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전문가 기고] "막힌 담을 헐라!"

전문가 기고
 
“막힌 담을 헐라!”
비대면 시대, 소통하는 계절을 앞당기자!
 
최근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로 삶을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멀 라이프란 말 그대로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 등을 줄이고,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로 살아가는 단순한 생활방식을 말한다. 자녀들도 외국에 나가 있는데 부부 둘이 무거운 살림살이를 끌어안고 살고 있었다. 책과 자료를 정리하는 데만 몇 주가 걸렸다. 버릴 책, 기증할 책, 간직할 책과 자료를 분류한다는 게 간단치 않았다. 3대가 함께 살아온 우리 집은 조상 때부터 물려받은 살림살이까지 적어도 1세기간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살림살이도 그랬고, 가치관도 그랬다. 그릇조차 어머니가 일제강점기부터 간직해 온 종갓집 백항아리와 놋수저, 화초장까지 보물단지처럼 자리 잡고, 우리가 결혼할 때 혼수로 준비한 7첩 반상기 세트부터 다기들, 해외 출장 때마다 사 모은 각국의 머그잔들, 한식, 양식 요리 기구들까지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사온 텀블러들까지 즐비했다. 나에게는 버릴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었다. 이번에 눈에 들어온 건 수십 개의 뷔페 접시였다. 신혼 때 집들이부터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에 많은 그릇이 필요했다. 교회 순예배, 심방 때에도 요긴하게 사용했었다. 언젠가는 넓은 정원에서 파티를 자주 여는 환상이 잠재의식 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게 달라졌다. 줌(Zoom) 모임을 지향하면서 많은 인원이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이제 우리 집에서 단체모임을 할 일이 없을 것 같아 과감하게 내다 버렸다. 모임 때마다 거실에 펼쳤던 큰 상들도 다 치웠다. 친척이나 이웃이 함께 모여 김장하고 나눠 먹던 풍습도 없어졌다. 이제는 온라인 마켓에서 김치를 시켜 먹기 때문에 여러 개의 김치통도 필요 없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생활양식이나 신앙생활 면에서 많은 변화가 왔음을 느낀다. 양육자와 동반자가 말씀을 나누는 일대일제자양육조차 온라인이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온라인 중심의 삶이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고 번거롭지 않은 점도 있지만, 가족 관계도 이렇게 변해간다는 게 왠지 서글프게 느껴진다. 
가정은 소통 훈련, 교회는 전문상담 인프라 
개인주의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비대면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 명절 때면 자녀들에게 한복을 입혀 부모님을 찾아뵙던 풍속도 본 지가 오래되었다. 명절 전에 부모님을 찾아뵙든가 아예 건너뛰고 황금연휴를 즐기러 해외로 발길을 돌린다. 자녀들과의 소통이 단절되어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주변에도 가족 간 소통 단절로 인한 가슴 아픈 사연들이 적지 않다. 사업가인 한 회장님은 외아들을 해외 명문대로 유학을 보냈고 결혼할 때 집도 사줬는데, 손주들이 보고싶어 현지에 가면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해서 호텔에서 묵는다. 그나마 아내는 아들 집에 머물다 온다는 기막힌 사연이다. 아들들은 성장기에 아버지로부터 겪은 상처로 골이 깊어져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여성 사업가는 미국에서 부동산업을 하는데 90이 넘은 연세에도 고가의 SUV를 직접 운전하고 주택도 수십 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아들들과 소통이 안 된다. 큰아들은 미국 유학 이후 국내 대기업 CEO로 스카우트 되었고, 둘째 아들은 미국에서 사업하고 있다. 그런데 어머니의 전화를 피하기 때문에 사무실 직원이 연결해 주는 상황이다. ‘어렸을 때 잔소리를 많이 하셨나?’라는 추측도 해보지만 당혹스러운 일이다. 성공한 자녀들과 많은 재산이 그분한테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요즈음 강남은 영어유치원 입학 경쟁률이 치열하다. 유치원 때부터 의사가 될 재목으로 공부시키는 부모의 교육열로 아이들이 쉴 틈이 없다. 사춘기를 지나 청년기가 된 그 자녀들의 마음에 자신을 위해 모든 걸 바친 부모에 대한 감사가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을까? 자녀의 앞날을 위해 그렇게 모든 걸 바쳐 공부시키고 앞날을 열어준 부모들에게 남는 게 무엇일까?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의 목적부터 가르쳤다면 성공의 뒤안길에서 하나님을 떠나고, 부모의 은혜를 잊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외롭기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자살 원인은 가정 문제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교우 및 이성 관계, 학교폭력 등 대인관계 문제도 있지만, 가족 갈등, 부적절한 양육, 부모에 의한 학대 등으로 인한 우울증, 조울, 공황장애,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겪는 비중이 높아져 지난해에는 3.7만 명으로 급증했다. 최근 5년 동안 극단적 선택을 한 아이들이 822명에 달하고 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교회가 더욱 관심을 두고, 상담 관리 프로그램 등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미디어 중심, 비대면 확산
현대 성도들의 신앙생활 
사회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현대교회의 모습도 많이 바뀌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개신교인들의 교회 출석률이 코로나19 이후 71%로 줄었다. 신앙 성장에 도움을 받는 영역도 대면 예배보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온누리교회처럼 QT 훈련이 잘되어 있는 성도들은 비교적 하나님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공동체에서도 소통하는 비율이 높을 것이다. 한국 교회 성도 3명 중 2명이 교회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나타났는데 출석교회 성도 수가 적을수록, 젊은 층일수록 비율이 높았다. 불만 사항으로 가장 큰 비중은 교회 내 소통의 부재였다. 그나마 공동체 순예배에서 줌(Zoom)으로라도 기도제목을 나누고, 관심을 두면 외로움과 고통의 무게를 견뎌낼 힘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빈부갈등, 세대 갈등, 이념 갈등, 성별 간 갈등, 지역갈등이 소통을 막고 있다. 정치권에서 본을 보이지 않으니 뉴스를 대할 때나 선거 때가 되면 국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다.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해심이 생기는데 모두 자기주장만 내세운다.
예수님은 듣는 자의 수준과 언어에 맞춰 비유로 말씀하셨고, 그들이 살아온 과거를 깊이 이해하셨기에 눈높이 대화를 하셨다. 나를 괴롭히는 자, 모함하는 자, 말귀를 못 알아듣는 자, 비열한 자, 차원이 낮은 자, 배운 자, 무식한 자 모두를 긍휼한 마음으로 인내하셨다. 그리고 끊임없이 용서하셨다. 자녀가 옹알이할 즈음 부모는 아기의 눈동자에 자신의 눈을 맞추며 말이 안 되는 말로 함께 대꾸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것이 소통이다. 놓쳐버린 소통의 기회가 아깝지만, 다시 오는 시간을 더 멋지게 만들면 된다. 남아있는 시간과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더 말해야겠다. 내 문제, 내 목표, 내 가정, 내 행복에만 초점을 맞춰 달려가다 보면 하나님과 눈을 맞출 겨를도 없이 멀어져 있기 십상이다. 하나님과의 소통이 단절되면 나이를 먹거나 병이 들거나 좌절의 순간들이 찾아올 때 위기를 헤쳐나갈 힘이 없다. 양 떼들이 목자를 따라다니다가 목자의 음성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한눈을 팔면 곧 죽음의 위기에 빠진다. 양은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지 못하고 사지가 공중을 향해 버둥거리다 뱃속에 가스가 차서 죽는다. 양 떼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는 목자는 이탈하는 양의 20%는 통상 포기하는 게 관례이지만, 좋은 목자는 한 마리의 양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평범하게 은행원 생활을 하던 다니엘 웹스터 휘틀(1840~1901)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1861년 남북전쟁이 터져 21세에 입대했는데, 빅스버그 전투에서 날아온 수류탄에 한쪽 팔을 잃었다. 야전병원에서 극심한 고통과 좌절에 빠진 그의 옆에는 심한 부상으로 울부짖는 한 병사가 있었다. 간호사는 그 병사가 곧 죽을 것 같으니 와서 마지막 기도를 해달라고 했다. 믿음 좋은 어머니를 따라 형식적으로 교회를 다녔을 뿐 한 번도 진지하게 하나님께 기도한 적이 없었기에 자격이 안 된다며 처음에는 거절했다. 계속되는 간청에 어머니의 기도를 기억하며 다가가 기도해줬는데 눈을 떴을 때 그 병사는 숨을 거뒀지만 방금 고통으로 찡그렸던 얼굴 대신 정말 평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휘틀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에게서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으시고 기도를 통해 소통하기를 원하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거듭났다. 그는 제대 이후 구세군 신학교를 졸업하고 저명한 부흥전도자이자 찬송 작사·작곡가가 되었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빈들에 마른 풀 같이’, ‘구주와 함께 나 죽었으니’ 등이 그의 작품이다. 그는 무디와 함께 미국 전역에서 순회 부흥집회를 인도하며 복음을 증거했다. 
비대면 시대에 더욱 우리와 소통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 우리의 시선이 필요한 영혼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멀리 느껴지는 부모와 자녀, 부부와 형제간의 담을 헐고 소통하는 계절을 앞당겨보자.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 2:14)”.
/ 김수민 권사(칼럼니스트, 동대문중랑공동체)
 

작성자  김다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