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결혼식 올린 날
신랑 모함마드, 신부 김은석, 하객 북누리공동체
무려 15년 만에 올린 아주 특별한 결혼식이 있었다. 신랑은 하쉐미안 모함마드(48세), 신부는 김은석(45세), 하객은 북누리공동체였다. 오랜시간 떨어져 있던 신부의 부모도 오셨다. 하쉐미안 모함마드와 김은석 부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북누리공동체가 사랑으로 차린 천국잔치에 다녀왔다. / 이소정 기자 s2868@onnuri.org
“우리가 진짜 결혼식을 했어요. 꿈만 같아요.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신부 김은석 성도의 눈과 코가 빨갛다. 보고만 있어도 그녀가 얼마나 감격스러워하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신랑 모함마드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아내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모함마드는 1993년 한국에 왔다. 23살 밖에 안 된 어린 청년이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지금보다 이주민에 대한 대우가 더 박했다. 혹독한 한국살이를 겪어야만 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과 억울한 처우를 온몸으로 견뎌내야만 했다. 그에게 행복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365일이 고난의 연속이었어요.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는지 몰라요. 분명 바른 말을 했는데 돌아오는 건 미움이었어요. 회사에서 쫓겨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퇴사와 입사를 반복했다. 그러다 2000년 봉제작업장에 다녔는데 그곳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다. “아내를 보자마자 ‘ 아! 이 사람이다’ 싶더라고요. 끊임없이 구애를 했죠.”
두 사람은 2002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아내도 남편처럼 사랑이 몹시 그리운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웠어요. 엄마까지 일찍 돌아가셔서 정말 많이 힘들었고요. 엄마 돌아가시고 몇 년 뒤에 아빠가 재혼을 하셨는데 그때 저는 새엄마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그 탓에 김은석 성도는 남들보다 일찍 독립했다. 마음에는 외로움과 상처가 가득했다. 그때 남편을 만났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결혼식은 못 올렸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행복한 새 삶을 꿈꿀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결혼생활이 아니었다.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까 마음이 피폐해지 더라고요. 서로 원망하고 비난했어요. 부부싸움을 얼마나 심하게 했는지 몰라요. 오죽하면 경찰이 저희 집에 찾아왔겠어요.” 부부사이만 나쁜 것이 아니었다. 남편 모함마드가 새로 입사한 공장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모함마드의 마음속에 분노가 이글거렸다. 모든 것이 짜증나고 만족스럽지 않았다. 신경이 늘 곤두서 있었다.
진실한 사랑이 진실한 사랑을 일깨우고
예민하고, 곤두서 있던 남편은 늘 불안했다. 그에게는 분명 변화가 필요했다. 바로 그때 운명적인 사람을 만났다. 북누리공동체 신섭 다락방장이 그 주인공이다. 남편 모함마드가 북누리공동체 신섭 다락방장이 운영하는 열쇠금 고가게 손님으로 왔다. 신 다락방장은 아직도 모함마드를 처음 본 날이 잊히지 않는다. “어찌나 까다롭게 주문을 하던지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해요. 모함마드의 눈빛만 봐도 알수 있었어요. 그가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요.” 신 다락방장은 모함마드를 불편한 고객으로 여기지 않고 전도대상으로 삼았다.
“자꾸 불평하는 그를 긍휼한 마음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하나님께서 모함마드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모함마드를 찾아갔어요.”신 다락방장은 모함마드 형제와 함께 밥을 먹고 예배를 드렸다. 심방도 했다. 날이 좋으면 아내 김은석 성도도 데리고 함께 산에 갔다. 그렇게 3년 동안 온 마음을 쏟았다. 모함마드의 마음이 먼저 열렸다.
“신섭 다락방장님에게 깊은 신뢰가 쌓였어요. 이 사람은 나를 정말로 존중해주고,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 느껴졌거든요. 순식구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동이 올라오면서 울컥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어요.” 신 다락방장과 순식구들의 진실 된 사랑이 모함마드를 위로했다. 그 사랑이 얼마나 달콤했으면 무슬림인 그가 세례를 받기로 결심했다. 하나님은 모함마드의 세례식 날 아내 김은석 성도도 만나 주셨다. 남편의 세례식을 보러 온 아내가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렸다. “찬양소리가 저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 같았어요. 하나님께서 제 마음을 위로해주시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들 부부는 하나님을 믿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난생처음 맛보는 기쁨이었다. 더 이상 걱정거리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위기는 계속됐다.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마음과 몸이 지칠 대로 지친 김은석 성도에게 큐티가 힘이 되어 주었다. 어느 날 큐티를 하는데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질문이 꼭 그녀에게 하신 말씀 같았다. 자기도 모르게 “사랑하니깐 버티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 순간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그런데 넌 왜 나를 믿지 못하니?” 그 음성을 듣는 순간 그동안 잘못된 모습들이 떠올랐다. 통곡하며 회개했다. 그날 이후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남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남편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이해하게 됐다. 심각하게 갈등하던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가정으로 세우기 위한 훈련이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때부터 가정에 평화가 찾아왔다.
김은석 성도는 지금 공동체 큐티사역자로 섬기고 있다. 일대일 제자양육 잘하기로 소문도 나있다. 그녀의 삶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나눔이 그렇게 깊을 수가 없다. 아내의 변화는 남편도 완전히 변화시켰다. “남편이 말씀과 사랑에 빠졌어요. 한글을 잘모르는데도 큐티 제목만이라도 꼭 기억해요. 설교말씀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요. 들은 말씀을 삶에 적용하니까 가정도, 직장도 회복되더라고 간증을 하더라고요. 요즘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배필임을 깨닫고 있어요.” 또 하나의 선물‘결혼식’ 부부관계가 회복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하나님이 또 하나의 선물을 주셨다. 바로 15년 만에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은 정말 엄두조차 못 냈어요. 북누리 공동체에서 결혼식을 올려주겠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하나님의 사랑과 북누리공동체 사랑을 다시 한 번 깨달았고요.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었어요. 하객으로 올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들의 걱정은 하나님이 완벽하게 해결해주셨다. 북누리공동체 지체들이 그들 부부 결혼식의 하객이 되어줬다. 결혼식 날 김은석 성도의 뜻깊은 만남도 이어졌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부모님이 오셨다.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지 않은지가 5년이 넘었거든요. 결혼식 한다고 연락을 드리는데 심장이 얼마나 쿵쾅거렸는지 몰라요.” 그들 부부의 결혼식은 상처로 얼룩진 가정이 다시 만나 화해하는 장(場)이었다. 결혼식 내내딸을 바라보는 김은석 성도의 부모님의 눈가가 젖어 있었다. “딸에게 많이 미안하고 또 고마워요. 딸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부모가 그것 말고 바랄 게 있나요. 결혼식을 열어준 온누리교회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작성자 온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