감과 소통의 부재로 이어진다. 실제 2021년 인크루트 조사에서 세대 간 공감대와 문화 차이로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56.5%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세대별로는 Z세대에서 “경험 있다”고 밝힌 비율이 69.2%로 가장 높았는데, 다른 세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은 소유보다 공유의 개념이 강해져 투자적인 관점에서도 쪼개서 판매하는 문화가 대세다. 대표적인 게 NFT(대체 불가능 토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 개념이다. 미술과 음악, 영상 콘텐츠, 부동산 시장까지 확산되어 있다. 방송 콘텐츠도 유튜브 영향을 받아 짤방(‘잘림 방지’란 뜻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인터넷에 올리는 사진 또는 그림) 위주로 편집되고, 쇼츠(Shorts) 영상도 몇 십 초, 몇 초 분량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기독교 콘텐츠도 은혜 위주보다 짧으면서 감동과 재미가 함께 있어야 눈길이 가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고 줄임말이 좋다거나 어른들도 배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젊은 세대들이 어떤 말을 쓰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되 바른말 쓰기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말에는 영혼과 정신, 
에너지와 영향력이 담겨 있다
 
하나님은 천지창조를 말씀으로 하셨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다. 말에는 영혼과 정신, 에너지와 영향력이 담겨 있다. 말하는 자와 듣는 자의 영혼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국어는 곧 그 민족의 정신이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때 조선의 민족혼을 죽이려고 우리말 말살정책을 썼다. 조선어학회 사건은 일제가 한글을 쓰지 못하게 막은 다음 조선어학회 학자 33명을 체포한 사건이다. 16명이 내란죄로 투옥되고 고문 끝에 두 명이 옥사했다. 주시경 선생 사후에 그 뜻을 이어받은 후배들이 한국 최초의 국어사전 ‘말모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목숨까지 바쳤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셰익스피어에 대해 칼라일이 “식민지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한 것은 객기라기보다 그만큼 훌륭한 언어로 국민들의 정신세계에 자양분을 불어넣은 공로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글은 소중한 민족 자산이다. 의지적으로 바른 말을 쓰도록 노력하고 지켜야 할 유산이다. 
언어학자들은 언어를 ‘소리언어’(Verbal Language)와 ‘비소리언어’(Nonverbal Language)로 구분한다. 어찌 보면 표정이나 문구, 몸짓같은 비소리언어가 소리언어보다 소통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맞춤법에 신경 써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글을 쓰면 좋은데, 발음하는 소리 언어는 말할 것도 없다. 요즘 TV 방송을 보면 예능은 물론이고, 예술문화 프로그램까지 아나운서가 아닌 개그맨들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순발력이 있어서 흐름이 자연스럽지만, 올바른 발음이나 맞춤법을 의식하기보다 재미있는 쪽으로 표현하다 보니 듣기 거북할 때가 있다. 한번은 라디오 방송에서 다음과 같은 과도한 외래어 사용으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2조(외국어) 위반 권고에 걸린 경우도 있었다. 
“예. 꽁이 아닙니다. 프리가 아니에요… 그러면서도 보내주시는 여러분, 쌩유베리감사 드리고요. 모르고 보내는 분들은 쏘리베리죄송 드리겠습니다… 저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으신 분들… 인터랙티브한 그런 쌍방향으로 컨버세이션 할 수 있는…” 
외국어와 외래어의 과도한 사용은 특히 홈쇼핑 호스트들 간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은 매스미디어보다 1인 미디어가 대세다보니 통제하는 기관이나 사람도 없다. 그냥 편한대로 마이크를 잡는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방송인, 강사, 목회자들은 특히 발음과 말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투리는 원래 타고 난 것이니 어찌할 수 없지만 그래도 중모음이나 대표음가 정도는 듣는 사람들이 거슬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목소리가 나빠도 발음이 정확하면 사람이 있어 보인다.  
       
한글은 한민족의 글이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크고 올바른 글
 
세종 25년(1443년) 창제되고 3년 뒤 반포된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란 뜻이다. 훈민정음이 1908년경 주시경 선생에 의해 ‘한글’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글은 ‘한민족의 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글, 크고 올바른 글’이란 뜻이다. 소리글자에 속하며, 배우기 쉽고 읽고 쓰기에 편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자(漢字)를 배우기 힘들었던 백성들의 문맹을 깨우치기 위해 임금이 직접 글자를 만든 예는 인류 역사상 최초일 것이다. 양반들은 한글을 여자들이나 배우는 언문(諺文)이라며 업신여겼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궁중의 여인들에게도 모두 훈민정음을 익히도록 하고, 자신도 조정의 대신과 기관에 훈민정음으로 글을 내리기도 하면서 점차 민간에 퍼져 나갔다. 
권위와 전통을 상징하는 한자 교육은 계속되어 왔다. 1960년대 초에 태어난 나 역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집에서 천자문을 배웠다. 경주김씨 종갓집 장녀로 태어난 덕에 지필묵(紙筆墨; 종이, 붓, 먹)을 사용해 서예도 배웠다. 1980년대 후반 방송사에 입사했는데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는 일이 잦았다. 주요 인물들 이름에는 반드시 괄호로 한자를 넣어야 했고, 일간지들도 한자가 잔뜩 들어간 세로쓰기를 오래도록 고집했다. 순 한글로 가로쓰기를 하는 한겨레신문에 대해 “신문 같지 않다, 기사의 권위를 떨어뜨린다”고 비난하다가 결국 모든 신문이 한글에 가로쓰기를 따라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자교육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뜻이 애매할 때는 한자나 영어를 병기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글씨체를 바로 잡는데도 효과가 있다. 그런데 모국어가 한자인 중국도 한자의 글자 수가 많고 어려워서 간자체를 쓴지 수십 년이 되었다.           
Z세대 신조어로 ‘리버스 멘토링’이라는 말이 있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기존의 멘토링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일반 사원이 선배나 고위 경영진의 멘토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원활한 소통으로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고, 젊은 감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현재 많은 기업들이 지향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교회 내에서도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들도 기발한 신조어 생산으로 다른 세대와 배타적인 문화와 단절을 만들기보다 탁월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다른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기를 2022년 한글날을 맞아 소망한다.        
/ 김수민 권사(동대문중랑공동체, 칼럼니스트)   


<발문>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들도 기발한 신조어 생산으로 다른 세대와 
배타적인 문화와 단절을 만들기보다,
탁월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다른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기를 소망한다.”
 

작성자  정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