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이슈(Issue) 바로보기!] 법의 뿌리는 사랑이고, 사랑이 법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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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뿌리는 사랑이고, 사랑이 법의 완성이다
 
 지난 7월 5일(토), 법조인 전도집회에 이어 ‘히든 파라다이스’라는 근사한 제목으로 로스쿨 전도집회가 열렸다. 전국 25개 국내 로스쿨과 한동 국제 로스쿨을 대상으로 한 콘서트 형식의 행사였다. 온누리교회는 전도대상자 초청을 주도한 로스쿨기독학생연합회(로기연)를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온누리교회 법조인들이 멘토로 참석해 후배들을 격려했다. 현장의 열기도 뜨거웠고, 결신율도 예상보다 높았다.
요새 법조인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따갑고, 법조계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다. 법에 입문한 로스쿨 후배들도 당혹스러울 듯싶다. 그러나 법조인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중요하고 가치 있는 직업이다. 비록 법조계에 대한 세간의 질타가 거셀지라도 법조인의 소명마저 무너지는 건 정말 곤란하다. 물론 법도 얼마든지 타락할 수 있기 때문에 법만으로 공동체를 규율하려는 건 오만이다. 그러나 어떤 부작용이 있든지 간에 ‘공동체’를 붙들고 지지해 주는 건 여전히 법이다. 법이 없으면, 그리고 법을 담당하는 법조인이 없으면, 대한민국이란 공동체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장래가 불안해 보일 후배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진리를 선택하는 용기가 부족했다. 그러나 꼭 한 가지는 당부하고 싶다. “우리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힘이 하나 있다”고 말이다.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모든 걸 참고, 믿고, 바라고, 견디는 힘(고전 13:7)’이다. 그리고 결국엔 모든 걸 이긴다. 단지 미움과 분노만이 아니다. 절망에 둘러싸인 두려움마저 없앤다. 
과연 법조인이 ‘사랑’을 구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독일 신학자 펜넨베르그는 두 가지로 정의했다. 하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고, 또 하나는 ‘조인(助人)’이다.
먼저, 역지사지(易地思之)는 ‘내 삶에 마주친 존재에 대하여 깊이 상상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타자에 대한 민감성이 사랑의 본질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영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느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내가 경험하는 현실과 타인이 경험하는 현실을 같이 모델링하는 능력,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것을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은 고통을 수반하는 고도의 정신작용이다. 당연히 자기중심적인 삶의 껍질을 깨뜨려야 생긴다. 악의 핵심은 강한 자기중심성이기 때문이다.
다음, 조인(助人)은 ‘타자를 한 인간으로 존귀하게 받아들이고, 삶을 정복하고 형성해 가는 과업을 돕는 것’이다. 현실의 상황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돕는 건, 사실 숭고한 일이다. 신의 영역일지 모른다. 하나님도 늘 인간을 도우신다. 특히 고통을 잘 해석할 수 있게 돕는 건 변호사의 특권이다. 나도 의뢰인의 고통 곁에 있다 보니 역경이 사람을 궁지로 모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외려 사람을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내 준다. 성찰과 변화를 불러오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묵묵히 억울함을 통과한 사람은 영적인 권위까지 부어진다. 
다만, 인간은 가장 고상하고 고결할 수 있는 동시에 가장 천박하고 잔인할 수 있는 존재다. 죄를 반복하는 사악함에 대한 안전망 구축도 법의 영역이다. 그러나 법의 규범적 정의는 공동체의 삶을 위협하는 범죄마저도 형벌권의 행사를 통해 원래 상태로 돌이키려는 기대가 있다. 재판과 징벌이라는 과정을 통해 억울한 희생자는 걸러내고, 뉘우친 범죄자는 포섭한다는 희망 말이다. 
판넨베르그는 “모든 정의의 형태를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위한 창조적 해답을 찾는 게 법조인의 직무”라 했다. 나도 동감한다. 법조인은 고루한 비문 해석자가 아니다. 법에 창조적 생생함을 불어넣는 ‘사랑’을 탐구하는 직업이다. 사랑은 불의의 구조, 바로 죄로 인한 절망 속에서도 구원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그렇다. 법의 뿌리는 사랑이고, 사랑이 법의 완성이다.
나는 법조계에 불고 있는 풍랑도 우리를 더 아름답게 빚어내실 그분의 손안에 있다고 믿는다. 후배들이 환경과 상관없이 사랑을 탐구하는 법조인으로 잘 성장하면 좋겠다. 선배들이 후원하는 로스쿨 전도집회도 매년 열렸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다니엘과 같이 ‘신들의 지혜와 같은 똑똑함과 통찰력과 지혜, 뛰어난 영과 지식과 분별력을 가져서 꿈을 풀고, 숨겨진 비밀을 밝히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단 5:11)’이 있기를 기도해 본다.
/ 이은경 변호사(OCC공동체.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 사단법인 크레도 대표이사)

작성자  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