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신앙에세이] 메뚜기도 한 철이다

신앙에세이
 
메뚜기도 한 철이다
 
나는 이 속담을 매우 좋아하고 공감한다. 의미를 굳이 따지자면 ‘누구나 한창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뜻이다. 나는 2010년 대전온누리교회 전임교역자로 부임했다. 성인공동체를 비롯해 다양한 사역을 하면서 실전 목회를 배우고 익혔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발견하고, 단련하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다 다음 해 8월, 하용조 목사님이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벽예배를 인도하는데 눈물이 나서 성도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겨우 설교를 마쳤다. 그리고 단에서 내려와 울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갑자기 나에게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하나님이 저같이 부족한 자에게 주신 은혜를 감히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귀한 교회에서 훈련케 하셨는데, 무엇으로 그 은혜를 갚을 수가 있습니까? 하나님, 저를 쓰시려거든 상처가 남아 있고. 기초도 아직 다져져 있지 않은 더 어려운 곳으로 보내주십시오. 단단히 다져진 공동체를 세우는 데 쓰임 받고 싶습니다.”
놀랍게도 이 기도를 드린 이후 하나님이 비슷한 환경, 비슷한 처지에 나를 두시고 훈련을 시켜 주셨다. 그렇게 대전온누리교회 사역을 마치고 서빙고온누리교회 양천공동체로 부름을 받았다. 그곳은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더없는 천국이었다. 3년 6개월을 천국 같은 곳에서 사역하면서 오래전 결단했던 그 기도를 잃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 이곳은 너무 편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였다. 서산온누리교회 담당목사를 뽑는 공고가 올라와 기꺼이 지원했고, 이재훈 위임목사님이 허락해 주셔서 갈 수 있었다.
서산온누리교회로 온 처음에는 한동안 많은 고생을 했다. 부딪쳐야 할 것도 많고, 세우고 정리해야 할 것도 많았다. 내가 부족한 탓에 오해와 질타도 많이 받았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팬데믹도 겪어야 했다. 하지만 4년 이상의 시간을 헌신하면서 좋은 리더십들, 성도들과 함께 튼실하게 부흥하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또다시 안주했다. 교회 오는 일이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생명력도 잃고, 열정도 식었으며, 고생보다는 편안함이 삶이 지향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던 중 본부로부터 ’춘천새순교회’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춘천새순교회의 상황을 듣고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지만, 교회의 명이니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혼자 물끄러미 창밖을 보는데 대전온누리교회에서 했던 그 열정의 기도가 다시 떠올랐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기도를 했는지에 대한 후회와 동시에 회개기도가 나왔다.
춘천새순교회에서 혼자 예배집회와 새벽예배 셔틀, 주보제작 등 다양한 것을 감당하고 있다. 그래도 자막 봉사자와 피아노 봉사자가 한 분이라도 계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또 함께 현수막도 달고, 주일 셔틀을 해 주시는 장로님들, 적극적으로 헌신해 주시는 권사님들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가? 변화된 예배의 형태, 온누리교회의 비전을 기꺼이 수긍하고 따라와 주시는 귀한 성도들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교회 예산이 없어서 이름도, 광고판도 바꿀 수가 없어 아직도 옛 교단이 적혀 있는 광고판을 그대로 쓰고 있다. 어느 날은 집에서 갖고 온 청소기로 한 시간 넘게 스피커를 청소하며 문득 선교사님들은 순교도 당하시고, 더없는 고통도 당하시며 헌신하시는데 늘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춘천새순교회는 앞으로 이 모든 상황을 딛고 일어서 춘천에서 가장 건강한 교회로, 영성, 지성, 야성을 가지고 새롭게 발돋움해 지역과 열방을 치유하는 하나님의 비전을 이루는 교회가 될 줄로 믿는다. “메뚜기도 한 철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쓰임 받는 일이 줄어들 텐데 그러기 전에 한 철이라도 사용됨에 감사하다.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시다. 절대로 우리에게 담아주신 비전을 놓치지 않으시고 응답해 주시고 이끌어 가신다. 하나님의 은혜 앞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나아가려고 한다.
/임용성 목사(춘천새순교회)

작성자  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