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크리스천을 위한 부부상담] 고통의 수치화

크리스천을 위한 부부상담
 
고통의 수치화
 
“지금 당신이 느끼는 고통을 1~10점 중에 선택한다면 몇 점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척도 질문(scale question)으로 상대방이 겪는 아픔과 고통, 행복감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큰 수술을 마친 환자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이 몸 전체에 들러붙는다. 환자에게는 고통을 참아내고, 이겨내야 하는 힘든 과정이 있다. 수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수술 직후의 고통이 10 정도였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통의 수치가 점점 내려가게 된다. 수술 받은 직후 환자에게 고통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것은 이분법적이다. 고통의 정도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환자에게 효과적인 질문이다. 현재 환자가 느끼는 고통을 숫자로 표현하게 하고, 그것을 근거로 치료적 접근을 한다면 환자의 고통 경감에 대해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2~3 정도의 고통에 대한 약 처방과 10 정도의 고통에 대한 처방이 당연히 달라야 한다. 간병인은 환자가 표현하는 고통의 수치를 근거로 현재 환자의 고통을 더욱 분명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10 정도의 고통을 환자가 호소한다면 간병인은 아마도 자신이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때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때를 기억하면서 환자가 겪는 고통을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웠던 때의 경험 정도로 이해하게 된다. 
‘아프다’와 ‘아프지 않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면 듣는 사람들은 이해하는 정도가 분명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연인과 헤어짐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했을 때 자신이 연애와 결별의 경험이 없다면 그 아픔이 얼마나 큰지 온전하게 공감하기 힘들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친한 친구와의 작별 정도의 아쉬움인지 아니면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의 상실감 정도인지 알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공감과 위로를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수 있다. 위로를 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굉장히 어설픈 몇 마디 격려를 전하기도 한다. 
이별의 아픔을 겪은 친구의 고통이 수치로 어떤 정도인지 알 수 있다면 가장 적절한 공감과 위로를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별의 아픔을 토로하는 친구에게 당장 어느 정도 아픈지 수치화된 질문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짐작해 볼 수 있다. 만일 친구가 10 정도의 아픔을 느끼고 있다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 친구의 고통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가 결혼 생활 가운데 서운함을 표현할 때가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 마음을 몰라줘서 서운하다”고 하는 때가 종종 있다.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전혀 공감해 주지 않는 배우자가 섭섭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고통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위로하지 못하는 배우자가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과 어려움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힘들다’와 ‘힘들지 않다’ 중에서 하나만 말하는 게 아니라 힘들다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고통스러운 마음이 드는지 표현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경험에 근거해서 상대의 아픔과 어려움을 이해하게 된다. 경험하지 못한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자연스럽게 공감하는 말과 표현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배우자가 인간관계의 깨어짐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통과 우울을 느낀다면 그 고통의 크기와 강도를 넘겨짚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인간관계의 깨어짐에 대해 별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관계의 깨어짐으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배우자의 마음과 감정을 공감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모든 사람의 경험이 같지 않고, 고통을 느끼는 감정의 민감도가 서로 다르기에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관계가 깨어짐으로 어려움을 겪는 배우자를 공감하고, 이해하기를 원하지만, 자신에게 관계의 깨어짐이 큰 문제가 아닌 사람이라면 지혜롭게 적당한 시간을 선택해서 물어볼 수 있다. 측정이 가능하고, 수치로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해달라고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관계의 깨어짐으로 인한 고통이 중간 정도일 수도 있고, 높은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배우자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자신이 경험했던 고통의 경험 중에서 가장 적합한 고통 경험에 대입해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면 더 깊은 공감과 위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기대했던 시험 점수를 받지 못했거나 원하는 대학 진학을 하지 못했을 때 그 자녀가 겪게 될 낙심과 어려움이 얼마나 클까? 자녀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꼈던 가장 큰 슬픔과 낙심일 것이다. 그런데 늘 시험에서 성공해서 살아왔던 부모라면 자녀가 느끼는 낙심의 정도를 깊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삶을 살다 보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닌데 왜 그렇게 힘들어하지?”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수도 있다. 자녀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헤아려 보고, 부모인 자신이 겪었던 고통의 정도에 대입해 보는 게 필요하다. 
우리는 자신이 겪었던 고통과 낙심, 좌절 경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배우자나 자녀들이 겪는 아픔과 어려움의 강도를 적당하게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가족들이 느끼는 고통이 상당히 큰데 사소한 정도로 간과해 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먼저 가족의 고통을 수치적이고, 구체적으로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더 깊은 공감과 격려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 황규복 박사, 김숙경 소장 부부 (두란노 결혼예비학교 부부 강사, <그런 당신이 좋다> 저자)
 

작성자  김다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