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아름다운 이별연습

<권사칼럼>

아름다운 이별연습

 

구원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때가 벌써 수년전 일이다. 믿음 없는 가정에 시집 온 나는 시아버지의 병환이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으면 천국과 지옥으로 나눠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시아버지는 병상 세례를 받아 천국에 가셨고, 시어머니는 20년을 우리와 함께 사셨다.
시어머니는 천국 가기 전 1년 반을 병상에 계셨다. 병상에서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 하셨던 시어머니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나는 시어머니를 15년 동안 섬겼다. 성가대 사역을 내려놓고 간호에만 전념했다. 구순에 치매가 있던 시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힘이 들었다. 시어머니는 생전에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자주 씻겨드리며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시어머니는 세례를 받으셨지만 믿음이 좋은 분은 아니었다. 시어머니께 구원의 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기도했다. 주변에서는 시어머니를 시설로 보내기를 원했지만 시어머니는 원하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 내게 시어머니를 간호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시장을 오가며 길가에 핀 꽃과 나무를 보고, 하늘도 바라봤다.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남편의 배려로 월요일에 여유가 생겨 권사 사진반에 들어갔다. 월요일 하루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냈다. 그 시간을 통해 시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지극히 가정적이던 남편은 늘 시부모님을 생각하는 효자였다. 그러나 남편의 믿음이 연약해 가끔 영적인 대화를 할 때면 잘 통하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내 삶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견딜 수 없었던 일도 많았다. 나의 갈급함은 공동체를 통해 채웠다. 예배드리고, 나누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일이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
올해 3월 아흔 한 살 시어머니를 천국으로 떠나보냈다. 나는 몇 개월 동안 휴식을 취하고 시부모님 병간호 하느라 하지 못했던 사역을 다시 시작했다. 겸손하게 가정 일에 순종했던 내 마음과는 다르게 자유가 없어지는 시간이 내내 불편했다. 오랜 시간 집안일만 했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컸다. 하나님은 부족한 마음을 깨닫게 하셨다. 앞서 행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하게 하셨다. 하나님은 실수 많고, 부족한 것투성인 나를 공동체 대표권사로 세우셨다. 협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이셨다. 지금까지 나를 인도하신 분도 하나님이요, 부족한 나를 견고한 자녀로 세워 가시는 분도 하나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게는 또 하나의 숙제가 남아있다. 시부모님과 함께 하며 소홀했던 친정 부모님과의 시간이다. 자녀를 위해 굽은 허리로 새벽제단을 쌓는 팔순의 친정 노모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분도 언젠가 내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슬프지만 또 한 번 아름다운 이별연습을 하고자 한다. 어머니와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찬양과 감사를 올려드린다.

 

백미애 권사

/ 백미애 권사(산본안산 공동체)

작성자  김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