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유현목 목사의 신앙에세이 1

 

진정한 자유와 해방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는 1949년 <제2의 성>을 발표하면서 현대 페미니즘의 창시자로 혜성같이 나타났다. 그녀는 가부장제에 길들여진 여성들을 향해 남성으로부터 독립된 여성의 정체성을 찾으라고 외쳤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어머니, 아내, 딸로서 살지 말고 여성으로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롭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성공하라는 그녀의 외침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녀의 극단적인 여성주의는 전통적인 결혼 질서를 부정하고, 가사와 임신, 출산조차도 불필요한 것으로 거부하는 등 투사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그녀의 가르침과 다른 이중적이고 모순된 사생활이었다. 그녀는 당대 최고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마치 페미니즘의 불을 훔쳐 여성에게 해방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와 같았던 그녀는 정작 사르트르의 바람기 때문에 가슴앓이를 해야 했고, 이성이 아니라 동성의 동반자로 취급되었다. 결국 이것에 대한 보상으로 시몬도 맞바람을 피웠고, 심지어 어린 제자에게 접근해 동성애 관계로까지 발전하였다. 그 제자는 나중에 사르트르의 연인이 되어 시몬의 질투를 자극했다. 이런 해괴한 관계는 그 후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곤 했다.
시몬이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정적인 배경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특권적 대우를 받으면서 자아가 심각하게 팽창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화, 아버지의 외도와 난폭한 성품, 어머니의 애정결핍과 우울증 등은 그녀의 부정적인 자아상을 강화시켰다. 이런 가운데 자신보다 열등한 동생 위에서 독재자로 군림하곤 했다. 그런 과정에서 그녀는 가슴은 여성이지만 머리는 남성으로 자라게 되었다. 결국 부모의 불화로 형성된 부정적 결혼관과 건강한 남성상에 대한 경험 부재는 그녀로 하여금 정상적인 결혼에 직면할 용기를 갖지 못하게 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결혼이라는 관습과 제약을 거부하고, 상대방에게 무한한 자유를 허용하는 계약결혼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성의 수태 능력까지도 비생산적인 것으로 폄하하고, 어머니 됨을 거부함으로써 여성성의 진정한 가치를 왜곡시켰다. 남성화된 여성성과 계약결혼, 동성애 등을 이 시대에 유산으로 남겨주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그것은 진정한 자유는 하나님의 질서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도 성(Gender)은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각각 다르게 창조하셨다. 물론 남자와 여자 사이의 생리적인 차이만큼이나 동성 간에도 다른 점이 존재하지만 성은 하나님이 특별한 목적 가운데 온전한 하나 됨을 위하여 주신 선물이다. 결혼은 하나님의 질서이며, 임신과 출산을 통해 어머니 됨을 누리는 것은 놀라운 축복이다. 따라서 여성의 진정한 해방은 하나님의 질서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발견할 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참된 결혼의 행복 역시 하나님의 질서를 깨뜨리고 서로에게 무한한 자유를 줌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향한 겸손과 섬김을 통해서 에덴의 행복을 이 땅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오늘날 뉴질랜드에는 수많은 젊은 시몬들이 전통적인 결혼관계 대신 계약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자유와 해방을 꿈꾸며 살고 있다. 뉴질랜드는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준 나라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어디서나 당당하고 친절하다. 동성애가 합법화되고 공립학교에서는 결혼을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가르친다. 그들은 여성의 인권과 실존적 가치를 회복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깨어진 가정과 문화화 되어가는 기독교 안에서 그들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진정한 자유와 해방은 굴레를 벗어버림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창조 질서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발견함으로써 누릴 수 있다.
/유현목 목사(오클랜드 온누리교회)

유현목 목사

작성자  정현주